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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 전 납치됐다. 지금 세상은 언론인에게 더욱 위험한 곳이 되었다

지금 세상은 정말이지 신세계다. 내가 십 년 전에 겨우 탈출했던 세상보다도 더욱 위험한, 트라우마를 주는 세계다.

10년 전인 2008년 11월 8일, 나는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기어 나왔다. 이로 인한 트라우마는 한동안 온 세상을 규정하였다.

2008년 10월에 나는 카불 외곽에 임시 거처를 만든, 집을 잃은 이들을 취재하다가 탈레반이 되고 싶어 하는 무리에게 납치당했다. (카불 외곽의 임시 거처는 현재 그때의 두 배 가까운 규모로 커졌다.)

멜리사 펑 기자 
멜리사 펑 기자  ⓒKeith Beaty via Getty Images

나를 납치한 범인들은 모든 걸 잃은 젊은 남성들이었다. 내 몸값을 받거나 나를 진짜 탈레반에게 팔아넘겨 한 푼이라도 벌 목적이었다. 그들은 나를 칼로 찌르고 땅 아래 구덩이에 던져넣었다. 나는 강간과 학대를 당했고, 묶인 채 쿠키와 종이팩 주스만 먹으며 배를 곯았다.

그들은 한 달 뒤 나를 끄집어내 눈을 가리고 머리에 총을 댄 채 끌고 갔다. 나는 내가 처형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석방되는 것이었다. 아프간 당국이 이들의 두목을 체포하고 전부 감옥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캐나다의 집으로 돌아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냈다.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싫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무시하고 일을 계속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는 마침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카운슬링을 받았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자꾸 밀린다는 느낌을 받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아직도 가끔 악몽을 꾼다는 걸 인정한다. 좁고 어두운 곳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이 세계가 언론인들에게 있어 훨씬 더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언론인 보호 위원회에 의하면, 내가 아프간의 구덩이에서 살아서 나온 뒤 900명에 가까운 언론인들이 살해당했다. 이름, 날짜, 국가가 기록된 명단을 들여다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사인은 ‘살인’, ‘집중 공격’(crossfire), ‘위험한 임무’ 등이다.

친숙한 이름도 있다. 자비훌라 타마나(아프가니스탄, 집중 공격)는 내 친구이자 동료였다. 미셸 랭(아프가니스탄, 집중 공격)은 나와 같은 캐나다인 동료였다. 마리 콜빈(시리아, 집중 공격)은 전설적이며, 콜빈에 대한 영화도 나왔다. 자말 카쇼기(사우디아라비아, 살인) 사건은 지금도 내게 깊은 충격을 준다.

한 시민이 2012년 시리아에서 사망한 마리 콜빈을 기리는 자료를 들고 있다. 
한 시민이 2012년 시리아에서 사망한 마리 콜빈을 기리는 자료를 들고 있다.  ⓒStefan Wermuth / Reuters

2018년 4월에 나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었다. 그 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이후 네 번째로 돌아간 것이었다. 긴장감이 뚜렷이 느껴졌다. 우리의 안보 컨설턴트는 매일, 아니 매 시간마다 ‘위협’ 판단을 내렸다. 흰색 차를 탄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들이 시내를 돌고 있다는 경고, 외교 지역을 타깃으로 한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탈레반이나 IS가 유권자 등록 센터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어느 날 우리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실제로 이 공격이 일어났다. 60명 이상이 죽었다) 등을 들었다.

2018년 4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공격 
2018년 4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공격  ⓒASSOCIATED PRESS

우리가 떠나던 날, 오토바이를 탄 자살 폭탄 테러범이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인 미국 대사관 뒷길에서 테러를 벌였다. 지역 언론인들은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두번째 테러범이 자기 폭발물을 터뜨려 9명이 죽었다. AFP 수석 사진기자 샤 마라이도 사망했다. 언론인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직업이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렇게 많은 언론인이 죽은 적은 없었다.

이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아프간인들은 세상에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런 사건들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중 상당수가 여성이다)이 진실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Greg Allen/Invision/AP

그러니 역사적으로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간주되던 미국 대통령이 언론을 공격하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기자들을 내쫓고, 미디어를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면 언론인을 해치고 싶어 하는 테러리스트와 정부, 그 외 진실을 피하려는 모든 사람을 더 대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전 세계 기자들은 매일 같이 진실을 찾고 기록의 힘을 추구하며 목숨을 건다. 자기가 할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납치, 투옥, 살해의 위험을 무릅쓴다. 대통령직을 차지한 사람이 연단에서 무지한 말로 공격하는 것은 모든 언론인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다. 지금 세상은 정말이지 신세계다. 내가 십 년 전에 겨우 탈출했던 세상보다도 더욱 위험한, 트라우마를 주는 세계다.

* 허프포스트 CANADA의 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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