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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카오스 : 영국 메이 총리가 내각 줄사퇴와 불신임 위기에 몰렸다

총체적 난국이다.

  • 허완
  • 입력 2018.11.16 12:36
  • 수정 2018.11.16 18:09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WPA Pool via Getty Images

영국에서는 지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 내각 줄사퇴, 그리고 전면적인 위기에 빠진 총리까지.

15일(현지시각) 오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이 합의문 초안이 최종은 아니지만 영국을 ”합의 타결에 가깝게” 이끌어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각 각료들에게 설명한 이 합의문 초안으로 인해 영국이 ”원활하고 질서 있게” EU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메이 총리가 말하자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고함을 쳤다.

이 모든 일들은 보수당 의원들이 불신임 투표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돼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벌어졌다. 316명의 보수당 의원 중 15%인 48명이 평의원들로 구성된 당 지도부 선거관리기구 ’1922위원회’에 서한을 보내면 불신임 투표가 성사된다. 과반수(158명) 이상이 불신임에 표를 던질 경우 메이 총리는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을 촉구하며 3시간에 걸쳐 의원들을 설득하고 난 뒤, 보수당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이 메이 총리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 메이 총리가 가져온 브렉시트 합의안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고, 총리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들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한 시민이 의사당 바깥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강경 브렉시트 진영의 캠페인 구호(Leave Means Leave)를 찢어버리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EU 잔류를 지지하는 한 시민이 의사당 바깥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강경 브렉시트 진영의 캠페인 구호(Leave Means Leave)를 찢어버리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Barcroft Media via Getty Images

 

이게 다 무슨 얘기인가?

전날(14일) 밤, 메이 총리는 585쪽에 달하는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 초안과 7쪽짜리 ‘(EU와의 미래 관계) 윤곽에 대한 정치적 선언(Outline Political Declaration)’ 문서를 공개했다. 이 두 개가 바로 모두가 기다려왔던 브렉시트 합의안이 된다.

14일 오후부터 5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내각 각료들은 영국 정부가 EU와 맺은 이 합의문 초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몇몇 각료들이 이 합의문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면 메이 총리는 이게 ”협상할 수 있는 최선”이며, 이 합의문, ’노딜(no deal; 아무 합의 없이 무작정 EU를 탈퇴하는 것), 아니면 ”브렉시트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인지” 중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료회의가 큰 이견 없이 끝난 것처럼 보여주려던 메이 총리의 시도는 실패했다. 11명의 각료들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부 장관 도미니크 랍이 회의 도중 합의문은 ”옹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동연금부 장관 에스더 맥베이는 논의 도중 매우 ”감정적”이었다.

합의문 초안은... 아무에게도 환영 받지 못했다.  

유럽회의론자 단체 '유러피안리서치그룹(ERG)’을 이끌고 있는 제이콥 리스-모그 보수당 의원이 총리 불신임 투표 요청서 제출 이후 의사당 바깥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유럽회의론자 단체 '유러피안리서치그룹(ERG)’을 이끌고 있는 제이콥 리스-모그 보수당 의원이 총리 불신임 투표 요청서 제출 이후 의사당 바깥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2018년 11월15일. ⓒADRIAN DENNIS via Getty Images

 

합의문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일단 그렇다. 메이 총리는 12월에 있을 투표에서 합의문에 대한 하원의원들의 찬성표를 받아내야 하지만, 제1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자유민주당(LibDem), 그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영국 통합주의 보수정당 민주연합당(DUP)은 물론이고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Brexiteers)와 친(親)EU 의원들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치러야 한다.

노동당의 안젤라 레이너 의원은 보수당이 ”문자 그대로 우리 눈 앞에서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이 총리가 직면한 가장 크고 즉각적인 도전은 바로 자신의 당 내부 반대파들에게서 나온다.

만약 48명의 의원들이 불신임 투표를 요구한다면, 그는 진지하게 쫓겨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사당으로 향하기 위해 집무실을 나서는 모습. 2018년 11월15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사당으로 향하기 위해 집무실을 나서는 모습. 2018년 11월15일. ⓒPeter Nicholls / Reuters

 

그럼 누가 사임했나?

