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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권력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은 '경제 포퓰리즘'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8.11.06 14:55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이 위스콘신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랜디 브라이스(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다. 브라이스 후보는 생활임금 보장 등의 정책을 내걸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이 지역구에서 53%대 42%로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다. 2018년 10월22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이 위스콘신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랜디 브라이스(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다. 브라이스 후보는 생활임금 보장 등의 정책을 내걸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이 지역구에서 53%대 42%로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다. 2018년 10월22일. ⓒ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 더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좀 더 가운데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나는 민주당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에 있어 포퓰리스트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 이유는? 그건 (1) 미국에 급진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경제이고, (2) 클린턴-오바마의 민주당이 영혼을 잃은 곳이 경제이며 (3)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로 선거를 치른다면 그건 바로 트럼프의 공포 장사에 말려드는 길인 데다 (4) 경제적 포퓰리즘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노동자들끼리 서로 싸우는 대신 모든 인종의 노동자들이 경제적 수구파에 맞서도록 하는 정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노동자(working people)는 ‘노동 계급’(working class)과는 다르다. 노동 계급이란 말은 보통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키지만, 여기서의 노동자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며 엄청난 부자가 아닌 모든 이들을 가리킨다. 민주당은 이러한 계급 정치를 이길 수 있고, 또 이겨야 한다. 또한 이런 정치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넌더리가 나서 트럼프를 찍었던 유권자들 일부를 민주당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게 해준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를 ‘우리 대 그들(us vs them)‘의 선거로 만들려고 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무슬림,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민자들이었다. 하지만 진짜 ‘우리 대 그들‘은 ‘모든 사람 대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이다. 

펜실베니아 제11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제스 킹은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세워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지역구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60%대 36%로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던 곳이다.
펜실베니아 제11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제스 킹은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세워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지역구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60%대 36%로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던 곳이다. ⓒAssociated Press

 

미국 경제가 나아졌기 때문에 민주당이 경제 사정에 대한 이슈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위기 이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 한 세대 전에 비해 경제는 보통 사람들에게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 그게 바로 트럼프주의(Trumpism)의 깊은 원천이다.

백인 노동 계급이 대부분 인종차별주의자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그들을 버리고 이른바 ”새롭게 떠오르는 유권자들”, 즉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라틴계, 기타 이민자 집단들, 진보적 전문직들, 이상주의적 젊은이들, LGBTQ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착각이다.

백인 노동 계급은 전국 유권자의 30%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아이오와, 인디애나주에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펜실베이니아 서부에서는 백인 노동 계급이 유권자의 60%가 넘는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는 소수집단들을 모아서 간신히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니라 압승을 거둘 필요가 있으므로, 백인 노동 계급을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노동 계급의 상당수에게 등을 돌린 민주당이라면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것이다.

써드 웨이(Third Way) 등 기업친화적 민주당원(corporate Democrats 대기업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주당원들을 지칭)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정반대의 주장을 편다. 유권자들이 진보보다는 중도파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에서 경제적 진보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름들 밑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수호 및 확대, 최저임금 상승을 지지한다. 만약 그게 중도의 정의(definition)이라면, 한 번 해 보자.

아이오와주 제4 선거구 하원의원 후보 JD 스홀턴(민주당). 그는 건강보험 확대를 비롯한 진보적 경제정책을 내걸고 있다. 2016 대선 당시 이 지역구는 61%대 34%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다. 
아이오와주 제4 선거구 하원의원 후보 JD 스홀턴(민주당). 그는 건강보험 확대를 비롯한 진보적 경제정책을 내걸고 있다. 2016 대선 당시 이 지역구는 61%대 34%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다.  ⓒGetty Editorial

 

민주당이 정말로 정권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를 찍은 노동 계급 유권자들을 되찾아오는 것 뿐일 것이다. 전부가 아니라도, 15%나 20%만 가져와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그들의 경제 사정을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지는 말라.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고, 승리한 민주당 후보 중 누가 경제적 진보를 내세웠는지를 보라.

진보적변화연구소(The Progressive Change Institute)는 민주당 후보 142명을 초당파적인 쿡정치보고서(Cook Political Report)의 순위에 기반해 분석했다. 민주당 의회 선거대책위원회 자료도 참조했다. 그리고 건강보험, 사회보장 확대 등의 이슈에 기반해 어떤 민주당 후보가 경제적 진보로 간주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이러한 지표를 사용했을 때, 쿡 보고서가 꼽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하원의원 선거구 69곳 중 민주당 후보 52명, 즉 75% 이상이 경제적 진보를 내세운 후보였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면 이 후보들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 곳이라 하더라도, 분명한 진보적 경제 메시지를 통해 후보들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2016년이나 2014년의 민주당 성적과 비교할 수는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두 종류의 하원의원 선거가 치러진다고 봐도 좋다. 트럼프의 천박함, 폭력 용납, 이민자 이용, 멕시코 국경 어린이 수용소에 역겨움을 느끼는 상류층 공화당 성향 교외 지역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중도파든 진보파든 의석을 조금은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를 선택했던 노동 계급 지역 의석은 경제 포퓰리스트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2020년 대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때면,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노선이 중도이냐 진보이냐에 대한 논의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가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에 실린 칼럼 Should Democrats Keep Running To The Left? Tuesday Will Tel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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