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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완공될 세종시 새 정부청사 건물 공모전이 '작전' 의혹 받는 이유

저층형? 고층형?

  • 박수진
  • 입력 2018.11.06 12:09
  • 수정 2019.01.10 13:49

지금 정부는 세종시 청사의 가운데 빈 터에 새로운 청사를 세우려고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새 청사 건물의 설계안을 공모했고, 지난 10월 31일 당선작이 발표됐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당선작에 공모전 심사위원장이었던 김인철 건축가(아르키움 대표)가 ‘작전’ 의혹을 제기했다. “2차 투표에서 행정안전부가 의도했던 대로 표를 몰아 결과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그는 항의와 함께 심사위원장직과 행정도시청 총괄건축가직에서 사퇴했다. 

 

1. 전 심사위원장: ”‘작전’이어도 좋은 설계안이었으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설계안이 뽑혔다.”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 국제설계공모전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
정부세종청사 새 청사 국제설계공모전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 ⓒ아르키움 제공

김인철 전 심사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건축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작전’이 있었더라도 좋은 설계안이 뽑혔으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안이 뽑혀 내가 사퇴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애초 마스터플랜의 목표가 세종청사 가운데를 비우는 것이라 건물을 짓더라도 되도록 공간을 비어보이게 해야 한다”며 “그래서 세종청사 가운데에 고층 건물을 세우는 안에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독특한 형태의 기존 정부세종청사 건축물이 있으므로 새 청사는 거기에 ‘화룡점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점을 엉터리로 찍는 바람에 세종청사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1월 6일)

 

2. 저층형이냐 고층형이냐

두 설계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건물이 ‘저층형‘이냐, ‘고층형’이냐다. 신청사의 위치는 총 길이가 3.5km에 이르는 기존 청사의 가운데 빈 공간이다.

연면적 약 60만㎡ 규모로 2014년 12월에 준공되어, 42개 정부기관이 들어와 있다.
연면적 약 60만㎡ 규모로 2014년 12월에 준공되어, 42개 정부기관이 들어와 있다. ⓒ현 세종정부청사의 모습

아래는 심사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한 최종 당선작,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또다른 공모작의 조감도다.

'고층형'으로 지어진 공모전 당선안.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낸 ‘세종 시티 코어’(Sejong City Core)란 작품이다. <a href='http://www.naacc.go.kr/sub.do?menu_id=report'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 data-rapid-elm='context_link' data-rapid-sec='{"entry-text":"entry-text"}'></div>행복청은 당선작에 대해 </a>”정부세종청사의 새로운 구심점 구축을 통해 전체 행정타운의 완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층형'으로 지어진 공모전 당선안.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낸 ‘세종 시티 코어’(Sejong City Core)란 작품이다. 행복청은 당선작에 대해 ”정부세종청사의 새로운 구심점 구축을 통해 전체 행정타운의 완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행복청 제공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밀려난 '저층형' 건물 설계안.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밀려난 '저층형' 건물 설계안. ⓒ행복청 제공

김인철 전 심사위원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선작처럼 세종시의 도시계획과 어울리지 않는 타워형 건물은 애초부터 배제하고,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저층형 건물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심사날 아침부터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행정안전부의 공무원이 ‘행안부‘에서 응모작을 자체 회람한 결과 타워형 건물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흘렸다”고 말했다. 

″지금 세종시 정부청사의 가장 중요한 컨셉트는 평평한 ‘플랫 시티(Flat City)’이자, 연결됐다는 ‘링크시티(Link City)’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다 고층 빌딩을 세운다고? 완전히 세종시 자체를 실패작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게 들어서면 세종시는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다. 애초의 컨셉트가 일괄되게 유지되지 못하고 훼손되기도 했지만, 현재를 보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안을 뽑아야했다. 그런데 ‘문제 많으니까 더는 이렇게 안 짓고 우리 식으로 지을래’라고 하면 되겠나. 세계 어느 도시계획가가 봐도 웃을 일이다.”(중앙일보 10월31일)

 

3.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현재 당선작대로 하면 세종청사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 ⓒ한겨레

승효상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도 이같은 논란이 나온 지 4일 만에 입장을 밝혔다.

승위원장은 6일 한겨레에 ″기존 청사의 불합리한 점을 보완활 기회인데, 그 기회가 무산된 것 같다”며 ”정식으로 보고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안대로 건축되면) 정부세종청사 전체가 ‘불구’가 될 수 있다”며 당선된 설계안이 세종시 전체 컨셉과 맞지 않으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했다.

또 ″정부청사 등 공공 건축의 설계안 공모 방식에 대해서도 그동안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므로 이번에 가장 타당한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4. 행복청: ”고층건물 원한 건 사실이지만 심사의견일뿐,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1일 김 전 심사위원장의 사퇴 및 주장과 관련해 ”정부세종 신청사 설계공모는 국토부「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준수하였고,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진행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었으며, 당선작 선정의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층건물을 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각자 설계작품에 대한 의견과 소신을 피력했고, 행안부 공무원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관리자와 사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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