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8년 11월 13일 17시 36분 KST

경찰에 보호 요청을 했으나 결국 남성에게 살해당한 영국 여성들

"연인 관계와 가족 내 폭력, 성폭력, 심지어 남성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 대다수는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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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새비지(오른쪽)와 그녀의 어머니 헤더 휫브레드(왼쪽) 

크레이그 새비지는 헤어진 아내 미셸(32)에게 거절 당한 지 한 달 뒤 미셸의 집으로 갔다. 테이크아웃한 중국 음식을 먹고 있던 미셸을 살해하고, 미셸의 어머니와 개도 죽였다.

화해하고 섹스하자는 그의 말을 미셸이 거부하자 격분한 새비지는 근처 사격장에서 반자동 소총을 훔쳐 미셸을 7번 쏘았다. 3월 16일, 영국 이스트 서섹스 세인트 레너즈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미셸의 임신한 여동생 레이븐 휫브레드와 할머니 패트리샤 그로브스(89)는 몸을 숨겼다가 탈출했다.

군인 출신인 새비지는 이번 주에 전처, 전 장모를 상대로 “처형 같은 살인”(execution-style killing)을 저지른 죄로 38년형을 받았다.

그리고, 미셸이 살아있었을 당시 경찰에게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위험한’ 전남편을 두 번 신고했음이 드러났다.

작년에 영국에서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00명이라고 런던의 가정 및 성폭력 자선단체 니아(Nia)의 캐런 잉갈라 스미스 CEO가 만든 블로그 ‘Counting Dead Women’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2.6일마다 한명의 여성이 살해당하는 것이다.

올해 9월 24일까지 남성이 살해했거나 남성이 유력 용의자인 사건으로 사망한 영국 여성은 최소 100명이다. 267일 동안 100명이란 2.6일마다 여성 한 명이 죽는다는 뜻이다.

미셸은 죽기 한 달쯤 전인 2월에 서섹스 경찰소에 온라인 신고를 하며 전 남편이 가한 위협들을 말했다. 심지어 모든 사건의 자필 기록까지 첨부했다.

죽기 일주일 전에도 그의 공공 기물 파괴를 신고했고, 경찰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다. “경찰은 모든 걸 기록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도록 지도에 깃발도 꽂아두었다.” 미셸이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다.

새비지는 미셸을 협박해 “마지막으로 한 번만” 섹스하려 했으며, 그러지 않으면 성관계 사진이나 영상을 퍼뜨려 “네 삶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미셸이 거부하자 새비지는 미셸의 알몸 혹은 속옷 차림 사진들을 1천장 정도 포르노 사이트에 올렸고, 미셸의 실명을 밝히며 다운로드를 권했다.

현재 경찰 내사 기관 IOPC(Independent Office of Police Conduct)는 경찰이 미셸 사망 전에 신고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위민스 에이드(Women’s Aid)의 케이티 고스는 경찰이 중요한 신고를 놓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말했다. “조종하고 학대하는 전 파트너에 의해 여성이 살해당한 비극적 사건 후 경찰이 경고 신호를 놓쳤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생존자를 만나보는 우리들은 경찰이 육체적 폭력 사건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반복되며 심해지는 통제적 행동과 스토킹이 암시하는 위험을 간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서섹스 경찰이 위험에 처한 여성의 신고를 잘못 다루었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 전 남자친구 마이클 레인의 스토킹을 신고했던 샤나 그라이스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낸 적이 있다.

당시 19세였던 그라이스는 레인과 사귀었던 적이 있었다는 걸 밝히지 않아 경찰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었다. 나중에 그라이스는 하우스메이트 2명과 같이 살던 이스트 서섹스 브라이튼 방갈로의 연기 가득한 침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12명 정도의 경찰이 IOPC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서섹스 경찰 측은 스토킹에 대한 경찰 훈련을 점검했으며 스토킹 범죄 수사 방식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SUSSEX POLICE/ PA
샤나 그라이스 

그라이스에게 결별을 통보받은 전 남자친구 레인(27)은 그라이스가 전 남자친구 애슐리 쿡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자, 그라이스가 집에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해했다.

