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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몰래 미사일 계속 만들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논란이다

"고의적으로 북-미 간 협상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허완
  • 입력 2018.11.13 20:07
ⓒ한겨레

미국 <뉴욕 타임스>가 12일(현지시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16개의 숨겨진(hidden)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거대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기사와 보고서의 주장에 상당한 과장과 왜곡이 있다고 지적한다.

■ ‘3월 위성사진’의 함정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는 “북한의 숨겨진 미사일 개발”의 근거로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지난 3월29일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목 기지를 찍은 위성사진 12장을 제시했다. 북-미 정상의 6·12 싱가포르 합의보다 석달쯤 전에 촬영된, 이미 8개월이 지난 사진이다. 보고서는 “2018년 11월 현재, 이 기지는 가동 중이며 북한 규정에 따라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1월 현재 위성사진이나 다른 근거들은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이 기지가 실제 가동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센터장은 “8개월 전 사진을 현재 상황으로 보긴 어렵지만, 운용 중이던 부대를 해체하고 옮기는 일이 만만치는 않기 때문에 지금 이 기지의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가 아직 아무것도 주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북이 일방적으로 기지를 해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SSOCIATED PRESS

 

■ 북한은 ‘모든’ 미사일 기지 폐기를 약속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엔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명시됐다. 북한은 이런 조처들과 비핵화가 함께 단계적,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왔다. 공동선언문 어디에도 북한만 무조건적으로 모든 핵무기, 시설, 미사일 기지까지 없앤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동창리 엔진시험장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우선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기만전술을 쓴다”고 비난하며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처음 만난 이래로 북한은 아직까지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그 첫걸음은) 미국에 핵 개발 장소, 무기, 생산 시설, 미사일 기지의 목록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북-미는 핵 리스트 제출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처에 합의하지 못한 채 물밑 협상 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것이 의무 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며 “이를 ‘기만’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라고 지적했다

ⓒASSOCIATED PRESS

 

■ 삭간몰은 “숨겨진” 기지가 아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는 ‘삭간몰’ 기지를 “미신고”(undeclared) 기지로 지목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숨겨진 기지”라고 했다. 하지만 2016년 3월10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오전 5시20분께 황해북도 삭간몰 일대에서 강원도 원산 동북방 북한 지역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 언론들은 삭간몰 일대에 ‘지하 스커드 미사일 기지’가 있으며 북한이 이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기습적으로 발사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삭간몰을 비롯해 보고서가 언급한 미사일 기지는 한·미 군사정보당국이 이미 주시하고 있는 곳이다. 들여다보고 있다. 미사일 기지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신고’라는 지적도 맞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북핵 전문가는 “신고할 의무는 협약, 협정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 신고를 해야 그 외 의심 시설에 대해서 ‘미신고’라고 한다. 아직 신고도 안 한 상태에서 미신고라고 지적한 것은 과도하고, 고의적으로 북-미 간 협상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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