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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4일 10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14일 10시 25분 KST

양진호의 폭행 피해자는 알고 있었다

뉴스1
huffpost

기자는 양진호 사건 폭행 피해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심각한 폭행이었는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안 하셨는지요?”

“일이 더 커지면 가족들에게 누를 끼칠 것 같아서 참았죠.”

그는 퇴사 후에 위디스크 아이디로 댓글 5개를 달았다는 이유로 회사로 다시 불려가 뺨을 맞은 사람이다. 그 동영상에는 사장이 전 직원을 구타하고 있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을 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 속 이미지는 강력했다. 갑질을 하는 회장과 심지어 퇴사 후에도 묵묵히 맞고 있는 전 직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뮤트 되어 있는 주변인들의 침묵까지. 그 동영상은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특정한 방식으로 배치된 이미지들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만 해석되도록 요청된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명백한 피해자이고, 양진호는 가해자이다. 여기에 어떤 해석이 더 필요한가.

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에 또 다른 배경이 깔려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양진호는 폭행의 가해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웹하드 시장에서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양진호의 죄는 단지 일회성 폭행이 아니라 폭력을 통해 부를 생산하고 권력을 창출해낸 과정 전반에 걸쳐 있다. 수많은 여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유포·유통되고 있는 온라인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별 후에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가해자, 그 영상을 유포하여 돈을 버는 헤비업로더들과 웹하드 업주 간의 카르텔을 고발했다. 피해자가 죽으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내부고발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어떤 문제 제기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는 않았다. 모든 웹하드의 모든 콘텐츠가 그런 건 아니니까, 포르노와 몰카 유출 영상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니까. 나라는 존재가, 나의 삶이 나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성욕 해소 도구로 영원히 사용되는 현실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기껏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양진호가 직원을 폭행한 동영상에는 왜 그토록 분개했을까. 그 동영상은 폭행 동영상이고, 다른 동영상은 야한 동영상이기 때문일까.

기자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다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계기가…?”

폭행 피해자는 답했다.

“취재팀에게 전화가 왔는데 동영상이라는 걸 찍어놨대요. 저를 찍었는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는 인생 끝까지 묻어두려고 했는데, 그 동영상을 양진호가 소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P2P(개인 간 파일 공유) 사이트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동영상을 유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은 아직도 동영상의 피해자가 자신이라는 걸 모른다고 했다. 자신도 끝까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 동영상에서 자신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모습을 가족들이 알면 상처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던 자기 자신을 수치스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양진호의 피해자는 자신만이 아니라고 하면서, 불법 동영상 카르텔이나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갑질’ 폭행이 핵심이 아니라 ‘동영상’의 존재가 그가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게 된 이유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피해가 다른 여성들의 피해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