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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태어난, 소금기 머금은 짭쪼름한 맥주 - 고제(Gose)맥주

맥주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 김주현
  • 입력 2018.11.19 16:04
  • 수정 2018.12.10 15:57
ⓒhuffpost

암염이 녹아내린 물로 빚은 짭짤한 맥주 Gose

수많은 장르로 나뉘어져 각각의 캐릭터로 발전한 맥주는 그 맛또한 제각각의 개성을 갖고있다. 새콤한 람빅, 달큰한 쾰시, 강렬한 탄맛이 매력적인 스타우트, 달콤한 임페리얼 스타우트, 쌉쌀한 IPA부터 훈연방식으로 양조하여 소시지 냄새와도 비슷한 풍미를 갖는 맥주도 있다.

그런데 짭짤한 소금맛이 주된 풍미로 올라오는 맥주가 있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짠맛 가득한 맥주’가 불쾌한 맛일것이라 예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100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 받아온 그 ‘짠맛이 나는 맥주’는 1000여년동안 만들어져 왔고, 사랑을 받아왔으며, 쉼 없이 발전해왔다. 현재도  많은 이들이 마시고 있다.

오늘은 짭조롬하면서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 ‘고제(Gose)’ 스타일의 맥주를 소개하려 한다.

고제(Gose)맥주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문헌에 신성로마제국의 오토3세(983~1002)가 고제맥주를 좋아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유구한 역사를 가진 맥주라는 것은 가늠이 된다.

괴테가 사랑한 맥주, 고제 맥주(Gose Beer)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하르츠(Harz) 산에서 흘러내린 소금기 가득한 물로 맥주를 빚다

고제(Gose)는 독일의 하르츠(Harz)산에서 시작된 물줄기에서 시작된다. 그 물줄기는 강이되어 작은 도시인 고슬라(Goslar)에 이르게 되고 사람들은 그 강을, 오늘 소개하는 맥주와 같은 이름인 고제(Gose)라고 불러왔다.

고슬라 지방의 고제(Gose)강은 은, 아연같은 귀한 광물뿐 아니라 암염(岩鹽, halite)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고슬라 지방의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암염이 녹아든 이 소금기를 머금은 강물로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고, 이 지방의 맥주는 다른 지방과는 달리 짠 맛을 갖게 되었다.

고슬라 지방에서만 독특하게 발전해서 퍼지기 시작한 이 맥주를 사람들은 ”고제(Go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소금의 짠맛뿐만 아니라 고수(Coriander)도 주된 재료였던 고제(Gose)는 젖산발효라는 특이한 과정까지 거치면서 그 특유의 짜면서 새콤한 향을 가진 독특한 맥주의 장르가 된다.

고제(Gose)의 이 독특한 맥주의 풍미를 한국음식 ‘백김치’에 비유하기도 한다.

광물산업이 호황을 맞이한 시절을 정점으로 이 맥주는 고슬라를 넘어 타 지방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슬라를 떠난 고제는 약 150km 떨어진 파우스트의 도시, 라이프치히(Leipzig)에 당도하게 된다.

당시 산업의 최고 중심지이자 문화와 예술이 가장 활발하게 꽃피던, ‘살아있는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고제(Gose)는 더욱 더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고제(Gose)가 날개를 펴다

17세기 초반, 라이프치히 인근의 안할트(Anhalt)공국의 후작이자 고제(Gose)맥주의 열렬한 팬이었던 레오폴드(Leopold) 1세는 자신의 통치지역에 직접 고제를 양조해 라이프치히에 공급을 하게 되면서 고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당시의 라이프치히는 고제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술이었는데 고제맥주만을 취급하는 바(Bar)가 우후죽순 생겼다. 그 바(Bar)는 고젠쉔케(Gosenschenke)라고 불리워지게 된다.

고제는 그 후로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발전하며 19세기를 맞이하게 된다.

라거(Lager)의 열풍 속에서도 생명력을 뽐내던 고제(Gose)

19세기는 라거(Lager)의 시대가 펼쳐진 시점이다.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1842년에 태어난 이후 맥주의 시대는 라거의 거대한 열풍에 휩싸이게 되고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더 이상 고제의 고향인 고슬라(Goslar) 지방에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에서는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요한 고틀립 괴테케(Johann Gottlieb Goedecke)라는 사람이 있다. 현재 라이프치히에서 생산되는 고제맥주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리터구츠 고제(Ritterguts Gose)의 위대한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될니츠(Dollnitz) 의 양조장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양조한 리터구츠 고제(Ritterguts Gose)는 어마어마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리터구츠 고제는 단순한 양조장 이름이 아니라 고제(Gose)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쓰일 정도이다.

