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양진호 사건' 공익제보자가 밝힌 웹하드 카르텔

2009년부터 일했다

  • 백승호
  • 입력 2018.11.13 18:11
  • 수정 2018.11.13 18:12

불법촬영물의 유통 온상이었던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고 직원들에게 엽기적인 폭력행위를 벌인 위디스크·한국미래기술 양진호 사건 제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익제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이하 A씨)는 ”양진호 사건 보도 이후 예상치 못할 정도로 큰 파장이 일었고 제가 제보자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사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며 ”사건의 과정을 설명하고 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는 게 필요했다”며 기자회견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제보가 ”양 회장의 폭행과 엽기 행각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자신이 제보를 결심한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7월 2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이후 자체 조사를 해 본 결과, 양진호가 비밀리에 (불법 촬영물) 업로드 조직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방송 이후 경찰에서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수사를 진행했지만 회사 내부에서 증거인멸과 허위진술 강요 등 수사 방해 행위가 자행된 것을 보고 내부 고발 없이는 수사를 통해서도 진실이 밝혀지기 어렵다는 우려를 갖게 되었다”며 제보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내부 고발로 인해 웹하드 업계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완전히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더 빠르게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유통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피해자들에게 고통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제보자 A씨와 기자들의 질답을 통해 재구성한 ‘웹하드 불법 촬영물 카르텔’에 대한 내용이다.

 

 

A씨는 2009년에 위디스크 등의 모회사 격인 한국인터넷기술원에 입사했다. 입사 후 2012년까지는 서버 관리 등 행정 업무만 담당했다. 2012년부터는 웹하드 필터링 회사인 뮤레카로 옮기며 필터링을 우회하는 웹하드 업체들에 대해 소송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는 위디스크 법무팀으로 옮겼다가 2016년부터 지주사로 소속을 옮겨 일했다.

 

1. 양진호는 불법촬영물 헤비 업로더와 유착했다.

지난 7월, SBS가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보도한 이후 양진호 회장과 관련자들은 모두 회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A씨는 ”음란물 방조 사건에 왜 회장과 사장이 도망까지 갈 정도로 민감한지 의아했다”고 말한다.

의문을 품은 A씨는 몇몇 임원과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퇴사한 임원 한명과 직원 한명이 헤비업로드를 관리하고 또 직접 업로드도 실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버를 조작해 특정 영상을 ‘끌어올리기’했다는 사실도 파악한다.

A씨는 그간 자신이 양진호 회장에게 웹하드 내부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9월에는 내부 임원들이 양진호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영상만큼은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서 전부 없애야 한다’고 건의해서 양진호 회장도 당시 그렇게 했다”며 ”당시에 실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양진호 회장이 실제로는 저희들 모르게 업로드 조직을 직접 관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진호가 은밀히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직접 유포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A씨는 이를 제보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과 관련해서 웹하드 내부 시스템이 많이 고도화돼 있기에 외부에서 이를 적발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업로드 활동을 직접 한 분을 설득해서 진실을 말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3개월 전부터 접촉해서 자수를 계속 권유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퇴사자들은 수사와 처벌이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했다. A씨는 ”사건이 터지고 양진호 회장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후, 업로드 관련자 중 한 분이 결심해서 자수하기로 했는데 다음날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제보자는 이미 뉴스타파와 한차례 인터뷰를 했다.

왜 해고됐나.

- 회사에서 비제휴 동영상 업로드를 지시했다. 비제휴 동영상은 저작권이 없거나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은 영상물(디지털성범죄 영상, 일본 AV, 미국드라마 등)이다. 웹하드 업계에서 비제휴 동영상 직접 업로드는 금기시 된다.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어서다. 또한 웹하드 업로드 과정에서 따로 ‘성인인증’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는다. 이걸 또 할 수가 없어서 나왔다. 퇴사하고 다 잊고 살려고 했다. 양진호와는 인연을 끝내고 싶었다.

 

양진호가 직접 업로드를 지시했나.

- 그건 아니다. 나한테 직접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냥 와서 화를 낸다. “야 이거 왜 없냐? 요즘 내가 찾는 거 이거 왜 안 보이냐?” 이런 식으로. 그러면 없는 것(불법 동영상)을 알아서 찾게 되고, 또 그걸 올린다. 임원이 ‘잘 한다’고 하면 또 암묵적으로 업로드를 하고… 그런데 난 진짜 이 일(불법 동영상 업로드)에 연루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이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정말 더러운 꼴을 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욕을 먹었다. ‘왜 회사생활 안 하냐’ ‘너 한량이냐’부터 ‘이용 가치가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업로드는 누가 한 것인가.

- 외부조직(헤비 업로더)이 있다. 같이 작업할 때는 무조건 대포폰을 쓴다. 이 일에 관여하는 누구도 실명을 쓰지 않는다. 위디스크/파일노리 직원, 업로더 조직, 연락책 모두 본명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외부조직의 실적이 저조하거나 회사가 위험해지면 대포폰을 버린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외부조직 입장에서 우리와 연락이 끊기면 짜증이 나겠지만 업계에선 우리가 ‘갑’이다. 헤비 업로더가 우리한테만 불법 영상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 한다. 그런데 위디스크/파일노리는 회원 수가 많으니까 업로더 입장에서 소위 ‘장사’가 잘 되는 거다.

