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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에 관한 자유한국당의 “옛날 이야기”를 살펴봤다

그 ‘옛날’은 불과 두달전이라는 것이 함정

ⓒ뉴스1

현재 소득 하위 90% 아동(만 5살 이하)한테만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내년 1월부터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한테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모든 아동한테 이를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두고 ‘무차별 퍼주기 복지’라며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180도 바뀐 덕분이다.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아동수당의 소득 기준을 없애 연령 기준에 맞는 모든 아동한테 수당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취학 전 6살까지 소득 하위 90%에게 월 10만원 지급하던 아동수당을 소득과 관계없이 6학년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이후 3년 안에 월 3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편적 아동수당 방침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아예 아동수당의 지급대상 및 규모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은 지금껏 선별적 아동수당을 강하게 주장해온 ‘옛날’ 자유한국당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당의 기조 변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옛날 이야기를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는 그만큼 국가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김 원내대표가 말한 “옛날 이야기”를 찾아봤다. 가장 가까운 ‘옛날’은 약 두 달 전, 그러니까 지난 9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 선별 비용이 10%에게 주는 돈보다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스템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초기에만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처음 도입된 아동수당의 가장 큰 쟁점은 지급 대상을 어떻게 가리느냐였다. 애초 정부는 만 5살 이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로 소득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제도가 마련되자, 이번에는 ‘선별 비용’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투입되는 나랏돈만 최대 연 1150억원이 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명수 의원은 이런 비판에 대해 ”아동수당을 전부 다 주게 되면 전체적으로 연간 기준으로 따져보면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간다. 정책 효과가 입증도 안 된 상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선택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도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재벌 손자들에게 10만원씩 더 주는데 왜 그 비용을 더 써야 하냐”며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편수당 방침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게 9월 중순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7월에도 선별적 아동수당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은수미 성남시장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은 시장이 “성남시는 상위 10%를 포함해서 0~5살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자유한국당은 7월2일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은 시장 발언은) 아동수당 100% 지급을 위한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은 “은수미 시장의 성남발 모든 아동수당 지급 추진은 전면적으로 다 실시하기 위한 꼼수”라며 “국회 합의정신을 뒤집고 더 나아가 박능후 장관 또는 청와대가 은수미 성남시장 측의 100% 지급과 관련해서 교감이 사전에 있지 않았나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한 이유는 지난 1월10일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 탓이었다. 박 장관은 그날 “소득 상위 10%에 아동수당을 안 주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면서 0~5살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선별 비용을 지급하느니, 애초 설계대로 모든 아동한테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였다.

곧바로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나섰다. 이튿날 전 대변인은 박 장관의 보편적 아동수당 주장에 대해 논평을 내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다시 아동수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포퓰리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부모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이 아동 빈곤해소를 통한 아동 행복 추구, 아동의 미래 투자라는 아동수당의 근본목적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역시 선별적 아동수당이 최선이라는 취지였다.

지난해 11월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아동수당에 관한 발언이 나왔다. 이날은 국회가 2018년도 예산 심의를 시작한 날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아동수당 관련 예산을 최저임금과 건강보험, 기초연금 등과 함께 ‘7대 퍼주기 사업’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예고했다. 아동수당은 “일단 퍼주고, 세금 올리고, 국민 울리는 문재인 정부 7대 퍼주기”라는 게 정 원내대표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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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에 관한 자유한국당의 문제제기는 예산 심의가 끝나는 날까지 이어졌다. 결국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여야 3당 원내 지도부는 같은해 12월4일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설계된 기존 정부안을 고쳐 ‘소득 하위 90%’라는 현행 기준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아동수당 제도 시행도 애초 올해 7월에서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두달 늦추기로 했다. 아동수당 지급이 9월부터 시작된 이유다.

사실 아동수당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딴죽걸기’는 그 전부터 시작됐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인은 지난해 8월16일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방안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논평을 내어 “베네수엘라 등 좌파정부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또 그는 “‘무차별적 퍼주기 복지’로 민심을 어지럽히고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을 장악해 ‘좌파장기집권’을 하자는 프로그램의 실천방안이 아닌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이렇듯 정부가 아동수당 제도 도입 방침을 처음 발표했을 때는 물론 아동수당 예산안을 처리할 때, 막대한 선별비용 논란이 불거질 때에도 줄곧 ‘선별적 아동수당’ 방침을 거듭 고집해왔다. 이런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아동수당 지급 대상과 규모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나서자 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왜 이러는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11월 5일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뒤늦게라도 보편적 아동수당에 동의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 선별적 아동수당 방침을 철회하려면 이에 따른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제시해야 할 텐데,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예산이나 남북평화기금 등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복지확대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아동수당을 차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는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 공동대표는 이를 ‘저출산 대책’의 하나라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이런저런 이름의 수당을 지급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주장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얕은 인식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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