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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이 비판받는 '나치 문양 모자와 깃발'의 원본을 확인해보자

아무것도 모르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8.11.13 12:03
  • 수정 2018.11.13 19:06

미국의 유대인 인권 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선 방탄소년단의 ‘나치 문양 모자‘와 ‘나치 문양을 닮은 깃발’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자세히 알아보면 현재 일본과 미국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11일 미국 내 유대인 인권 단체 지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 SWC)가 낸 성명에서 이 단체의 부소장인 랍비 에이브러햄 쿠퍼는 ”일본에서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를 비하하는 티셔츠를 입은 방탄소년단의 행동은 이 밴드가 과거를 조롱한 최근 사건일 뿐”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전력을 문제 삼은 것. 

이어 성명은 ”이 밴드의 멤버는 과거 나치SS(슈츠슈타펠, 무장친위대)의 로고가 세겨진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무장친위대는 2차세계대전 당시 6백만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치 스와스티카와 기괴하게 닮은 깃발을 휘두르는 무대도 있다”며 방탄소년단과 서태지의 콜라보 무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1. 나치 모자

나치 모자 사진은 사실일까? 방탄소년단의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랩몬스터가 쓴 모자 사진이 날조된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이걸로 BTS가 나치 모자를 썼다는 기사를 쓰면 안 됨. 레딧이 소스인데 이 이미지들은 이미 조작으로 판명이 남. 오리지널 이미지를 보면 스와스티카가 아님.”

허프포스트는 이 사진이 지금은 폐간한 10대 패션잡지의 2014년 10월호에 실린 것으로 파악했으며 트위터에 떠돌고 있는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잡지의 홈페이지에 아직 올라와 있는 사진의 크레딧에는 ”카무플라주 햇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화보가 풀리고 당시 방탄 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이 사과했고 이 모자를 씌운 스타일리스트가 해고당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의 공식 답변은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한국 패션 잡지의 스타일리스트는 개인으로 활동해 ‘잡지사에서 해고’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허프포스트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과 직접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직 닿지 않았다. 

다만 한국 패션 매거진의 일반적인 촬영 환경을 생각해보면, 촬영 현장에서 유명세가 없는 신인 그룹에겐 스타일리스트나 잡지사 에디터가 주는 옷 외에 선택의 폭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종 사진을 결정하는 데 역시 소속사나 아티스트보다는 잡지 편집부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데뷔 2년차였고, 이 모자가 스타일리스트의 소장품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와스티카 문양이 맞다고 하더라도 지몬비젠탈센터 측의 주장처럼 랩몬스터가 ‘희생자를 조롱‘하려 했다거나 ‘과거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CECI/mnbmagazine.joins.com

아래는 당시 이 잡지의 지면을 한 블로거가 스캔해 웹에 올린 것으로 이 지면에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으로 되어 있다. 

ⓒCECI/hish***스캔/캡처

2. 나치 문양을 닮은 깃발

지몬비젠탈센터 측이 성명에서 ‘나치의 스와스티카와 닮은 깃발‘이라 표현한 무대 역시 과거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깃발은 지난 10월 공개된 서태지 25주년 기념 블루레이 발매 선공개 영상에 등장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노래 ‘교실 이데아’ 공연의 소품이다. 

ⓒseotaiji/youtube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을 나치의 파시즘에 빗대고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학교로 바꿔 깃발 가운데 위치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래 확대 사진을 보면 가운데에 학교를 상징하는 심벌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주위로 3,6,9,12의 로마 문자가 그려져 있다. 꽉 막힌 시간표에 맞춰 살아야 하는 한국 학생들이라면 무슨 의미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상징이다. 아래는 이 노래 가사의 일부다.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것만 집어넣고 있어

ⓒSeotaiji/Youtube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최근 멤버 중 하나가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 사건을 두고 한국 내에서도 그런 옷을 입은 것 자체가 ‘잘못된 애국심’ 혹은 ‘부적합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있다. 또한 과거에 이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취소한 일본 방송사 측의 대응이 옹졸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랩몬스터가 2014년에 쓴 모자나, 서태지와의 교실 이데아 합동 공연은 이런 논란과 함께 묶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사건을 ‘과거를 향한 조롱’으로 묶어 이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은 잘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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