현재까지 두 명의 장관 도미니크 랍(브렉시트부 장관), 에스더 맥베이(노동연금부 장관)를 포함해 총 5명의 각료가 사임했다.

랍은 이 합의안이 ”영국의 단일성(integrity)에 진정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영국이 EU의 동의 없이는 끝내지 못하도록 한 ‘안전장치(backstop)’ 합의도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맥베이는 메이 총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어제 각료들에게 선보인 합의문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지키지 못한다. 심지어 총리 취임할 때 당신이 제시했던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아일랜드부 장관 샤일레쉬 바라, 교육부 의회 개인 비서(PPS) 앤-마리 트레블리언 , 브렉시트부 차관 쉘라 브레이버맨도 메이 총리의 합의문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의 사임설도 나돌고 있다. 그가 후임 브렉시트부 장관직 제안을 거절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그는 EU 탈퇴 운동에 가담했으나 아직 내각에 남아있는 인물들 중 가장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밖에도 크리스 그레일링 교통부 장관, 페니 모던 국제개발부 장관 겸 여성평등부 장관도 사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이 총리는 뭐라고 말했나?

15일 오전 하원 의원들 앞에 선 메이 총리는 우선 막 사임함으로써 자신에게 큰 타격을 입힌 도미니크 랍과 에스더 맥베이 전 장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브렉시트를 실현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선택들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그 모든 선택들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들의 시각을 존중합니다.”

메이 총리는 ”우리가 이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뒤따를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 통과가 무산되면 ”깊고 심각한 불확실성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관계를 정립할 협상 끝에 나온 이 합의문이 “EU가 그 어떤 국가와 맺은 것보다 더 넓고 깊은 협력 관계”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이 총리는 자신은 이 합의문을 고수하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은 영예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또한 이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항상 그렇지만 특히 많은 것들이 걸려있을 때는 더 그렇다.”

브렉시트 협상은 ”우리 국민들의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막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라고 그는 설명했다.  

 

야당은 뭐라고 말했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무모한 짓”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런 합의문을 의회에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탈퇴 합의 초안과 선언문이 ”크고 치명적인 실패”라며 정부가 ”혼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WPA Pool via Getty Images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다가오는 24시간 동안 메이 총리가 살아 남는다는 가정 하에 EU 정상들은 11월25일을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는 날짜로 정했다.

그러나 영국 의회에서 합의문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관련 입장에 따라 의회를 크게 15개 그룹으로 나눴다. 현재 상태로는 100여표가 모자랄 전망이다.   

합의문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영국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메이 총리의 자리가 위험한 건 물론이고 추가 협상 또는 완전히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시간도 별로 없다. 브렉시트 합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영국은 리스본 조약 제50조에 따라 2019년 3월29일이 되면 자동적으로, 아무런 합의 없이 무작정 EU를 탈퇴하게 된다. 통관, 무역, 검역, 비자 등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공항과 항구 등에서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EU가 서명 2년 내에 발효되도록 한 규정을 손질해 이 날짜를 연장해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재앙적인 상황은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입장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조기 총선 또는 2차 국민투표 실시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는 한 시간은 계속 흐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오른쪽)이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 2018년 10월15일.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오른쪽)이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 2018년 10월15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EU : ”영국 친구들에게...”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 개최 날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브렉시트에 대한 냉정한 ‘팩트’를 언급했다.

″어제 메이 총리의 발표를 잘 들었습다. 물론 저는 브렉시트에 대한 총리의 그와 같은 열정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맨처음부터 우리는 틀림없이 브렉시트는 모두가 패배하는(lose-lose) 상황이라고 봤고, (영국과) 우리의 협상은 피해 수습책일 뿐입니다.” 

이어 그는 ”끝으로 우리 영국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여러분들이 떠나는 걸 보게 되어 슬픈 만큼, 저는 이 작별이 여러분과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가장 덜 고통스럽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투스크 의장은 “EU는 11월에 영국과 최종 합의를 타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브렉시트 취소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또한 우리는 ‘노딜(no deal)’ 시나리오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물론 가장 잘 준비되어 있는 건 ‘노 브렉시트’ 시나리오입니다.”

 

* 허프포스트UK의 Brexit: What Happens Next? Your No-Nonsense Guide To Today’s Political Shambl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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