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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그램(kg)이 새로 정의된다

'킬로그램의 할아버지'가 140여년 만에 은퇴한다.

  • 허완
  • 입력 2018.11.14 18:23
2018년 10월17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국제도량형국(BIPM)을 이끌고 있는 마틴 밀튼이 킬로그램 국제원기 복제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골프공 크기의 금속 물체는 1세기가 넘도록 모든 1킬로그램의 기준이었으며,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2018년 10월17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국제도량형국(BIPM)을 이끌고 있는 마틴 밀튼이 킬로그램 국제원기 복제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골프공 크기의 금속 물체는 1세기가 넘도록 모든 1킬로그램의 기준이었으며,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ASSOCIATED PRESS

무게 단위 킬로그램(kg)이 재정의된다.

당신의 체중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과일 1kg는 여전히 1kg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킬로그램의 정확한 질량을 정의하는 방식은 달라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킬로그램은 모든 킬로그램의 할아버지에 의해 정의됐다. 프랑스 금고에 보관된 골프공 크기의 금속 물체다. 1세기가 넘도록 이 물체가 모든 1킬로그램의 기준이었다.

더는 그렇지 않다.

16일 프랑스 파리 서쪽 베르사유에서 열릴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킬로그램의 정확한 질량을 정의할 때 (물체 대신) 과학적 정의를  사용하는 계획을 승인하게 된다. 이같은 변화는 초정밀 질량 계산이 필요한 산업계와 과학계에 실질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1889년 이래로 모든 킬로그램의 기준이었던 금속 물체 ‘르그랑K’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식되지 않는 백금 90%, 이리듐 10% 합금으로 이루어진 킬로그램 국제원기(international prototype) 르그랑K는 금고에 보존된 채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 무역 등에서 질량을 측정할 때 사용되는 전세계적으로 채택된 시스템의 기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제도량형국 지하 연구실에서 과학자들은 이 최첨단 측정기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다른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킬로그램 국제원기가 은퇴한 이후 이 측정기는 무게를 재는 작업을 돕게 된다. 
국제도량형국 지하 연구실에서 과학자들은 이 최첨단 측정기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다른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킬로그램 국제원기가 은퇴한 이후 이 측정기는 무게를 재는 작업을 돕게 된다.  ⓒASSOCIATED PRESS

 

르그랑K와 - 후계자와 여분들(the heir and the spares)로 알려진 -  6개의 공식 복제본이 있는 금고의 잠금을 해제하려면 각기 다른 곳에 보관된 서로 다른 종류의 열쇠 3개가 필요하며, 이것들은 파리 서쪽의 외곽 세브르에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 유리 덮개 밑에 보관 중이다.

1875년에 17개국이 함께 설립했고 프랑스어 약자인 BIPM으로 알려져 있는 국제도량형국은 7가지 도량형을 관리한다. 길이 단위인 미터(m),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kg), 시간 단위인 초(sec),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인 켈빈(K), 물질량 단위인 몰(mol), 광도 단위인 칸델라(cd)다.

이 7가지 중 킬로그램은 실존하는 금속물체(르그랑K)에 기반하고 있는 마지막 단위다. 예를 들어 미터는 미터 길이의 금속 막대를 기준으로 삼았으나 지금은 빛이 진공 상태에서 1/299,792,458초 안에 가는 거리로 정의된다.

