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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의 의미 : 트럼프는 건재하고, 민주당은 아직 멀었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지지층이 꽤 견고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 허완
  • 입력 2018.11.08 18:35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민주당 바람이 어느 정도 불긴 불었는데, 태풍은 아니었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과 공화당의 상원 유지로 끝난 2018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 중 하나로 ‘블루 웨이브(blue wave)’의 규모를 진단한 뉴욕타임스(NYT)의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몇 가지 숫자를 살펴보자. 민주당은 하원에서 28석을 늘린 223석을 차지해 과반의석(218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했던 31개 지역에서 의석을 빼앗아왔고, 공화당은 3개 지역을 민주당으로부터 탈환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2석을 늘려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공화당은 노스다코타, 인디애나, 미주리에서 민주당 의석을 빼앗았고, 민주당은 네바다에서 공화당의 의석을 가져왔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7개주(일리노이, 뉴멕시코, 메인, 네바다, 미시건, 위스콘신, 캔사스)를 되찾아왔고, 공화당은 알래스카를 탈환했다. 공화당은 조지아주에서도 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자리를 지켜냈다.

민주당으로서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무려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회복했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기존 구도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잃어버렸던 ‘블루 월(blue wall)’ 일부 지역(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에서 상원 의석과 주지사직을 확보했다. CNN은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aron P. Bernstein via Getty Images

 

트럼프와 공화당의 ‘선방’

전통적으로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탓에 일종의 정권 심판론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첫 임기에 치러졌던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6석, 하원 63석, 주지사 6곳을 공화당에 내줬다. 두 번째 임기 중간선거(2014년)에서는 상원 8석, 하원 13석을 잃어 공화당에 상원과 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내줬고, 주지사 3곳을 잃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나름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상원에서는 의석수를 오히려 더 늘린 데다 하원에서도 28석을 내주는 데 그쳤기 때문. 

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양당이 번갈아 가며 승리해왔던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 중 배정된 선거인단 규모가 커 핵심으로 꼽히는 플로리다, 오하이오에서 승리를 지켜냈다. 이 두 곳은 오바마가 대선에서 두 번 모두 승리했지만 2016년에는 트럼프에게 넘어갔던 지역이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에게는 긍정적인 결과다.

공화당의 상원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주요 후보자들, 보수성향 대법관들의 의회 통과도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임신중단권에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이 상원의원(미주리, 인디애나, 노스다코타)과 주지사(아이오와, 플로리다, 조지아, 오하이오)에 대거 당선된 것도 공화당에게는 ‘승리’라고 할 수 있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 

트럼프이 역대 가장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통령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중간선거는 그의 반대파 만큼이나 트럼프의 지지층이 꽤 견고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민주당이 트럼프의 지지층에 균열을 내려면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NYT 칼럼니스트 다니엘 매카시는 트럼프가 ”널리 증오 받고 우려의 대상이지만 또한 그는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깊이 사랑받는 인물”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국가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낮은 세금과 규제 완화, 더 보수적인 법관들을 원하는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들” 사이에서도 그의 인기가 견고하다는 것.

2018 선거 결과가 확인시켜준 게 있다면, 트럼프주의(Trumpism), 혹은 적어도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같은 핵심 대선 격전지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적의를 품은 전 공화당 지지자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처럼 정말로 트럼프가 절망적인 실패자라면, 공화당은 우호적인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실 훨씬 더 나쁜 성적을 거뒀어야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 11월7일)

아이오와주에서 현직 공화당을 꺾고 주 정부 감사에 당선된 롭 샌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민주당이 시골(rural) 지역을 공략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시골 주민들은 종종 자신들의 마을과 생활 수준이 25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민주당은 여전히 고학력,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와 교외지역을 뺀 시골 지역에서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스는 ‘공화당 주, 민주당 주’라는 기존의 분류 대신 이제는 주 내부에서 목격되는 도시-시골 간 차이가 두 당의 지지층을 가르고 있다고 짚었다.

교외 지역(suburbs)에 대한 민주당의 진출은 시골 지역에서 공화당이 크게 이기면서 상쇄됐다. 2012년에 미주리주에서 민주당 클레어 맥카스킬 상원의원은 시골 지역인 샐린 카운티에서 22.5%p 차이로 이겼다. 2018년에는 21.4%p 차로 졌고, 비슷한 시골 지역들이 돌아서면서 끝내 재선에 실패했다.

이러한 결과는 전국적으로 살펴봤을 때 다른 곳과 일맥상통한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고학력 백인과 라티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심과 교외지역에서 그동안의 성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공화당은 플로리다의 덜 교육받은, 문화적으로 더 남부적인 시골 지역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둔 덕분에 모두 승리를 거뒀다. (복스 11월7일)  

물론 공화당에게도 고민이 있긴 하다. WSJ은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인구에서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고령층, 시골, 저학력 백인들의 지지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2016년 대선 이후 공화당을 등지고 넘어온 백인 고학력(고소득) 지지층을 기존 지지층과 묶어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는 민주당이 더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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