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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마침내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 허완
  • 입력 2018.11.14 16:49
  • 수정 2018.11.14 16:57
ⓒSimon Dawson / Reuters

그 모든 논쟁과 벼랑끝 전략, 장관들의 사임으로 이어진 ‘드라마’를 뒤로 하고, 마침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그러나 13일(현지시각) 밤 테레사 메이 총리가 EU와 ‘이혼’ 협상안 초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제 브렉시트 절차가 다 마무리 됐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직 메이 총리가 넘어야 할 관문들이 남아있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정리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가?

몇 개월 동안 때로는 격렬했던 EU와의 협상 끝에 마침내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영국과 EU 관계자들은 협상안 초안에 합의했다. 더 공식적으로 표현하자면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다.

이 합의안은 회원 가입 46년 만에 영국이 어떻게 EU에서 탈퇴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다. 유럽에 거주하는 영국 시민들의 향후 권리 문제, 관세동맹 잔류 여부,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 논쟁적인 ‘하드(Hard) 국경선’ 문제 등이 핵심 이유다.

메이 총리는 13일 밤 관저 다우닝스트리트로 장관들을 한 사람씩 불렀다. 수백 쪽의 합의문 초안을 살펴보고, 각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14일 오후 2시에는 긴급 각료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내각이 메이 총리가 가져온 합의안에 동의할 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자체로는 1단계일 뿐이다.

ⓒPOOL New / Reuters

 

 

합의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

내각 구성원들을 빼고는 현재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아일랜드 국경선과 세관 통관 문제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backdrop)’를 두는 데 합의하자고 주장해왔다. 북아일랜드를 EU의 관세동맹에 남겨두자는 EU의 이 제안은 아일랜드해(Irish Sea)를 사이에 두고 한 나라 안에 사실상 국경선을 두자는 것이라는 이유로 메이 총리에 의해 거절됐다.

대신 메이 총리는 영국 전체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자고 역제안했으나 EU는 영국이 일방적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합의문 초안에는 이 ‘안전장치 합의’가 종료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각이 이 합의안에 동의할 게 확실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메이 총리는 내각 고위 관리들이 사임할 경우 자신의 자리마저 크게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처지에 놓여있다.

메이 총리는 내각에 있는 강경한 브렉시트 찬성파들, 즉 리암 폭스(국제통상부 장관), 도미니크 랍(브렉시트부 장관), 안드레아 리드섬(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 페니 모던(국제개발부 장관 겸 여성평등부 장관)를 설득시켜야만 한다. 이 합의안으로 인해 영국이 계속해서 EU와 너무 가까이 붙어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영국이 더 이상은 EU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EU의 규정을 따라야만 하는 시나리오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POOL New / Reuters

 

메이 총리가 사임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강경 브렉시트파들이 내각에서 사퇴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측근들은 랍 장관이 사퇴할 경우 이게 다른 장관들의 대량 사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스더 맥베이 노동연금부 장관 같은 다른 탈퇴파들은 아마도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주도했던 마이클 고브 환경식품농업부 장관은 2017년 내각에 복귀한 이후 한결같이 메이 총리를 지지해왔다. 다른 많은 탈퇴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전환기간이 끝난 후 영국이 EU를 더 확실하게 탈퇴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당분간 관세동맹을 유지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메이 총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주니어 장관들과 의회 개인 비서들일 수 있다. 이들 중 한 관계자는 어젯밤 허프포스트에 합의안이 ”끔찍”할까봐 현재 ”초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럽 회의론자(강경 브렉시트파)들이 사임을 결심할 만한 ‘레드 라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추상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브렉시트가 되는 것.”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들의 반응은 어떤가?

안 좋다.

메이 총리가 각료들을 설득해 자신이 가져온 합의안을 지지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전까지 하원에 이를 제출해 의회의 동의를 받아내는 다음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아직 합의문 초안을 읽지도 못했음에도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나 제이콥 리스-모그 같은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들은 합의안이 영국을 EU에 무한정 묶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존슨 전 장관은 메이 총리가 제안했던 협상안이 ”브렉시트 넌센스”라며 전 동료였던 각료들에게 ”박차고 나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당 의원 10여명이 가입되어 있는 영향력 있는 반(反)EU 단체 ‘유러피안리서치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리스-모그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메이 총리가 “EU에 항복하면서 별다른 협상을 하지 못했다”며 이제 영국이 ”(EU의) 노예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연합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던 메이 총리의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석 10석의 북아일랜드 보수정당 민주연합(DUP)당은 북아일랜드를 나머지 영국과 다르게 취급하는 그 어떤 안에도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역시 아직 합의문 초안을 읽지 못했으나 DUP는 메이 총리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DUP의 부대표 나이젤 도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헌법적 기반에 반하는 내용, 즉 우리의 법률이 의회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아 아닌 (EU) 브뤼셀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내용에 반대한다. 그것은 근본적인 레드라인이다.” 

ⓒPhil Noble / Reuters

 

노동당도?

분명하지 않다. 만약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메이 총리로서는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야당인 노동당이 도와줘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일자리와 경제를 해치는 내용이라면 그 어떤 합의안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제러미 코빈은 이미 초안이 ”나라를 위해 좋은 합의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인 키어 스타이머는 이렇게 덧붙였다. ”협상 과정이 엉망진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협상안일 가능성은 낮다.”

이에 더해 친(親)EU파인 자유민주당(LibDem)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역시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합의안이 의회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기본적으로는 브렉시트 공식 개시일인 2019년 3월29일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되며, 이는 항구와 공항에서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또한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이 제기될 것이다. 이 운동을 이끄는 이들은 ‘시민들의 투표(People’s Vote)’로 부른다. EU 탈퇴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를 여전히 바라는지 대중들이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노동당은 다른 누군가에게 더 나은 합의안을 협상할 기회를 주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메이 총리의 자리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보수당 의원 48명이 요청하고 나설 경우 메이 총리는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으며, 현재 이를 원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48명에 근접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연합당의 도움으로 겨우 하원 다수당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이 총리는 실질적인 다수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 몇 명의 지원 세력만 잃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힘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EU도 합의안에 동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EU의 브렉시트 협상 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 협상안을 보고하고 ”결정적인” 진전이 이뤄졌음을 설명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날드 투스크 상임의장이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정상회의는 11월 마지막주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 회의에서 27개 EU 회원국 지도자들은 합의안에 도장을 찍을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또한 합의안은 유럽의회도 통과해야 한다.

모든 장애물을 통과한다면, 이 합의안은 영국이 공식적으로 EU를 떠나는 2019년 3월29일에 맞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결말의 시작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 허프포스트UK의 Brexit Deal: Everything You Need To Know On Theresa May’s Judgment D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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