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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아버지'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정계복귀설이 나왔다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11.02 16:25
  • 수정 2018.11.02 16:39
ⓒBloomberg via Getty Images

영국을 브렉시트로 이끈 장본인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만약 실현된다면, 이건 ‘예수의 부활’ 이후 아마도 가장 극적인 컴백이 될 수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의 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캐머런은 테레사 메이 총리가 교체되면 외무장관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한 관계자는 ”데이비드는 공직에 헌신하는 인물이고 언젠가는 국내든 국제적이든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종종 말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캐머런 전 총리가 ”몹시 지루해 한다(bored shitless)”며 ”그는 아직 52세 밖에 안 된 젊은 사람”라고 덧붙였다.

ⓒPHILIPPE HUGUEN via Getty Images

 

브렉시트의 아버지

이쯤에서 잠시 캐머런과 브렉시트의 관계를 다시 떠올려보자.

캐머런은 44세이던 2010년, 총선을 보수당의 승리로 이끌며 영국 총리직에 올랐다. 13년 간 이어진 노동당 정부 시대를 끝내고 정권 교체를 이룬 것. 1812년 이후 역대 최연소 영국 총리였다.

당시 보수당 안팎에서는 EU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었다. 그리스 등에서 촉발된 유로존 재정위기의 여파였다. 일부 의원들은 EU 탈퇴를 주장했다. 보수당 바깥에서는 반(反)EU 성향 우파 포퓰리즘 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캐머런은 샌드위치 신세였다.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연립정부 파트너로 끌어들였던 자유민주당(LibDem)은 EU 잔류를 선호했기 때문. 당내 EU 탈퇴파와 자유민주당 사이에 낀 처지였던 캐머런은 2013년 1월 돌연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입장에서 이건 일종의 승부수였다. 정부 내 분란을 정면으로 돌파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렛대 삼아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을 벌여 EU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는 2015년 총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약속했다.

그 어느 때보다 민족주의 정서가 파다했던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압승을 거두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캐머런은 이민 통제를 공언했고, EU의 양보를 받아내겠다고 호언했다.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고, 국민투표 날짜가 확정됐다

그러나 정작 캐머런 본인은 EU 잔류를 선호하는 입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민투표 결과가 EU 탈퇴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비슷한 ‘정치적 도박’이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그는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수용했고, 투표가 잔류로 결론난 덕분에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도박’은 철저히 그의 실패로 끝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EU 탈퇴 여론이 예상보다 높았던 것. EU가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영국의 요구를 거의 다 받아줬는데도 그랬다. 보리스 존슨을 비롯해 내각의 장관들도 이탈해 UKIP 등이 이끄는 EU 탈퇴 캠페인에 가담했다

ⓒASSOCIATED PRESS

 

무책임한 사퇴

무책임한 선동과 거짓 주장이 난무했던 선거운동 끝에 그렇게 국민투표가 실시됐고, 영국은 EU를 떠나게 됐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캐머런은 브렉시트 절차를 공식 개시할 책임을 후임에게 떠넘긴 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를 다음 목적지로 이끌 선장을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사퇴 회견문이었다.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간단히 요약하면...) 브렉시트 선거운동을 주도했던 모든 정치인들이 슬금슬금 발을 빼는 사이 캐머런 편에서 EU 잔류를 지지했던 테레사 메이가 새 총리가 된 뒤에는 ‘확실하게 EU를 떠나겠다’고 큰 소리를 치다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EU의 압박과 영국 정부의 터무니 없는 협상 계획, 경제적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비롯한 셀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결국 최대한 늦게까지 EU에 머물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게 영국의 현재 상황이다. 

 

이 모든 혼란을 초래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머런 전 총리가 정계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당장 비판이 쏟아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안젤라 레이너(노동당) 의원은 그의 복귀 소식이 ‘기괴하다(bizarre)’고 트위터에 적었다. ”정치가 이보다 더 기괴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때. 아냐 데이비드 제발 그냥 계속 은퇴 상태로 남아주길 지난번에 충분히 큰 상처를 줬어.”

같은 당 앤드류 그윈 의원도 거들었다. ”맙소사. 안 돼. 그가 처음 했을 때 충분히 큰 상처를 주지 않았나?? 부디 우리 모두를 살려주길.”

안나 털리 의원(노동당)은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보라”고 충고했고, 동료의원 이베트 쿠퍼 역시 ”이보세요, 당신이 우리 가장 가까운 국제 파트너십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어”라고 적었다.

트위터 이용자들도 ‘말잇못’ 상태에 빠졌다.

이거...이거...이것 좀 봐.

캐머런은 그냥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스에 취직하면 안 될까?

데이비드 캐머론? 정계에 다시 복귀하고 싶다? (총리직에서) 물러나 놓고? 그리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 놓고? 국민투표 져 놓고? 완전 똥고집이군.

데이비드 캐머론은 정계 일선에 복귀하고 싶어한다. 그가 ‘인종주의자들의 표를 보수당으로 가져오기 위해 벌인 개똥같은 국민투표로 우리를 이 넌센스로 이끈 완전 멍청이 장관’ 자리를 얻어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그냥 브렉시트 장관이든 뭐든.

지금 영국을 단합시키는 유일한 한 가지는 이 나라를 망쳐놓은 기회주의자를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결자해지’라는 차원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캐머런의 정계 복귀는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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