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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대 자본주의

ⓒThe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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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29살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의료보험 확대, 대학 무상교육 그리고 최저임금 15달러 등 급진적 공약을 내걸고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2016년 대선 때 샌더스 후보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그녀는 얼마 전까지 바텐더였지만, 지난 6월 10선의 민주당 하원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불평등에 맞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미국 민주당의 최근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로 앞서고 있지만, 좌파인 샌더스와 워런 등의 인기가 젊은 층에서 높다. 이들은 정부의 역할과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진보적인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샌더스나 부커 등이 제시하는 연방정부 일자리보장제는 실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로서 완전고용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다. 비용과 일자리의 내용 등을 둘러싸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노동자들의 협상력과 임금을 높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한편 워런은 대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운영된다는 것을 명시하여 법인 자격을 연방정부로부터 인가받도록 하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며 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하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 법’을 제안했다. 이는 그녀의 말대로 자본과 노동 사이의 세력 균형을 위해 새로운 딜을 제안한 것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8년 대선 때 월가의 금융가들로부터 공화당 후보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았지만, 이제 민주당 정치인들은 기업의 정치적 후원을 줄이고 중하위층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서양 건너에는 코빈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 있다. 최근 노동당 그림자내각의 재무장관 맥도널은 ‘포용적 소유기금’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이 매년 일정 지분을 이 기금에 이전하도록 하여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영국판 경제민주화 구상이다. 기업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그는 이 제도가 기업의 장기적 의사결정과 투자를 촉진하고 불평등을 개선할 것이라 반박한다. 실제로 종업원주식보유제를 시행한 기업들이 임금 격차가 낮고 생산성 등 성과가 높다는 것이다.

정작 유럽 대륙에서는 기존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지리멸렬이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좌파세력이 인기를 끌며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강제하는 긴축에 저항하며 재정확장과 부자증세 그리고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진보좌파의 부상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하여 득세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과 대비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에 따르면 세계화의 폭주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1990년대 제3의 길을 추구한 중도좌파 정부가 재정 건전성과 규제 완화에 경도되어 실패했으며, 이제 진보적 포퓰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다음 미국 대선에서 좌파 민주당 후보가 선출되고 당선되는 것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연 서구에서 이들 좌파가 집권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황금기와 이후의 자본주의 역사가 보여주듯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성장도 분배도 실패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제 다시 화두는 자본주의 대 민주주의이며, 미래는 진보의 비전과 정책이 얼마나 정치적 지지를 얻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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