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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사우디에 '예멘 내전 휴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3년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예멘 전쟁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꼽힌다.

  • 허완
  • 입력 2018.11.01 11:42
  • 수정 2018.11.01 11:44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예멘 소년 카지 알리 빈 알리(10)가 타이즈(Taiz) 외곽의 한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2018년 10월30일.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예멘 소년 카지 알리 빈 알리(10)가 타이즈(Taiz) 외곽의 한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2018년 10월30일. ⓒAHMAD AL-BASHA via Getty Images

유엔이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규정한 예멘 전쟁이 3년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휴전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우디는 2015년 3월 대규모 공습을 시작으로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상대로 공습을 계속해왔다.

미국이 이 지역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에 휴전을 촉구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보다 강하게 사우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휴전 협상은 번번이 실패해왔으며, 그러는 사이 예멘은 인구의 75%인 220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로버트 팔라디노는 31일(현지시각) 이란 측 후티 반군과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공습과 미사일 발사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지금 시점이 상황을 진전시키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로이터는 미국 측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9월 후티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수도 사나(Sanaa)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유엔 예멘특사 마틴 그리피스가 휴전 논의에서 진전을 이뤄낸 게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후티 반군 측이 ’11월에 휴전 협상을 하자’는 그리피스 특사의 제안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하며 급증하는 기아사태, 황폐화된 경제, 반군에 대한 대중의 늘어나는 분노들로 ”그들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전인 3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지금이 바로 이 분쟁을 끝내고 분쟁을 협상으로 대체해 예멘인들이 평화와 재건을 통해 치유받도록 할 때”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후티(반군) 장악 지역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로 가해지는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비롯한 적대행위”가 중단되어야 하며, 그런 다음 ”예멘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사우디)연합군의 모든 공습이 멈춰져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특사의 중재 하에 실질적인 협의가 이번 11월에 제3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휴전 협상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같은 날 워싱턴DDC에서 열린 미국평화연구소(US Institute of Peace) 연설에서 ”지금부터 30일 내에 모두를 휴전을 전제로 한 평화 협상장에서 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토요일(10월27일)에도 바레인에서 열린 안보 컨퍼런스에 참석해 ”예멘의 비극은 날마다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이어 사우디에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영국도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고 나섰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의 휴전 협상 촉구에 힘을 실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표는 매우 환영할 만한 것”이라며 휴전이 성사되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통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현재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예멘에서의 이 끔찍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미국과 영국이 사우디와 맺고 있는 ”전략적 관계” 덕분에 ”우리는 그러한 관계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들을 요청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이제 우리는 사태를 진전시키는 데 그 관계를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사우디 연합군의 대규모 병력 집결 소식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연합군은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향해 1만명 이상의 병력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예멘 서쪽의 호데이다는 후티 반군의 주요 거점이자 구호물품 대부분이 모이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 연합군과 후티 반군은 이 지역을 놓고 격렬한 전투를 치러왔다.  

사진은 '카쇼기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악수하는 모습. 2018년 10월16일.
사진은 '카쇼기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악수하는 모습. 2018년 10월16일. ⓒLEAH MILLIS via Getty Images

 

다른 한 편으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건이 미국과 영국의 사우디 압박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체제 언론인 카쇼기는 터키 이스탄불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갔다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됐다.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NBC가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다섯 명은 카쇼기 사건과 예멘 내전에 관한 사우디의 행동은 "사우디의 현재 결정권자들의 투명성, 책임성, 판단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며 사우디와의 민간 핵 합의 협상을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데니스 로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외교가 작동하도록 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레버리지”라며 ”지금 폼페이오는 사우디에 대해 이전에 없었던 어떤 레버리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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