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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2일 18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12일 18시 08분 KST

어느새 다가온 반려견의 노화

​행복한 순간 - 일곱 살 된 치와와를 기르는 스물일곱 살 여성으로부터

나는 틈만 나면 평소 내가 부러워하던 장소에 가서 ‘#화제의 팬케이크, #맛도 모양도 일품!’, ‘#해변에서 최고의 친구들과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건배!’, ‘#인생 최고의 세미나! #뒤풀이에도 참가합니다!’, ‘#이런 경치를 볼 때까지 죽지 않아서 진심으로 다행’ 등등의 댓글을 달며 행복한 순간만을 골라 SNS에 올리는 데 열중했습니다.

물론 “한 번뿐인 인생이니 할 수 있는 한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기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충실하고 싶었다기보다 ‘충실한 나’를 남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종의 관심병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아무리 즐거운 일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것을 봐도 내 글이나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사람들이 많아야 텅 빈 마음이 채워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애견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때였습니다.
밤늦게 내가 퇴근하고 맨션에 돌아오면 치와와 ‘릴로’는 늘 현관 앞까지 내 양말을 물고 와서 맞이해 주었습니다. 종일 책상에 앉아 일을 한 탓에 발이 찼는데 그런 날에 이따금 릴로가 털양말을 물어서 가져다 준 것을 칭찬했더니 매일 밤, 짧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내 양말을 물고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릴로의 모습을 지체 없이 촬영하여 SNS에 올리면 바로 “아유 똑똑해라!”, “안고 싶어!”, “너무 귀여워!”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나는 그때마다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오늘은 댓글이 몇 개 달렸을까? 하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는데 릴로의 사진에 달린 댓글 중에 마음에 걸리는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본 거라면 미안해요. 릴로의 눈이 하얗게 흐려지지 않았어요?”
어?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당황해서 릴로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확실히 검은 눈동자의 표면에 엷은 막이 덮여 있었습니다. 신경이 쓰여서 인터넷에서 같은 증상을 조사해 보았더니 ‘백내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동요했으나 ‘설마 그럴 리가 없어’라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날도 릴로는 틀림없이 양말을 물고 와주었고, 좋아하는 생식 타입의 개사료도 전부 먹어 치웠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으며 지금도 이렇게 무릎 위에 앉아서 응석을 부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음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제 바람과는 달리 수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눈이 보이지 않은 지 1년쯤 지났을 겁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왜? 릴로는 집에서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지냈는데. 매일 양말도 물어다 주었는데. 혼란스러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나를 보고 수의사 선생님은 다정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개는 후각이 발달했습니다. 익숙한 집안에서라면 후각을 이용해서 평소처럼 지낼 수 있었을 거예요.”

확실히 진찰실에 있는 릴로는 발을 후들후들 떨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절대 보인 적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날마다 산책하고 놀아 주었나요?”

수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을 비울 때가 많았고, 집에 있어도 스마트폰만 보며 릴로는 방치해 둔 때가 많았으니까요.

“이 아이는 분명히 주인과 놀고 싶어서, 주인이 놀아 주었으면 해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최선을 다했을 거예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주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애쓰며 평소와 다름없이 씩씩하게 행동하려고 했을 겁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너무나 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릴로는 나를 원망할까요?”

“그럴 리가요.” 수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개는 주인을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매일 양말을 물어다 줬다고 말씀하셨죠. 칭찬해 주셨습니까?”

“……네.”

“이 아이는 분명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거예요. 주인이 행복한 것 같은 분위기만 느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겁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는데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는 왜 지금까지 릴로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쭉 릴로를 지켜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하루에 몇 번 정도 그것도 수 초밖에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릴로가 백내장에 걸린 걸 알고 나는 SNS와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 하던 맛집 탐방도, 여행도, 스터디도 일절 그만두었습니다.

그 대신 내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구 모서리에 쿠션을 대고, 릴로가 걷기 편하게 머리를 짜냈습니다. 그리고 일이 없는 날은 되도록 빨리 집에 돌아와서 릴로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현관문을 조용히 열면 양말을 문 릴로가 종종걸음으로 내 발밑으로 달려옵니다.

릴로의 조그만 몸을 안아 올리면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절대 느끼지 못했던 체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해 줍니다.

“어머 똑똑해라!” “꼭 안아 주고 싶어!” “아유 귀여워!”

그러면 릴로는 꼬리를 흔들면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봅니다.

​* 반려인들을 위한 공감 안내서 ‘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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