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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주당 후보들이 트럼프 우세지역에서 승리한 방법

이들은 '트럼프'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지역의 이슈에 집중했다.

  • 허완
  • 입력 2018.11.20 14:18
ⓒAssociated Press

11월6일 치러졌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승리가 예상됐던 곳에서만 이긴 게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지역들, 또한 공화당이 수십 년간 지켜왔던 지역들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들이 있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에 대한 평가라고들 했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들의 승리 전략은 상당히 전통적이면서도 조금은 놀라웠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가장 놀라웠던 승리를 거둔 켄드라 혼은 오클라호마 제5선거구에서 2선 현역의원 스티브 러셀을 꺾었다. 이 지역은 1975년부터 쭉 공화당이 자리를 지켜온 곳이었다. 혼은 오클라호마 최초의 민주당 여성 의원이다. 게다가 오클라호마 역사상 불과 세 번째 여성 의원이기도 하다. 주로 도시 지역인 이 선거구에서 트럼프가 14%포인트 차이에 가까운 승리를 거둔 탓에 전국 여론조사가들은 올해 여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리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혼은 지난 주에 워싱턴에서 열린 선거후 보고에서 출마를 결심했을 때를 회상했다. “나는 지역 사회에 이야기하는 것의 힘을 믿었고, 길이 있다고 보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혼은 선거 운동 중 총기 규제, 선거자금 조달 규제 강화, 사설 교도소 반대, 교육 지원금 확대 등의 좌파 이슈를 내세웠다. 올해 오클라호마 사상 최초로 있었던 교사 파업 이후 오클라호마 유권자들에겐 교육 문제가 특히 반향이 있었다.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한 오클라호마 주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공립학교 지원금을 크게 삭감했고, 기업과 부유층에게 유리한 감세 정책도 펼쳤다. 예산이 줄어 학교나 교직원 급여에 쓸 돈이 부족해졌고, 이는 교사 부족, 교사 1명당 학생 수 과다로 이어져 심지어 일주일에 4일만 열리는 학교도 생겼다.

“우리가 듣는 이야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게 아니었다. 교육, 건강보험 이야기였다.” 정치 대이터 기업 타겟스마트가 주최한 행사에서 혼은 말했다. “우리는 봄에 대규모 교사 파업을 겪었기 때문에 특히 교육 문제가 컸다. … 그로 인해 우리는 정말이지 전국적 내러티브와는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정말 우려하는 건 전국적 내러티브와는 달랐다.”

혼은 이번 선거를 전국적 이슈에 대한 논의로 바꾸려는 러셀의 시도에 맞섰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나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와 자신의 연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6%포인트 이상의 표차로 승리한 오클라호마에서 이것은 결정적인 계산이었다. 워싱턴에서 나오는 눈에 잘 띄는 헤드라인에 집중했다면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혼은 설명했다.

ⓒAssociated Press

 

중도 성향 민주당 후보 제프 밴 드류 역시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인 유권자들을 끌어 뉴저지 제2선거구에서 우파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뉴저지 남부 해안 지역인 이곳은 24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공화당의 프랭크 로비온도 하원의원이 은퇴를 결심해 올해 선거가 치러졌다. 이 지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두 번 지지를 보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물론 밴 드류에겐 운도 따른 게 사실이다. 그가 상대한 공화당 후보 세스 그로스먼은 소수집단과 다양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발언들로 공화당 중앙당의 버림을 받은, 아주 흠이 많은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과의사이자 주의회 의원인 밴 드류는 승리를 따놓은 당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를 좋아하지만 해양 굴착 등 트럼프의 일부 정책은 좋아하지 않는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밴 드류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의 묘수는 내가 유독 나쁜 공화당원을 상대로 출마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음 난 지금도 공화당원이지만 저 사람은 안 찍을래.’라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경계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밴 드류는 지역 행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른 부부를 만났던 걸 기억한다. 남편은 상황이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맞서야 한다는 밴 드류의 의견에 우려를 표한 반면, 아내는 밴 드류에게 “[트럼프를] 때려 눕히고 추격하라. 모든 방법을 써서 그를 추격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깊은 당파심을 극복하는 것이 밴 드류에게 있어서는 가장 힘들었다. 11월 전에 이번에는 민주당이 우세할 타이밍이라는 말이 돌았고, 하원 다수 의석을 잃는다는 것이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무겁게 다가와, 평소라면 민주당 후보 투표에 보다 열린 마음을 가졌을 공화당 유권자들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게 와서 ‘난 당신이 정말 좋고 당신을 찍고 싶고, 우리에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나는 하원 다수를 뒤집고 싶지 않다. 나는 공화당원이고 하원을 뒤집고 싶지 않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밴 드류는 회상했다. ”그걸 반박하긴 힘들다. … 그래서 정말이지 더 힘들었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들은 워싱턴의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기능 장애’, ‘혼란’과 같은 애매한 단어를 썼다. 아이러닉하게도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사용했던 반기득권 슬로건 ‘오물 청소’(Drain the Swamp)와도 비슷하다. 트럼프 정부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그 약속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라, 현재 워싱턴의 시스템이 문제다. 모든 걸 바꿔야 한다.” 트럼프가 18%포인트 앞섰던 캔자스 하원의원 선거에서 석패한 민주당 후보 폴 데이비스의 선거캠프 담당자 케리 구치의 말이다. “우리의 선거 운동은 사람들을 격려하는데 집중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질 만한 것을 주려 했다. 우리는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것으로 논의를 바꾸려 했다.”

 

* 허프포스트US의 How Democrats Won In Trump Countr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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