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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 신청사가 지어지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였다

"심사위원장은 허수아비였다"

  • 강병진
  • 입력 2018.11.02 15:16
  • 수정 2018.11.02 15:33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공모작 선정을 위한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쳤으나 최종 당선작이 된 '타워형' 설계안.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공모작 선정을 위한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쳤으나 최종 당선작이 된 '타워형' 설계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2021년 정부세종청사에 추가될 신청사 설계안 공모 결과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당선작이 발표되자, 공모전 심사위원장이 ”정부 뜻에 따라 말도 안 되는 안을 뽑혔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심사진행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설계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는 이번 공모 결과에 대해 “2차 투표에서 행정안전부가 의도했던 대로 표를 몰아버렸고 결과가 뒤집혔다. 심사위원장은 허수아비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모 과정에서 ‘작전‘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렇게까지 ‘작전’을 할 것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안이 뽑혔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공정성 논란의 시작은 이틀 전(10월31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낸 ‘세종 시티 코어’(Sejong City Core)란 작품이다. 행복청은 당선작에 대해 ”정부세종청사의 새로운 구심점 구축을 통해 전체 행정타운의 완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당선작은 지상 8층의 기존 청사에 견줘 6층이나 높은 14층짜리라는 점이 도드라졌다. 신청사가 정부세종청사의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하며 일정한 상징성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는 것이 행복청의 설명이다.

위치는 총 길이가 3.5km에 이르는 기존 청사의 가운데다. 연면적 13만4000㎡ 규모의 타워형 건물이 꾸불꾸불 이어진 용 모양 주변 청사의 중앙에 우뚝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현 정부세종청사는 연면적 약 60만㎡ 규모로 2014년 12월에 준공되어, 42개 정부기관이 들어와 있다.

김인철 대표가 지적하는 당선작의 문제는 이렇듯 기존 청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선작처럼 세종시의 도시계획과 어울리지 않는 타워형 건물은 애초부터 배제하고,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저층형 건물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심사날 아침부터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행정안전부의 공무원이 ‘행안부‘에서 응모작을 자체 회람한 결과 타워형 건물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흘렸다”고 전했다.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밀려난 '저층형' 건물 설계안.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밀려난 '저층형' 건물 설계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김 대표에 따르면 공모작 심사 및 선정은 두 차례의 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최종 당선작인 타워형은 1차 투표에서 ‘저층형’ 디자인에 밀려 2위에 그쳤는데도, 행안부 공무원들이 ‘개입해’ 2차 투표에서 심사결과를 정반대로 뒤집어버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선작에 대한 김 대표의 문제제기는 좀더 이어진다.

″지금 세종시 정부청사의 가장 중요한 컨셉트는 평평한 ‘플랫 시티(Flat City)’이자, 연결됐다는 ‘링크시티(Link City)’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다 고층 빌딩을 세운다고? 완전히 세종시 자체를 실패작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게 들어서면 세종시는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다. 애초의 컨셉트가 일괄되게 유지되지 못하고 훼손되기도 했지만, 현재를 보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안을 뽑아야했다. 그런데 ‘문제 많으니까 더는 이렇게 안 짓고 우리 식으로 지을래’라고 하면 되겠나. 세계 어느 도시계획가가 봐도 웃을 일이다.”(중앙일보 10월31일)

정부세종청사 신청사 공모작 선정 과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행복청은 지난 1일 ”정부세종 신청사 설계공모는 정부 지침을 준수했으며,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진행 과정도 공정하고 투명했다”며 ”당선작 선정의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1~2차 투표에서 결과가 뒤바뀐 것에 대해서도 ”(1차 투표와 2차 투표의 결과가 다른 것은) 1차에서 1인 2표씩 행사하던 방식이 2차에서 1인 1표 행사로 바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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