“이것은 축하할 순간일 수도 있다. 1875년에 만든 기준들 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이 드디어 새로운 혁신으로 교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BIPM의 마틴 밀튼이 AP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른 모든 것들은 재활용, 교체, 개선되었다. 이것은 1875년의 원래 구상에서 마지막으로 개선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1875년에 정해진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에 경의를 표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더 이상은 킬로그램 정의의 표준이 되지 않겠지만, 르그랑K와 복제본들은 변화 이후에도 계속 안전하게 보관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국제원기들의 질량이 변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것들의 무게를 계속 측정하려 한다. 밀튼은 '이건 매우 흥미로운 역사적 실험'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걸 140년 동안 연구해왔고, 이 연구를 계속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것의 질량이 변해왔는지 측정할 더 나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 (무게가 변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은 킬로그램 정의의 표준이 되지 않겠지만, 르그랑K와 복제본들은 변화 이후에도 계속 안전하게 보관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국제원기들의 질량이 변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것들의 무게를 계속 측정하려 한다. 밀튼은 "이건 매우 흥미로운 역사적 실험"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걸 140년 동안 연구해왔고, 이 연구를 계속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것의 질량이 변해왔는지 측정할 더 나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 (무게가 변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ASSOCIATED PRESS

 

BIPM의 르그랑K는 아주 가끔씩만 엄청난 주의 하에 꺼내져서 전세계 다른 곳에서 보내진 다른 킬로그램들과 비교하는데 사용됐다. 여전히 정확하게 측정되는지, 오차가 티끌 한두 개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지 비교하며 확인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무게 단위로 파운드와 온스를 많이 쓰지만, 미국 역시 공식적으로는 킬로그램을 쓴다. 1875년에 BIPM을 설립한 17개 국가들 중 하나였다. 미국의 킬로그램 원기는 K20이라 불리며, 1889년에 BIPM이 다른 원기 K4와 함께 보냈다. 1킬로그램은 2.2파운드에 해당한다.

미국에는 백금과 이리듐을 섞어 만든 킬로그램 기준 물체가 6개 더 있다. K79, 85, 92, 102, 105다. 모두 미국 상무부 소속인 국립표준기술원이 관리한다.

질량을 확인하기 위해 K20 및 여러 국가들이 소유한 서른여 개의 킬로그램 기준 물체들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세브르로 보내져서 르그랑K와 정밀한 비교를 했다. K20가 BIPM에서 마지막으로 측정 받은 것은 2014년이었다. 

130년 전에 이 킬로그램 국제원기를 갈고 닦고 완성시킨 장인은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정확도와 기술로 백금과 이리듐으로 구성된 이 금속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가 이걸 만들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똑같은 구성요소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세월의 시험을 잘 견뎌낸 것으로 확인됐다.' 밀튼이 말했다.
130년 전에 이 킬로그램 국제원기를 갈고 닦고 완성시킨 장인은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정확도와 기술로 백금과 이리듐으로 구성된 이 금속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가 이걸 만들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똑같은 구성요소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세월의 시험을 잘 견뎌낸 것으로 확인됐다." 밀튼이 말했다. ⓒASSOCIATED PRESS

 

인류는 20세기에 서로 싸우며 수천만 명을 죽였지만, 킬로그램은 공유했다. 중국은 훗날 중국을 경제 대국으로 이끌게 되는 시장 개혁이 시작되던 1983년에 킬로그램 원기를 배정받았다. 처음으로 초정밀 다이아몬드 가공으로 만든 것이었다. 일본이 1894년에 받은 K39 원기는 한국이 1958년에 넘겨받았다.

밀튼은 킬로그램은 “인류가 협력할 능력을 가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하나의 목표에 전적으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평화의 위대한 결실이라고도 불렸다.”

킬로그램의 기준은 금속 물체 대신 플랑크 상수에 기반한 것으로 바뀐다. 플랑크 상수는 물리학에서 가장 칭송받는 등식 중 하나이지만 설명하기가 엄청나게 어렵다. 이번 변화로 여러 국가들이 가진 원기를 세브르에 보내 르그랑K와 비교하는 수고를 덜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과학자들은 귀중한 금속 덩어리 두 개의 무게를 비교하지 않고도 정확한 킬로그램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밀튼은 계산, 제조, 의약품 생산, 기후 변화 연구, 그밖에 정확한 측정이 필요한 과학 분야들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스템은 과학의 법칙,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본질적으로 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한 물체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댈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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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킬로그램 #국제도량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