한 해에 100만병 이상의 고제 맥주가 80여개의 고젠쉔케에서 팔렸다고 알려졌으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라거(Lager)의 열풍에도 독일의 맥주심장이었던 라이프치히에서는 언제나 고제 스타일의 맥주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고 하니 고제라는 장르의 맥주는 라이프치히와 깊은 의미를 서로 나누고 있다 하겠다.

세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다

라이프치히의 맥주 양조장 대부분이 불타게 된다. 게다가 그때까지 끊길듯 위태롭게 고제맥주의 맹맥을 이어온 리터구츠의 직원인 프레드릭 부즐러(Friedrich Wurzler)가 1949년 그의 이름을 딴 브루어리를 설립하고 그의 양아들과 함께 운영을 시작하지만 같은 해 그의 양아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마지막 리터구츠 고제의 기록은 1966년 3월 31일이다. 프로 리히(Frohlich) 호텔에서 서빙되었다는 기록이 남겨진 마지막 한 잔의 고제를 마지막으로 라이프치히의 고제맥주의 역사는 영영 지워지나 싶었지만 한 고젠쉔케의 부활과 함께 일어서게 된다.

그 고젠쉔케의 이름은 참으로 멋지다. ‘Ohne Bedenken’. 변역하면 ‘주저하지 않고’라는 뜻이다. 참 멋진 문장이다.

동독의 교수였던 로타 고드한(Lothar Goldhahn)은 폭격의 잔해속에 버려진 한 고젠쉔케를 발견한다. 고젠쇤케의 이름은 “주저하지 않고”라는 뜻을 가진 ‘Ohne Bendenken’ 였다.

로타는 잊혀지고 불타 없어진 고제의 양조법을 백방으로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제(Gose)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로타는 그렇게 고제의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결국 운명처럼 마지막 고제 브루어리에서 마지막 고제를 만들었던 직원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고제(Gose)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걸쳐 동베를린에서 고제를 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수준의 고제를 선보이게 된다.

1986년, 30여년 만에 고제(Gose)는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1000년의 역사를 품은 맥주

199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퍼진 크래프트 맥주의 열풍 속에서 ‘특이한’ 맥주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현재까지 늘 있어왔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유명한 라거 비어인 버드와이저, 밀러, 쿠퍼스 외에도 새롭고 특이한 맥주인 고제(Gose) 맥주가 소비자들에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고제(Gose) 맥주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며 독특한 그 짠맛과 신맛의 오묘한 매력 역시 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독특한 개성의 맥주를 찾는다면 고제(Gose) 맥주를 추천한다. 마침 짭쪼롬한 맛이 음식과도 잘 어울리니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맥주에 대한 소개를 나누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한국에서 구해마실 수 있는 고제(Gose) 맥주

1. 리터구츠 고제(Ritterguts Gose)

가볍게 마실 수 있는 Light Body의 고제 스타일 맥주. 깊은 역사를 가진 정통의 고제 맥주라 최우선으로 추천하게 되는 고제 스타일의 맥주. 코리엔더의 향과 짠맛, 약간의 달콤한 과일항과 신맛이 잘 어우러진 수작. 청량함 속에 살이 선 짭쪼름한 매력이 돋보이는 맥주.

2. 고제 투 헐리우드(Gose To Hollywood) / 투욀(To Øl Brewing)

짭쪼름한 짠맛과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에서 나온 새콤한 맛이 잘 어울리는 훌륭한 맥주. 풍부한 탄산이 강점이며 낮은 도수 덕분에 경쾌한 음용성이 느껴진다. 짠맛보다는 신맛이 더 주된 캐릭터인, 드링커블에 포커스를 맞춘 고제 스타일의 맥주.

3. 레바두라(LEVADURA) / 스틸워터(Stillwater Brewing)

깔끔하도 단맛이 매력적임 맥주, 꿀 혹은 선인장의 향이 느껴지며 라임향이 느껴지는 상큼함이 돋보인다. 깔끔하고 단백한 맛이 돋보이는 맥주. 용설난의 수액으로 증류했다고 한다.

 

* 위 칼럼은 맥주문화협회 기고글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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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