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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났던 사우디 왕실의 '어른'이 돌아왔다. "중요한 신호"다.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11.01 15:56
ⓒAmr Dalsh / Reuters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의 동복 동생이 영국 런던에서의 ‘자발적 추방’ 생활을 접고 사우디로 복귀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망 사건의 후폭풍에 휩싸인 왕위 계승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위나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뉴욕타임스(NYT) 등은 1일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76) 왕자가 전날 사우디 리야드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9월 이후 런던에 머물러왔다.

그는 왕실의 각 집안 대표로 구성된 ‘충성위원회’ 위원 중에서 모하메드 빈 나예프의 왕세자직을 박탈하고 이를 빈 살만에게 넘기는 방안에 반대했던 3명 중 하나다. 나예프는 살만 국왕의 조카이자 왕위계승서열 1위였으나 결국 살만 국왕의 친아들인 빈 살만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Getty Editorial

 

아흐메드 왕자는 사우디 왕실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1975년부터 2012년까지 40년 가까이 내무부 차관을 지내면서 사우디의 핵심 정보 및 인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근대 사우디 초대 국왕이 가장 아꼈던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수다이리 7형제’ 중 막내로, 살만 국왕(6남)의 동복형제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이같은 왕실 내 지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흐메드 왕자의 신변에 대한 추측이 쏟아졌다. 지난달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런던 거주지 바깥에 몰려든 시위대가 사우디 알 사우드 왕조의 몰락을 외치자 그가 ”왜 모든 알 사우드(가 그래야 하는가)? 책임이 있을 수 있는 건 특정 인물들”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Associated Press

 

그의 측근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가택연금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우려해 아흐메드 왕자가 귀국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사우디로 돌아갔다는 건 신변을 보장하겠다고 살만 국왕이 약속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 나아가 아흐메드 왕자가 실질적 지도자이자 단단한 권력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외교관은 그의 복귀로 인해 ”합의에 기반한 지배라는 전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사우디를 연구해 온 텍사스A&M대의 그레고리 가우스는 NYT에 ”그의 복귀는 왕가 내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무언가 일이 꾸며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흐메드 왕자가 고령인 데다 오래전에 왕위 계승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빈 살만 왕세자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카쇼기 사건으로 초래된 위기를 수습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어른’ 역할을 하면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

사우디 연구자 닐 패트릭은 ”아흐메드의 복귀는 여전히 난처하고 민감한 시기에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유용한 메시지일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공항에 직접 나와 아흐메드 왕자를 맞이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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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쇼기 #무함마드 빈 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