A씨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이유가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자수해서 세상에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분이 나와서 자수하고 진실을 밝혀야 모든 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2. 한국인터넷기술원, 한국기술지원, 뮤레카, 나를 찾아줘 모두 양진호의 회사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는 양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뮤레카는 위디스크 뿐 아니라 상당수의 웹하드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필터링 업체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음란물이 유통되는 웹하드 업체와 이를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주무른다는 얘기가 된다.
(중략)

디지털장의업체는 이런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업체로 3~6개월 단위로 피해자와 계약하며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요구한다. 그런데 불법적인 영상물 삭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디지털장의업체 역시 웹하드 회사와 관련이 있다. 위디스크 등이 디지털장의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중략)

결국 웹하드 업체는 ‘헤비 업로더’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유착관계에 있는 필터링 업체를 고용 혹은 운영해 법적 의무를 피한다. 이어서 자신들이 유통한 불법 촬영물로 피해자가 생기면 영상물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하며, 또 한 번 피해자들을 착취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른바 ‘음란 동영상 카르텔’이다.

양진호 1000억대 돈줄 뒤엔…병 주고 약 파는 ‘음란물 카르텔’ - 한겨레

 

앞서 ‘음란물 카르텔‘이라고 언급된 회사를 크게 살펴보면 크게 세군데다. 먼저 업로드가 이뤄지는 ‘위디스크, 파일노리‘, 그리고 저작권 필터링 업체 ‘뮤레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 필터링 업체에 삭제를 요청하는 대행업체 ‘나를 찾아줘’.

그간 이 세 회사가 모두 양진호의 소유 아니겠냐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A씨는 그 사실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언급된 회사들은 전부다 양진호 회장 소유”라며 ”주식 관계 등은 전부다 차명으로 돼 있다. 뮤레카도 양진호 회장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뮤레카의 대표였던 김기문씨가 ’뮤레카와 양진호의 관계를 부정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회사 임직원들은 협박에 계속 시달렸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것에 큰 갈등이 있었다”며 양진호 회장이 구속됐으므로 이제 진실을 말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Huffpost KR

 

 

3. A씨는 ”필터링 회사 ‘뮤레카’는 기술을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A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이후) 업로드 조직 찾아낸 것처럼 자체조사 통해 뮤레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뮤레카에서 필터링을 불법적으로 악용하거나 이용한 사실은 저희가 발견하지 못했다. 저는 뮤레카와 위디스크에서도 일해서 필터링 구조를 잘 아는데, 제가 조사한 바로는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양진호는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소유했을까? A씨는 ”지금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과 음란물이 이슈지만, 5년 전만 해도 저작권이 가장 큰 이슈였다”며 ”저작권자와 웹하드 업체 간 저작권 분쟁이 엄청나게 있었다. 그 전쟁을 통해 필터링이 법제화됐다”고 설명한 뒤 ”이런 (필터링) 기술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리라 판단해서 인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필터링 업체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제대로 필터링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A씨는 ”내부적으로는 수차례에 걸쳐서 양진호 회장 등 경영진에게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며 ”혼자 힘으로 안 돼서 웹하드협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웹하드협회 회원사가 50% 정도 되는데, 협회와 함께 일일이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성범죄 영상을 내리기로 하고 스스로 자정하자고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신뢰를 받지 못하니 여성단체, 인권단체와 제휴해서 우리가 필터링 시스템도 제공하고 모니터링 권한도 주자고 노력했고 그 결과 디지털 성폭력 클린 센터가 만들어졌다”며 ”센터와 웹하드협회가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필터링 업체와도 제휴 협약을 체결해서 몇 개월간은 저작물에만 적용되던 DNA필터링을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도 적용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센터는 사실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뮤레카가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운영했냐는 의혹에 대해 A씨는 ”저작권 필터링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차단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알려졌고, 그 업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300만 원~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받아서 콘텐츠 삭제해주는 일을 했는데, 그 업체들이 결국 뮤레카와 같은 필터링 업체에 차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한 뒤 ”그간은 건수가 많지 않아서 뮤레카는 무료로 해줬다. 그런데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이 너무 많아져서, 아예 이걸 중간단계 거치지 말고 피해자들이 직접 필터링 업체를 찾아와서 서비스하자는 취지로 당시는 ‘나를 찾아줘’라는 서비스를 하나 더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나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만들어서 양쪽으로 돈을 번다’는 여러 비난이 있었고 서비스는 곧바로 폐쇄됐다”며 ”실제로는 2017년 만들어진 디지털 성폭력 클린 센터라는 불법 동영상 차단 및 삭제 단체와 제휴해서 지금도 무료로 필터링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업체를 새로 만들거나, 이를 통해 큰 돈을 번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뮤레카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주식 100%를 다른 회사에 매각했고, 위디스크와는 아무 관련 없는 회사가 됐다”며 ”이제 필터링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 A씨가 제안한 디지털 성범죄 해결방법

그는 기자와의 질답 이후 ‘성범죄 영상물 없애기 위해’ 꼭 말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꼭 말하고 싶은 게 두 가지인데, 한 제 생각이다. 첫 번째는 피해자들 고통이 너무 심하다. 삭제하면 또 올라오고 하는데, 이거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작물에 이용되는 DNA 필터링을 적용해야 한다. 이미 방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해시값 필터링은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DNA 필터링을 적용해야 한다. 저희가 작년부터 방통위 찾아다니면서 DNA 필터링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두 번째는 법 개정이다. 작년에 정부에서 아동 청소년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수위를 강력하게 해서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개정이 안 되고 있다. 그 법만 개정되면 웹하드 사이트에서는 알아서 그 영상물이 사라질 것이다. 실제 아청법이 개정된 후 웹하드 사이트에 아청물이 거의 없다. 그 법이 개정된다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은 없어질 것이다. 업로더나 다운로더도 그게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웹하드 #양진호 #디지털 성범죄 #웹하드 카르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