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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판결' 파키스탄 대법이 살해의 위협을 무릅쓰고 기독교 여성을 무죄 석방하다

"물 한잔을 마시고 사형을 선고받다"

  • 박세회
  • 입력 2018.10.31 21:06
  • 수정 2018.10.31 21:23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외치는 시위대들.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외치는 시위대들.  ⓒASSOCIATED PRESS

파키스탄 대법원이 31일(현지시간)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시아 비비는 ″물 한잔을 마시고 사형 선고를 받은 기독교 여성”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지난 2009년 마을 우물에서 컵으로 물을 받아 마셨다는 이유로 무슬림 이웃들과 논쟁을 벌인 후 체포된 바 있다. 

그녀의 이웃들이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무슬림이 사용하는 도구를 기독교인이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난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믿는다. 너희 선지자 무함마드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건 5일 후 그녀는 신성모독죄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약 1년간 적절한 기소 없이 투옥되었다가 1년 5개월 후 사형판결을 받았다. 

지난 12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무기한 연기된 아시아 비비의 대법 상고심 판결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파키스탄 강경파 무슬림 정당인 TLP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기독교 여성을 석방하면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인한 죽음이 현실하는 위협이다. 지난 2011년 파키스탄 펀자브의 전 주지사 고 살만 타시르는 자신의 경호원에 의해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이유는? 무슬림인 타시르가 극단주의를 배제하는 종교 자유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생전 그는 아시아 비비의 처형에 반대했으며 관련 법인 신성모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파키스탄 대법원은 아시아 비비를 석방할 용기가 있는가?”라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번 파키스탄 대법의 결정은 법리적 판단 외에도 관련자들의 안전을 저울질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은 이날 ‘무죄’를 선고하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법원이 ”지은 죄 이상의 벌을 받았다(more sinned against than sinning)”는 구절을 인용하며 ”상고인에게 제기된 혐의 중 한 줌의 진실이 있을지는 모르나 감찰 측이 제시한 증거들 사이에 확연히 드러나는 모순 만으로도 이 사건의 진실이 상당한 거짓과 섞여 있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날의 판결로 거리에는 극단주의자들의 외침이 가득찼다. 파키스탄 강경파 무슬림 정당인 TLP가 ”대법관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법원 청사 인근을 비롯해 카라치, 라호르 등의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아래는 31일 카라치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분노를 표출하는 시위대의 모습이다.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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