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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미국 법원이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폐지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정부는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 허완
  • 입력 2018.11.09 12:37
  • 수정 2018.11.09 12:39
ⓒAmr Alfiky / Reuters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정책(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을 폐지하려던 트럼프 정부에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제9항소법원은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적 분쟁이 모두 마무리 될 때까지는 기존 DACA 대상자들을 추방해서는 안 되며, 이들의 갱신 신청을 계속 받아야 한다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윌리엄 앨서프 판사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DACA 도입이 위헌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히스패닉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이를 폐지하려는 원고(트럼프 정부) 측의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한 보호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행정부는 이 나라의 이민 법 시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의 오늘 결정은 그 권한을 제한하는 게 아니며, 오히려 법적 오해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대중에 책임 있는 방식으로 권한이 행사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법원 판결문 중 일부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DACA는 어떤 정책인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2년에 도입된 DACA는 비합법적으로 입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청년들에게 취업허가나 학업 기회를 부여하고 이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정책이다. 중·경범죄 기록이 없고 나이 및 체류기간 등의 자격을 갖춘 이들에 한해 신청 자격이 주어지며, 2년 마다 갱신할 수 있다. 다만 시민권 취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초 오바마 정부는 법안(‘Dream Act’)을 통해 이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상원에서 거듭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내용을 약간 손질해 행정지침 형식으로 이 정책을 시행했다. 2012년 8월부터 신청자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70만명이 이 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중 대부분은 멕시코 출신이며 한국인도 약 1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애초 제출됐던 법안의 이름을 따서 ‘드리머(Dreamer)’로 불린다.

이 정책은 미등록 이민자 가정의 임금 상승과 실업률 감소, 빈곤율 감소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의회 동의를 받지 않은 이 정책이 대통령의 행정적 권한을 넘어서는 위헌적 조치이며, 이 ‘드리머’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해왔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DACA를 둘러싼 법적 분쟁

오바마 정부는 2014년 DACA 신청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이민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했거나 영주권을 얻은 자녀를 둔 비합법 이민자 부모의 추방을 유예하는 정책(DAPA; Deferred Action for Parental Accountability)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텍사스 등 공화당 주지사들이 있는 25개주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DACA 확대와 DAPA 도입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냈다. 이후 2015년 DACA 확대와 DAPA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판결에 오바마 정부가 항소하면서 사건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급사로 8인 체제가 된 대법원은 정확히 4대 4로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새로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2017년 6월 DAPA를 우선 폐지했고, 3개월 뒤에는 DACA마저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7일 사임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은 당시 폐지 방침을 발표하며 의회가 대체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끝내 대체 법안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DACA 폐지를 중단하라며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하급 법원들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가처분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 뉴욕과 워싱턴DC 등의 연방법원들로 사건이 넘어온 상태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상급 연방법원에서 나온 첫 판결이라고 NYT는 전했다. 앞선 판결에 따라 현재 신규 신청은 중단됐지만 기존 DACA 수혜자들은 계속해서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미처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은 현재 적발되면 언제든 추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드리머’들의 운명은?

DACA 관련 소송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게 확실시 된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 5일, DACA 폐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려줄 것을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연방대법원이 사건에 개입해 신속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 

이같은 요청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이와 비슷한 트럼프 정부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하급심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제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고, 트럼프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종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현재 진보4 대 보수5 구도로 짜여져 있으며, 트럼프 정부 들어 한층 보수 색채가 짙어졌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스윙 보트’ 역할을 해왔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은퇴한 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가 임명됐기 때문. 스칼리아 대법관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닐 고서치 역시 보수 성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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