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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전망 : 민주당은 이 역사적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동안 민주당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 허완
  • 입력 2018.11.05 15:15
  • 수정 2018.11.07 15:58
텍사스주에서 현역 공화당 상원의원 테크 크루즈에 도전하고 있는 민주당 베토 오루크 현 하원의원이 오스틴에서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8년 11월4일.
텍사스주에서 현역 공화당 상원의원 테크 크루즈에 도전하고 있는 민주당 베토 오루크 현 하원의원이 오스틴에서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8년 11월4일.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11월6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는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권위주의자이며, 그가 속한 공화당은 그를 억제하기를 거부할 뿐 아니라, 그의 가장 허무주의적인 충동을 모방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다. 중간선거의 의미는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중 최소 하나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해 의회의 공식 조사를 지휘하고 의미 있는 감시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중간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 상태에 대한 중요한 테스트이기도 하다. 11월7일 아침(현지시간)이 되어야 전체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품어볼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미국 정치에서 가장 폭발적인 힘은 공포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무관심이다. 현재까지, 미국인들은 새로워진 정치적 활력으로 트럼프 시대에 응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기 투표를 허용하는 주들에서는 이미 3000만 건 이상의 투표가 이뤄졌다. 2014년 중간선거 당시의 2050만 표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콜로라도,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가 이루어지는 스윙 스테이트에서의 새로운 유권자 등록수는 기록을 깼다.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는 2018년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열의는 4년 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소액 후원자들의 기부금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의 한 공공도서관에 마련된 조기 투표소에 붙어있는 투표 독려 스티커. 2018년 11월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의 한 공공도서관에 마련된 조기 투표소에 붙어있는 투표 독려 스티커. 2018년 11월4일. ⓒROBYN BECK via Getty Images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의 상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길 법한 현상일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민주당에 감정적 애착이 있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31개 주와 워싱턴 D.C.는 유권자 등록을 하면서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게 되어있다. 이 지역들에서 민주당은 거의 1200만 명 더 많은 유권자를 확보했다고 버지니아대 ‘정치센터(Center for Politics)’는 밝혔다. 민주당은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등 19개 주에서 공화당보다 많은 유권자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12개 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1200만이라는 숫자로는 민주당이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당에 따라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머지 19개 주 중 하와이, 워싱턴, 미네소타, 일리노이를 비롯한 상당수 주는 민주당이 견고한 우위를 보이는 곳이며, 뉴햄프셔, 오하이오, 위스콘신,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미주리, 몬태나, 앨라배마에는 현재 최소한 1명의 민주당 선출직 공무원이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 등록 때 지지 정당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 이 19개 주 중 민주당 상원의원이나 주지사가 없는 곳은 미시시피, 텍사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5곳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26개 주에서는 공화당이 주지사부터 의회까지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 정치인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주는 50개 중 33개 주(민주당은 16개주)에 달하며,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한 곳도 6곳이나 된다. 상원은 51 대 49로 공화당이 우세하며,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47석 더 많다. 선거가 닥쳐왔을 때, 민주당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있는데 이게 실제 표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유권자 등록과 선거 결과 사이의 차이에 대해 민주당 직업 정치인들은 보통 게리맨더링과 유권자 억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건 공화당이 이기긴 했지만 그건 오로지 그들이 속임수를 썼기 때문일 뿐이라는, 일견 위안을 주는 내러티브다. 물론 게리맨더링과 유권자 억압 모두 매우 실재적이고 매우 파괴적이며 매우 인종차별적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2년에 민주당 후보들은 공화당 후보들보다 159만2083표를 더 얻었지만 공화당은 234석, 민주당은 201석을 얻었다. 공화당이 흑인 투표를 억압하기 위해 쓰는 전략들은 끝도 없어 보인다.

