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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지금 남성의 출산휴가 '의무화'를 고민하고 있다

육아 경험은 모두에게 무척 중요하다

  • 박세회
  • 입력 2018.11.13 15:57
  • 수정 2018.11.13 16:07
ⓒSatoshi-K via Getty Images

지난 10월 31일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는 ‘남자의 출산휴가를 의무화 하면 어떻게 될까? 의원 및 전문자들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이벤트가 열렸다. 보다 쉽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고 육아의 과정에 있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시민단체 ‘미래육아전국네트워크’에서 연 행사였다. 

일본의 육아를 위한 복지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아이를 위해 누군가는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고 그 누군가는 대부분 여성, 엄마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대기를 타야 하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어도 야근하는 사람은 미안함을 안고 산다. 

미래육아네트워크는 현대 사회의 실정에 맞는 육아 복지를 위해 2017년 1월부터 ‘#보육원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제를 세우고 육아와 개인의 삶이 양립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이번 ‘남성의 출산휴가 의무화’ 이벤트는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남성의 가정 진출’의 벽을 낮추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주제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 12명과 언론인 그리고 육아휴직 경험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 전에 실상을 볼 필요가 있다. 2017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육아·개호(간호) 휴업법을 보면 일본의 법은 아이가 1세가 될 때까지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는 원칙이다. 2017년도의 통계를 보면 남성의 5.14%만이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여성의 83.2%와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그 기간이 짧다. 여성의 경우 출산 전 6주, 출산 후 8주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의무화 되어 있지만, 남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Huffpost JP/加藤藍子

이번 이벤트의 논점은 ‘제도상으로는 보장되어있지만 극히 소수만 사용하고 있는 남성의 육아 휴직을 의무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다. 

제도화는 현실의 문제를 막는 임시방편이다. 이날 기획자로 행사에 참석한 허프포스트 재팬의 편집장 다케시타 류이치로(竹下 隆一郎)는 ”육아 휴직을 하고 싶다는 말을 상사에게 하는 순간 ‘출세는 포기하는구나’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밝혔다. 

제도화와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인식 개선의 문제도 나왔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의원은 ”결혼을 한 가정이라면 아이는 ‘남성의 문제’이리고 하다. 여성만의 노력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남성도 육아의 책임자이자 권리자다. 의무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남성의 출산휴가 100%가 실현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프포스트 재팬의 리포트를 보면 이날 10개월의 육아 휴직을 사용한 한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6세와 2세의 자녀를 둔 이 아버지는 ”둘째가 태어났을 때 10개월의 육아 휴직을 쉬었아”라며 ”이 기간동안 아내는 복직해 내가 가사의 주체가 되는 전업 주부 생활의 경험은 귀중한 것이었다. 아내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신뢰 관계가 깊어졌다”고 밝혔다. 이 가정은 첫째는 아내가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둘째는 아빠가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벤트에 참석한 참가자들 중에는 남성의 육아 휴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아버지는 ”지금 의무화 하는 것은 반대”라며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로 빠진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체계를 못 갖춘 기업이 많다”고 밝혔다. 

추산휴가와 육아 휴직으로 인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기업과 국가가 부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국가에서 현장에 파견을 보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임시직의 급여를 공적지원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실정과 흐름 역시 일본과 비슷하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5만589명 중 남성은 8463명(16.9%)에 그쳤다. 이는 그나마 지난해(11.4%)보다 나아진 수치다. 남성의 평균 육아휴직기간은 약 6.6개월(198일)로 약 10.1개월(303일)인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남성의 보육 참여 및 육아분담을 위해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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