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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스 법무장관이 사임했다. 이제 트럼프는 '러시아 특검'을 손 보려 한다.

트럼프는 특검을 비판해왔던 인물을 직무대행에 지명했다.

  • 허완
  • 입력 2018.11.08 12:35
  • 수정 2018.11.08 13:33
ⓒANDREW CABALLERO-REYNOLDS via Getty Images

미국 트럼프 정부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집행자.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 ‘용서’하지 않은 인물.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사실상의 해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강하게 비난해왔던 ‘충성파’를 직무대행에 앉혔다. 

세션스는 사임서에서 법무장관직을 맡는 동안 ”대통령 선거운동의 핵심을 이뤘던 사법질서에 기반한 법 집행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법무부가 ”법적으로 또 공격적으로 이 정부의 정책 목표를 진전시켜왔다”고 자평했다. ”우리는 우리 국경을 오가며 폭력과 죽음을 몰고온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는 갱들을 붙잡아 국가안보를 지켰다. 이민자 단속을 복구하는 데 있어 우리의 역할을 했다.”

 

ⓒANDREW CABALLERO-REYNOLDS via Getty Images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집행자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첫 상원의원이었던 세션스는 의원 시절부터 강경한 이민정책을 주장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일생 일대의 기회”로 여겼던 법무장관 자리에 오른 뒤 가장 집중한 분야도 바로 이민 정책이다.

법무부는 이민 관련 재판들을 다루는 이민법원을 지휘한다. 일반 법원이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과는 달리, 이민법원은 법무부가 행정 권한을 발동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세션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이민법원들이 이민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지휘했다. 취하된 사건들에 대한 재판 재개를 지시했고, 매듭지어졌던 결정들을 기각했으며, 판사들이 빠른 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해 소송을 제기한 이민자들의 ‘시간 벌기’를 막았다.

또 그는 ‘무관용 원칙‘을 도입해 불법 입국하다가 체포된 모든 사람들을 기소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강제로 헤어지는(family separation) 일들이 속출했다. 세션스는 불법 입국 이민자들을 추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른바 ‘이민 피난처 도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유명하다. 

세션스의 법무부는 7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청년 이민자들(Dreamers)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던 정책(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자녀를 둔 미등록 부모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정책(DAPA; Deferred Action for Parental Accountability)폐지를 주도하기도 했다. 

신념으로 똘똘뭉친 세션스가 없었다면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도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트럼프에게 공개 모욕을 당했던 장관 

그러나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2개월 만인 2017년 3월,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게 컸다.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사실을 숨겼던 일이 드러났기 때문에 당시 세션스로서도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때부터 세션스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가 수사에서 손을 떼면서 결국 로버트 뮬러 특검 출범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세션스가 수사 지휘권을 기피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그를 법무장관에 앉히지 않았을 거라며 대놓고,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그를 모욕했다. 사임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 때 세션스는 ‘이렇게 수치스러운 순간은 없었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문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백악관 참모들이 트럼프를 만류한 끝에 자리를 지켰다.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그의 임기를 연장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그가 사임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세션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둘러싼 모든 논란과 자신에 대한 대통령의 공격(이전까지는 본 적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이었다)을 감내하는 대신,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반(反)이민 정책들을 조용히, 차근차근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후임이 누가 되든, 강경한 이민 정책들은 세션스의 유산으로 남게 됐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세션스 다음은 뮬러 특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세션스 사임을 전하며 법무장관 직무대행으로 매튜 휘태커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는 차관(겸 연방 부검찰총장)인 로드 로젠스타인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직무대행을 새로 임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로젠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직 박탈 모의’ 주동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아이오와주 연방 검사 출신인 휘태커는 2017년 9월부터 세션스 법무장관 비서실장으로 일해 왔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뮬러 특검을 비판해왔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휘태커는 지난해 8월 CNN 칼럼에서 뮬러 특검이 트럼프 일가의 사업을 파헤치는 건 수사 범위를 넘는 것이자 ”마녀사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휘태커는 2017년 7월 CNN 인터뷰에서 세션스 장관의 후임이 뮬러 특검을 해임하지 않더라도 ”예산을 매우 낮게 삭감해 수사가 거의 멈추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세션스와 로젠스타인을 대신해 특검 수사를 지휘하는 건 물론, 특검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 중간선거 결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이론적으로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거나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트럼프는 특검 수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인물을 지체없이 법무부 수장에 앉혀버렸다. 

민주당은 휘태커가 특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혀왔다는 점을 들어 그가 세션스처럼 수사지휘권 기피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마크 워너(민주당, 버지니아) 상원 정보위원회 부의장도 ”휘태커는 (특검 수사 지휘권에서) 스스로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해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률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트럼프는 자신에게 특검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해임이 아니더라도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어떻게든 손 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그에게 휘태커라는 충직한 ‘도구’가 생겼으니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하원의 권력을 이용해 ‘러시아 스캔들’ 재조사에 나설 경우 ”전쟁의 자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이 그런 게임을 벌일 수 있지만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미국 상원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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