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증시폭락사태] 한국 경제는 위기에 빠진 걸까?

22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2개월 만에 2000선도 무너졌다. 올 초만 해도 3000을 전망한다던 한국 증시는 10월 들어서 한달 만에 15%가 넘게 빠졌다. 이번 하락 국면으로 국내기업 시가총액만 300조원이 증발했다.

이번 하락장이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장기불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셀 코리아’의 국면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증시도 지난 24일 하루에만 4.4%가 하락하는 등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10월 한달 동안 전반적으로 폭락했기 때문에 이를 국내만의 상황으로 보기는 힘들다.

 

ⓒ삼성증권

 

하지만 한국 증시가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시장에 비해 유독 하락세를 겪고 있는 데다가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인 반도체의 호황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실적 호조를 이룬 상황에서 이어진 하락 국면이기 때문에 펀더멘탈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다. 미국은 지난 7월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래로 중국산 수입품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26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다.

 

ⓒ삼성증권

 

양국의 무역전쟁은 필연적으로 교역량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의 제1위, 제2위 교역국이다. 특히 반도체 등 중간재를 주 수출 물품으로 삼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양국의 교역량 감소가 바로 양국의 중간재 주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아시아 국가 전반이 양국 간의 무역 전쟁으로 타격을 입고 있지만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다른나라보다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 연준은 올 들어 벌써 세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번째로는 금리인상이 긴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투자가 늘어나고 교역이 활성화되지만 금리를 인상하면 그 반대의 효과가 일어난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경기가 과열될 경우나 물가 억제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그간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며 낮은 금리를 유지했고 미 증시도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올들어 벌써 세번째 금리 인상을 결정하자 미국 시장은 이를 긴축의 신호로 받아들였고 미국 증시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다우지수는 3.15%(831.83포인트) 하락해 1일 하락폭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크게 떨어졌고, S&P500 지수는 2016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전날보다 3.29% 내려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4.08%)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증시의 폭락은 글로벌 증시의 폭락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그들이 너무 긴축 정책을 펼친다며 ”연준이 미쳤다”고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이 미국의 유동성만을 옥죄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도 더 높은 금리가 지급되는 미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국내에 투자된 자금이 유출된다는 의미다. 실제 작년 10월에도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지 이틀 만에 외국인들은 약 3조원에 이르는 국내 채권을 매도했다. 여기에 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띠게 되면 다른 나라, 특히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다시 투자 회수로 이어진다.

 

ⓒKim Kyung Hoon / Reuters

 

 

그러나 이번 주식 폭락을 자본유출로 보기 힘들다. 채권시장과 주식 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올 7월과 8월에 각각 8조9842억원, 1조1790억원어치 선물을 순매수했고 이달에도 2조2974억원을 사들여 매수세를 이어갔다. 채권의 경우에도 7월 3조6216억원, 8월 4조1439억원, 9월 3조234억원을 매수했고 10월에도 2조4724억원을 사들였다. 자본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만 돌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볼때 지금의 하락장은 ‘셀 코리아’ 기조가 아니라 리스크가 큰 주식시장에서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는 이른바 ‘리스크 오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선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급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조정장 일지, 미-중 무역갈등에 기인하는 불확실성의 문제일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의 문제일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 폭락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나 무역 전쟁 모두 한국이 키를 쥐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2010대를 회복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무역전쟁 #주식 #코스피 #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