공화당은 이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권자 억압과 게리맨더링에 의존한다. 그러나 민주당에겐 언제나 더 많은 열정과 투표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이에 맞설 역량이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거의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2014년에는 유권자 중 36.7%만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플로리다 대학교의 미국 선거 프로젝트는 밝혔다. 공화당 바람이 불었던 2010년에는 참여율이 41%였다. 중간선거 투표율은 1914년 이후 50%를 넘은 적이 없지만, 1974년에 8.2%포인트(비율상으로는 거의 5분의 1이다) 추락한 이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과거 선거들에서 불과 몇 %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낸 게 공화당의 승리와 민주당 바람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 냈을지 모른다. 공화당이 고약한 수법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테네시주 네슈빌의 공공도서관에서 한 유권자가 조기 투표를 마친 뒤 투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8년 10월30일.
테네시주 네슈빌의 공공도서관에서 한 유권자가 조기 투표를 마친 뒤 투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8년 10월30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문제 중 하나는 민주당이 선거에 매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우지 않으면 의석을 가져올 수 없다. 민주당은 남북전쟁 이후 가장 약한 상태이다. 마침내 2018년에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공화당 지역에서 출마해보기로 결심한 후보들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엄청나게 부유한 지역(소득 중간값: 9만3995달러)인 제45선거구에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의 심복 케이티 포터가 부동산 감세 주의자인 공화당원 미미 월터스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샬러츠빌의 진보적 유권자들을 중화시키기 위해 시골 지역이 압도적으로 많도록 게리맨더링된 버지니아 제5선거구에서는 좌파 후보인 레슬리 콕번이 ‘빅풋 성애자(Bigfoot erotica)’ 논란에 휩싸였던 덴버 리글먼과 역시 접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는 기록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출마했다. 대의민주주의에 있어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올해 상하원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256명으로, 197명이 민주당 후보다.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여성 후보는 183명으로, 예전 기록인 120명보다 50% 이상 많다.

텍사스에서 베토 오루크 하원의원이 ‘거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꺾을지,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브라이언 켐프를 꺾을지는 알 수 없다. 민주당 도전자 J.D. 숄튼백인 국수주의자 스티브 킹 하원의원을 상대로 아이오와주 시골에서 승리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막바지까지 백중세를 보이고 있으며, 공화당 절대 우세 지역에 시간과 돈을 쓴다는 것을 비웃었던 민주당 지도자들은 이제 바보 꼴이 되었다. 민주당은 캔자스에서도 선전하고 있으며, 오클라호마 주지사 선거조차 확실히 공화당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이런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주)‘에서 갑자기 경쟁력을 보이는 것은 진보적 후보들만이 아니다. 진보적 사상도 지지를 얻고 있다. 아이다호, 몬태나, 네브라스카, 유타의 활동가들은 건강보험 확대를 투표지에 넣자며 서명 운동을 벌였고 승리했다. 이 주들을 다 합치면 40만 명이 새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 수 있다.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은 중범죄 전과가 있는 시민 140만명의 투표권을 회복시킬 기회를 얻었다. 콜로라도의 유권자들은 16억달러(약 1800억원)에 달하는 고소득층증세로 공공 교육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8월 반(反)노조적인 ‘일할 권리’ 법을 2 대 1 비율로 철폐한 미주리는 이번 선거에서 최저임금 인상, 전직 주 의회 의원의 로비 기업 입사 금지를 성공시킬 기회를 얻었다. 최저임금 상승은 아칸소에서도 투표용지에 올라갔다.

상당 부분은 새로운 선거자금 모집 방식 덕분에 가능해졌다. 대형 기부자를 타겟으로 삼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춰주는 공화당 모델을 여러 해 동안 따라해왔던 민주당은 마침내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아닌 사람들의 돈을 모으는 법을 알아낸 듯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200달러 이하의 기부금에서 공화당보다 3배 이상의 돈을 모으고 있다. 오루크는 혼자서 소액기부자들에게 3100만 달러를 모았다. 상원의원 선거 자금으로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돈이다.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일까? 중간선거에서는 몇 가지 다른 전략을 시험해 볼 예정이다. 상원에서 클레어 맥캐스킬(민주당-미주리)과 조 도넬리(민주당-인디애나)는 트럼프를 이용해 공화당 우세 주에서 살아남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금융 정책과 반(反)이민 메시지를 지원한다고 내세우는 것이다. 반면 태미 볼드윈(민주당-위스콘신)과 셔로드 브라운(민주당-오하이오)은 자신들이 트럼프의 시대에 당당한 포퓰리스트 진보주의자임을 과시한다. 애리조나의 커스틴 시네마 하원의원(민주당 의원 중 가장 보수적인 편이다)은 공화당 출신 주지사였던 미트 롬니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오루크는 진보 후보임을 강조하지만 그의 투표 전력을 보면 반대의 행동도 있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국회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하원은 탈환하고 상원에서는 실패할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모든 것은 유권자 투표율에 달려있다. 2016년 여론 조사 모델은 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간의 투표 참여 인구 구성을 조금 잘못 예측했고, 그로 인해 힐러리 클린턴이 당연히 이길 것만 같았던 대선에서 트럼프가 근소한 차로 앞서 승리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로이 무어, 스티브 킹, 개빈 맥인네스의 당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끔찍한 브랜드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를 통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In The 2018 Midterms, Democrats Have A Historic Opportunity. Do They Have The Vot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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