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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의 아이러니

트럼프는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동맹국들을 위협해왔다.

  • 허완
  • 입력 2018.11.13 17:07
  • 수정 2018.11.13 17:11
ⓒ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 백악관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상무부의 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무역 분야 측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상무부의 조사 결과를 놓고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계자들이 상무부의 결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입 자동차...?

상무부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의 ‘국가안보 조항(제232조)’을 자동차 수입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를 놓고 조사를 벌여왔다. 승용차와 SUV, 밴, 소형 트럭 같은 완성차는 물론, 수입 자동차 부품도 관세 부과 검토 대상이다. 

이 조항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도 논란 끝에 이 조항이 적용된 바 있다.

상무부의 이 보고서는 내년 2월까지 마무리 될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12일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을 자신이 가진 ”최고의 레버리지”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협한 덕분에 캐나다와 더 나은 무역협상을 맺을 수 있었고, EU에게도 이게 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자동차 분야 교역 상대국들이자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에게 불만을 표하며 최대 25%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제외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 근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미FTA 개정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같은 요청에 대해 백악관으로부터 어떤 확답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블룸버그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자동차 관세는 정말, 정말 복잡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가 미국의 국익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한 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 공급망(supply chain)은 미국 중심부의 소규모 가족소유 제조업체들부터 증시에 상장된 거대한 해외 자동차 부품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가 조립 라인 위에서 계속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모두 합심해 일하는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비즈니스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중략)

일반적인 자동차는 대략 3만개의 개별 부품으로 구성되고, 자동차 회사들은 각각의 모델 별로 동시에 평균 수백개의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맺는다. 이들로부터 직접 부품을 사오거나 2차 협력업체로의 하청을 주문하는 것이다. 수많은 개개의 계약들은 부품 주문, 인도 기일,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그들 중 상당수는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전에 고정(locked)된다. (월스트리트저널 11월9일)

자동차 산업은 오늘날의 세계화된 경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미국산 자동차라고 해서 미국산 부품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어떤 부품은 최종 조립돼 자동차의 일부가 되기 전까지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들기도 한다. ‘국산’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진다.

게다가 주요 자동차 업체와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세계 곳곳에 생산설비를 마련해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과 부품 조달, 수출을 수행한다. 독일 자동차 업체가 세계 곳곳에서 생산된 수만개의 부품을 조달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 자동차(made in USA)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사례를 떠올려 보자.

촘촘하게 분업화된 이 거대한 다단계 글로벌 네트워크의 어느 한 쪽에서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이는 연쇄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전체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파급효과는 기업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에는 ‘국가안보’를 위해 단행했다는 트럼프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타격을 입힌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올해 여름, 57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디트로이트 지역의 소규모 부품회사 ‘클립스&클램프스’ 회장 제프 아즈나보리안은 약 15개 고객사들에게 향후 계약에 있어 비용 분담 협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이 회사는 올해 흑자 전환 추세였으나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익이 사라져 버렸다. 

두 고객사는 동의했다. 몇 곳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 캐나다의 바이어는 답장을 보내 위로를 표했다. ”요약하자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쪽 정부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하다니 유감이지만 이에 대해 내가 뭘 어떻게 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아즈나보리안이 말했다.

다른 협상들은 훨씬 몰인정했다.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만드는 제조사 중 북미 최대의 개인 소유 업체인 ‘피터슨 아메리칸’은 최근 자신들의 철강 공급업체 중 한 곳으로부터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와이어 코일 공급을 보류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후통첩을 받은 피터슨의 회장 댄 스켈리는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 트럭들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한 피터슨의 공장 6곳에 부품을 공급하며, 공급이 지연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자동차부품생산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스켈리는 ”공장이 멈추면 1분당 10만달러에 달하는 주문 만큼의 손실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건 옵션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 11월9일)

여기에 고율 관세마저 추가된다면? 

ⓒBoogich via Getty Images

 

미국산 자동차가 해외에서 안 팔리는 (아주 간단한) 이유

″나는 일본이 무역에 있어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그(아베 신조 총리)에게 늘 말한다. 그들은 매우 낮은 세금에 수백만대의 차를 (미국으로) 보낸다. 그들은 우리 차를 받지(수입하지) 않는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불평을 내놨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는 일본차를 엄청나게 많이 사주고 있는데 일본은 미국차를 안 사고 있다!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25% 관세 부과를 위협한 끝에 기어코 일본을 자동차 관련 무역 협상 테이블에 불러내 지난 9월부터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일본 소비자들은 기름 많이 먹고 품질도 떨어지는 미국 자동차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9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 판매된 자동차 320만대 중 미국 자동차는 0.3%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지도 않고 있는데도 상황이 그렇다.

미국은 현재 (일본산) 승용 자동차에 2.5%, 트럭에 25%의 관세를 각각 물리고 있지만 일본은 거의 40년 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미국산) 수입 자동차 관세를 없앴다. 일본은 미국 자동차의 (일본 내) 낮은 점유율은 관세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일본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미국 자동차를 크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소형차와 일본에서 만들어진 연료 절약형 차량들이 일본의 자동차 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블룸버그 9월27일

유럽과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들이 고전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은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10년 가까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수입 자동차 고율 관세를 도입하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과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발 ‘자동차 무역전쟁’이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 셈이다.

미국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관련 보고서(PDF)를 작성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고율 관세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수입 자동차 고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 내 자동차 소비와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생산·판매 중인 자동차(국산차)의 소비자 가격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수입관세 부과로 한 대당 평균 소비자가격이 27,321달러에서 30,346달러로 3,025달러(11.1%) 오를 전망이다. 수입 완성차의 경우에는 평균 소비자 가격이 26,651달러에서 32,882달러로 6,231달러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입 자동차의 가격 상승액이 미국 국산차 대비 2배 이상 높아 단기적으로 수입차 수요가 국산차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나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조달 비용 증가로 미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출 및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美 자동차 고관세 부과의 주요국 영향’,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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