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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한 사회학자가 '각방'을 예찬했다

[다른시선]

  • 최지연
  • 입력 2018.11.01 16:06
  • 수정 2018.11.01 16:20
ⓒgeargodz via Getty Images
ⓒhuffpost

“물론 관계 초기에는 함께 안 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다가, 거실 소파로 도망칠 구실을 만들어 홀로 밤을 보내는 즐거움을 맛보려고 가끔 우리 둘중 하나가 괜한 싸움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49쪽)

<각방 예찬>에 등장하는 크라키네트의 말이다. 그녀는 이혼을 했는데(물론 침대를 쓰는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혼자가 된 이후로 가장 좋았던 것을 혼자 잘 수 있음의 즐거움으로 꼽았다. 이혼 전 남편 품에 안겨 남편이 잠든 후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곤했던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행복감이었다.

크라키네트는 여느 부부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부부가 서로 다른 침대를 쓴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혼자 푹 자고 싶은 날이면 핑계를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혼 후에는 그런 핑계를 만들 궁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온 침대를 내 몸으로 마음껏 뒹굴고 온전히 나만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었다. 누군가의 움직임에 깰 일도 없었고, 잠자리를 방해 받을 일도 없었다.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 부부들에게 침대는 사랑과 욕망, 섹스라는 로맨틱한 공간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하나둘 불편한 것들이 시작된다. 목이나 어깨가 아픈 것도 모르고 얼싸안고 잠이 들었던 것은 옛말, 좀더 편안한 잠자리를 갖기 위해 적절한 거리 찾기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 불편함을 품게 된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하는 부부인데, 이래도 되는 걸까?’

차마 대놓고 고백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각방을 꿈꾼다.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다. 침실이라는 공간, 침대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이다. <각방예찬>의 저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한 사회학자로, 150여 커플의 목소리와 함께 ‘부부의 침대’라는 주제로 ‘혼자’와 ‘함께’를 고민하는 부부들을 위한 글을 써내려갔다. 과연 함께 자야만 이상적인 부부인건지, 침대를 함께 쓰지 않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재미난 담론들을 담아냈다.

일단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침대’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다. 침대는 자기만의 하나의 작은 세계다. 그곳은 안락한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독서와 오락이 함께 하는 엔터테인의 장소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하루의 스트레스에 맞서 싸울 때 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편안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베개와 이불을 위치하며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완전한 세계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는 순간 그 공간에 침입자가 생겨난다.

아내, 혹은 남편과 침실이라는 공간을 공동 소유하게 되는 순간 우리에게는 많은 제약이 생겨난다.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을 잘 지켜야하고, 상대의 소음과 움직임에 익숙해져야 하고, 심지어 베개와 이불의 위치도 타협해서 놓아야 한다. 말 그대로 내 세계를 침범당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얻는 대신 마음껏 뒹굴 자유를 박탈당하고, 편안하게 쉴 권리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함께하지만 혼자일 수는 없을까. 모든 부부들이 한번쯤 고민하는 문제이자, 한번쯤은 ‘따로 잘까’를 고민해봤던 이들이라면 <각방예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 함께 자는 것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우리가 따로 잠든다면 우리의 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제목이 이미 답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각방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강요보다 더 강력한, 그저 잊고 있었던 혼자 쓰는 침대의 달콤함이 어떠했는지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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