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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은 원칙적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음성권 침해'

한국에서는 상호간의 대화를 동의없이 녹음하는 것이 ‘합법‘인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가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음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Roman Didkivskyi via Getty Images

 

이 판결의 취지는 한 중학교 교사 A씨가 같은 학교 교사 B씨를 상대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등장한다.

A씨는 교무실에서 B씨와 다툼을 벌이다 ”나가라”는 등 소리를 쳤고 B씨는 휴대폰으로 A씨의 음성을 녹음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녹음 중인 휴대폰을 빼앗으며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상대방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음성권 침해‘라는 내용으로 판결했다. 판사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를 들며 음성권을 인격권에서 파생된 기본권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재생·녹취·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기에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녹음한 B씨의 행위에 대해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비밀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 받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정리하자면 원칙적으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녹음자에게 그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또 녹음의 내용 또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경우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한 법원 관계자는 ”최근 통화중이나 일상에서도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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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기본권 #음성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