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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캐릭터와 결혼한 일본남성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

그는 결혼식에 2천만원의 비용을 들였다.

  • 강병진
  • 입력 2018.11.15 15:14
  • 수정 2018.11.15 15:17
ⓒBEHROUZ MEHRI via Getty Images

곤도 아키히코는 35살의 일본 남성이다. 도쿄 교외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평범한 남성인 그는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결혼식이 AFP통신 등의 외신에서 화제가 됐다. 그리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곤도가 약 10년의 열애 끝에 맞이한 신부는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의 신부는 일본 게이트 박스가 제작한 가상 아이돌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로 생성한 음악 소프트웨어다. 이 프로그램은 16세 소녀의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한다. 곤도가 결혼한 하츠네 미쿠 역시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Taro Karibe via Getty Images

지난 8월 3개월 후의 결혼식을 위해 식장을 예약한 곤도는 지난 11월 4일, 결혼식을 올렸다. 홀로그램과의 결혼식이라고 해서 형식적으로만 치른 건 아니다. 그는 이 결혼식에 약 2,000만원의 비용을 들였고, 39명의 친구들이 참석해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단, 곤도의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결혼반지도 교환했다. 신랑은 자신의 손가락에, 신부는 홀로그램 캐릭터에 기반해 제작된 인형의 손가락을 이용해 반지를 끼었다.

결혼식 이후 곤도는 친구들과 하츠네 미쿠의 또 다른 팬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를 ”소름 끼치는 오타쿠”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사실 곤도가 하츠네 미쿠와 결혼한 첫 남성은 아니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미쿠와 결혼식을 올린 사람은 약 3,700명 정도다. 미쿠의 제작사인 게이트 박스는 그때마다 결혼인증서를 발급했다. 당연히 곤도도 이 증서를 받았다.

ⓒBEHROUZ MEHRI via Getty Images

곤도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이후 직장에서 만난 한 여성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서 연인을 만나거나,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하츠네 미쿠를 만난 것이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곤도는 ”행복과 사랑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짜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함께 사는 행복의 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틀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이 나의 결혼식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이 결혼식을 올린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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