작년 루이스 형사 법원에서 2주간 열린 재판에서 레인은 결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아무도 그녀와 함께할 수 없게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인은 친구에게 “걔는 자기 행동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레인은 자신이 아무 죄도 없으며 우연히 시체를 발견했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고 집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린 판사는 “오히려 샤나가 경찰 시간 낭비로 벌금을 물었다. 즉 형사상의 잘못을 저지른 사람대접을 받았으며, 마이클 레인이 피해자로 간주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남성과 성적 관계를 맺는 젊은 여성이 취약하며 심각한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편견을 가지고 샤나를 대했다.”

스토킹 사건이 더 일어났지만, 그라이스는 경찰이 자신의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레인이 “집착하는 스토킹”을 계속해도 경찰이 반응하지 않을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라이스의 어머니 섀런은 사건 후 서섹스 경찰을 비난하며, 레인에 대한 그라이스의 공포에 경찰이 귀를 기울였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PA
앨리스 러글스 

1년 뒤에인 2017년 10월, 노섬브리아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일어났다. 전 남자친구가 게이츠헤드에 있는 앨리스 러글스(24)의 집에 침입해 살해했다. 러글스는 노섬브리아 경찰에 스코틀랜드의 군인 트리만 해리 딜론이 원치 않는데도 자꾸 접촉해 오고, 헤어진 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는데도 자꾸 집에 찾아온다고 신고했다.

여러 차례 바람을 피웠던 딜론은 2017년 4월에 러글스에 대한 스토킹, 가택 침입,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그전에는 러글스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해킹하여 새 파트너에게 메시지를 보내 러글스가 바람을 피운다고 말하려 시도했다.

재판 후 노섬브리아 경찰은 내사를 시작했고, 경찰의 잘못된 대응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  IOPC에 신고했다. 경사와 순경 한 명의 잘못된 처신, 다른 순경의 만족스럽지 못한 업무 증거가 있었다.

러글스는 2016년 10월 1일 오전 12시 40분에 전화를 걸어 ‘딜론이 집 밖에 있다’며 조언을 구했다. ‘다음 날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IOPC는 러글스의 메시지를 전화 받은 경찰이 녹음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그 경찰은 퇴직한 상태다.

10월 2일에 한 순경이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2시간 동안 러글스의 말을 들었다. ‘딜론이 한밤중에 침실 창문 밖에 초콜릿과 꽃을 두고 갔다’,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러글스는 말했다.

딜론에겐 괴롭힘 신고가 들어왔으며, 다시 연락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가 주어졌다. 그러나 러글스는 10월 7일에 딜론의 편지와 사진을 받고 다시 경찰에 연락했으며, 경고의 비응급 위반(non-emergency breach)으로 기록되었다. 체포를 원하는지 묻자 러글스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는 ‘용의자 체포 결정은 경찰이 내리며, 피해자에게 이를 물어서는 안 된다’는 IOPC 가이드라인 위반이다.

러글스는 5일 후 살해되었으며 하우스메이트가 시체를 발견했다.

최근 위민스 에이드와 잉갈라 스미스가 작성한 여성 살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잉글랜드, 웨일스, 노던 아일랜드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113명 중 69%가 현재 혹은 전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했다. 전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77%는 이별 후 1년 안에 살해당했다.

잉갈라 스미스는 “우리에게 완벽한 경찰이 있다 해도 사회 전체가 극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죽일 것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치명적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문제는 경찰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인 관계와 가족 내 폭력, 성폭력, 심지어 남성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 중 하나다.”

“그것조차 못한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물어볼 수 없고, 올바른 질문을 하지 못하면 옳은 답은 결코 찾을 수 없다.”

 

* 허프포스트 UK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