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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리는 인종, 젠더를 떠나 누구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우주를 만들었다

세계는 마지막 슈퍼히어로 중 하나를 잃었다.

  • 허완
  • 입력 2018.11.14 14:01
ⓒBloomberg via Getty Images

‘엑셀시오르’(excelsior)는 라틴어로 ‘더욱 더 높이’를 의미한다. 마블의 편집장이자 회장이었던 스탠 리가 1960년대에 사용하던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는 매달 베트남 전쟁에서부터 미국 내 인종에 대한 자신의 진보적 시각 등 여러 주제를 다루던 칼럼 ‘스탠의 연단(Stan’s Soapbox)’ 마지막 편에 이 ‘엑셀시오르’를 썼다.

“엑셀시오르!”는 95세로 타계한 영웅 리에게 잘 어울리는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들의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바꾸고 희망을 키우며 그들이 ‘더욱 더 높이’ 올라가게 도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리는 마블 유니버스를 사용해 소외된 집단을 좀먹는 이슈들을 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미국 내 인종 갈등을 상징하는 이야기들을 담은 우주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난 슈퍼히어로들을 만들었다.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집단들의 문화와 차이점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엑스멘과 블랙 팬서다. 

ⓒMarvel Studios/Disney

 

미국 시민 평등권 운동에 영감을 받은 리와 잭 커비는 엑스멘(X-Men) 코믹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특별한 능력을 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전형적인 인간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돌연변이(mutants)들이 있는 세계였다.

그래서 돌연변이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 억압, 심지어 살해까지 당한다. 외계의 적과 싸우고 범죄를 막기보다, 엑스멘은 사회와 정부에 의한 일상적 억압에 맞선다.

또한 리와 커비는 시민 평등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말콤 엑스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와 에릭 랜셔(마그네토)를 이 두 사람에 기반해 만들었다는 루머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킹 박사가 프로페서 X의, 말콤이 마그네토의 캐릭터를 딴 것이라는 루머다. 두 사람 모두 흑인의 해방을 원했으나, 어떻게 해방을 얻어내야 하는지 대해서는 다른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프로페서 X는 킹 박사처럼 비폭력적 길을 선택하나, 마그네토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편견과 억압에 대한 싸움에서 선제적 입장을 취한다.

엑스멘 코믹 시리즈는 미국에서 여러 집단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저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만화의 세계가 자신들도 포용한다고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새로이 생긴 흑인 만화광들은 드디어 자신과 비슷한 외모, 비슷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Marvel Studios/Disney via AP

 

스탠과 커비는 흑인이라는 것, 왕족, 지성, 부, 흑인 여성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준 블랙 팬서도 만들었다. 식민지가 된 적이 없는 가상의 국가 와칸다를 만든 건 의도적이었다. 진정하며 또한 포부를 심어주는 세계였다.

와칸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나라이며, 아름다운 흑인인 와칸다인들만이 사는 곳이다. 와칸다의 왕이자 슈퍼히어로인 블랙 팬서가 와칸다를 보호한다. 남녀 모두 왕이 될 수 있고, 왕은 강력할 뿐 아니라 지적이며 사람들을 깊이 아끼는 존재다. 왕에겐 충성스러운 우수한 군인들로 구성된 도라 밀라제라는 호위대가 있다. 세계 최고의 전사들로 구성된 여성 호위대다.

와칸다와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아프리카 국가들 뿐만 아니라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는 전혀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Marvel Studios/Disney

 

엑스멘과 블랙 팬서 코믹스는 만화에서 읽고 있는 것과 똑같은 억압을 겪고 있는 팬들에게 안전하고 포용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리가 원했던 것이 바로 그것 같다. 리는 누구나 자신이 받아들여진다, 이해 받는다, 눈에 보인다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를 위해 리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는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리에게는 꿈이 있었고, 모두가 자신의 이 꿈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퀴어 라틴계 여성인 아메리카 차베스부터 날씨를 조종하는 케냐의 스톰까지, 리의 작업은 인종, 피부색, 젠더, 그밖의 다른 차이들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우주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곳은 도덕성과 인간적(혹은 비인간적) 품위에 따라 대우받는 세계였다.

지난해 마블 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한 영상에서 리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마블은 언제나 그래왔듯 앞으로도 늘 우리들의 집 바로 앞에 있는 세계를 반영할 것이다. 그 세계는 변하고 진화하겠지만, 절대 변하지 않을 한 가지는 우리가 영웅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이다. 이 이야기에는 인종, 젠더, 종교, 피부색과는 무관하게 모두를 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담지 않는 것은 증오, 무관용, 편견 뿐이다 … 우리는 모두 거대한 하나의 가족이다 … 그리고 우리는 마블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된다. 당신은 더 큰 영광을 향해 더욱 더 위로, 앞으로 나아가는 마블 유니버스의 일부다 … 엑셀시오르!”

리는 흑인(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인간성과 마법이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스탠 리가 사망함으로써, 세계는 마지막 슈퍼히어로 중 하나를 잃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게재된 기고문 Stan Lee Created A Universe Where Everyone Could Be Super, Not Just Straight White M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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