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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주목한 한국의 '죽은 개 복제 사업'

반려인의 유약함을 노린다

  • 박세회
  • 입력 2018.11.06 12:23
  • 수정 2018.11.06 14:10
수암연구원 영문 홈페이지.
수암연구원 영문 홈페이지. ⓒ수암생명공학연구원 홈페이지

반려견 복제 사업 회사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영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팝업 창에 이런 문구가 뜬다.

″만약 당신의 반려견이 죽었다면 사체를 절대 냉동실에 넣지 마세요. 그리고 아래 절차에 따라 행동하세요.”

1. 개의 몸 전체를 젖은 수건으로 감싸세요.

2. 냉장고에 넣고 차갑게 식히세요.

* 건강하게 활성화된 세포로 복제에 성공하려면 남은 시간은 대략 5일입니다.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초기 단계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함께 하던 개가 죽었다. 5일의 시간이 남았다. 반려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유약하다.

지난 5일 이 연구원의 복제사업을 일본의 MBS(마이니치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한국 서울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병원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곳에서 복제 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라고 해설자는 말한다.

방송이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았을 당시 연구원에 케어 룸엔 약 30마리의 복제 개가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생 후 각종 백신을 접종하고 검역 절차를 거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 사망한 개의 체세포로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 개 한 마리를 분양받기 위해 의뢰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000만엔(국내 보도로는 1억2천만원)이다.

복제 개를 만드는 과정에는 또 다른 개가 필요하다. 사망한 반려견의 살아있는 체세포에서 유전정보가 들어간 핵을 빼낸다. 대리모가 되는 암캐의 난자를 꺼내 난자의 핵을 제거한다. 이 자리에 사망한 반려견의 핵을 넣는다. 복제하고자 하는 개의 유전 정보만 가진 배아가 탄생한다. 

이 배아를 대리모가 되는 개의 자궁에 넣어 착상시키고 착상을 확인한 후 한 달 후에 초음파로 확인한다. 개의 임신 기간은 약 2달여. 제왕절개를 통해 대리모가 된 개의 배에서 의뢰인이 의뢰한 개와 유전정보가 동일한 태아가 탄생한다.

의뢰인의 입장에선 사망한 내 개의 강아지 적 모습과 똑같은 개를 두 달 만에 만날 수 있다.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복제 개 사업을 시작한 지는 벌써 10년째. 지금까지 만들어낸 개는 약 1300마리다. 방송에 나온 한 연구원은 ”국내 의뢰는 거의 없고 북미가 50%, 다른 나라가 50%라고 말한다.

ⓒMBS 캡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실질적 리더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책임연구원(박사)이다. 그는 2005년 세계 최초로 복제견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줄기세포 파문 이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이를 사업화했다. KBS의 2016년 보도를 보면 2008년부터 반려견 복제 사업을 시작해, 주인이 의뢰한 반려견의 유전자를 복제한 ‘클론 개’를 제공하고 있다.

MBS와의 인터뷰에서 왕재웅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아무래도 처음에는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힌다”라며 ”인공 수정이 처음 시행됐을 때도 ‘사탄의 짓이다‘, ‘신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간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빈약한 논의 

KBS이 취재한 수암생명공학 연구원의 복제 강아지. 
KBS이 취재한 수암생명공학 연구원의 복제 강아지.  ⓒKBS 방송 캡처

반려견 복제에 대한 보도는 많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국외에 비하면 빈약하고, 간혹 등장하는 보도도 해당 기술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YTN 뉴스는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복제한 개가 인명 구조견 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체의 우수한 형질을 물려받아 평가에 합격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

사망한 반려견을 복제하는 데 주목한 기사도 있다. KBS는 2016년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기사에서 당시까지 ”반려견을 복제해간 사람은 모두 100여 명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의뢰인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 복제에 대한 반대는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된다. 먼저 반려인의 행복을 위해서 수 많은 개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 문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 존 웨스텐딕은 자신의 저서 ‘개 주식회사’(Dog, Inc)에서 ”한국에서 복제 개 5마리와 복제 고양이 11마리를 얻기 위해 319마리의 난자와, 214마리의 대리모, 3,656개의 배아가 사용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생명 윤리의 측면도 있다. 개와 고양이를 통해 반려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이 인간 복제의 전 단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개를 복제하는 것과 거의 같은 과정을 거쳐 사람의 태아를 복제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논의가 빈약하다 보니 큰 소란 없이 이를 국책 사업화할 뻔한 일도 있었다. 올해 초 농촌진흥청은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기술 개발사업’ 시해에 앞서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를 사업단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5개년 연구에 연간 지원 예산만 총 43억 5000만원인 이 사업에 당초 제시된 2대 연구영역 중 하나가 ‘반려견 복제생산기술 효율화 플랫폼 구축’이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4월 농진청 관계자는 “원래 연구 영역이던 반려견 복제는 지난해 국회 예결위에서 지적받고 빠졌다”고 밝혔으나 ‘반려견 유전자원 수집, 보존, 증식 기술 개발’이 여전히 연구 범위로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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