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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독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 : 4명의 후보자들

메르켈이 2021년까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허완
  • 입력 2018.10.30 18:32
  • 수정 2018.10.30 18:37
ⓒTOBIAS SCHWARZ via Getty Images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당대표직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곧바로 ‘후계자’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메르켈 총리는 12월에 열리는 당(기독민주당 ; CDU)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0년 당대표에 취임한지 18년 만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째 총리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메르켈의 퇴장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측면이 있다. 저조한 선거 결과가 연달아 나오면서 메르켈의 정치적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기민당의 오랜 연정 파트너이자 보수 연합 자매당인 기독사회당(CSU)은 최근 남부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195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28일 실시된 중부 헤센주 선거에서는 기민당이 이전 선거(2013년)보다 11%p 추락한 득표율(27%)을 기록했다. 196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기민·기사당은 지난해 9월 실시된 총선에서 1949년 이래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기민·기사당은 우여곡절 끝에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과의 연정 협상을 마무리 짓고 5개월 만인 올해 3월 가까스로 정부를 출범시켰다.  

메르켈 총리는 2021년까지인 총리 임기는 그대로 수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당내 분열, 연정 파트너들과의 불안정한 관계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ODD ANDERSEN via Getty Images

 

미니 메르켈

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스(FT),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를 후보로 똑같은 인물 네 명을 나란히 꼽았다. 로이터도 이 중 세 명을 유력한 후계자로 소개했다.

그 중 1순위는 독일 언론들 사이에서 ‘미니 메르켈’이라고 불리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5)다. 지난 2월 기민당 사무총장에 지명될 때부터 메르켈의 후계자로 불렸던 그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자를란트(Saarland)주의 총리(2011~2018년)를 지냈다. 그가 정치적 커리어를 쌓는 동안 광산 기술자 출신인 남편이 육아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다.

NYT는 ”메르켈의 실용적이고 절제된 통치 스타일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FT는 크람프-카렌바우어가 ”기민당 내 우파와 좌파 모두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성향은 오른쪽(사회)과 왼쪽(경제), 가치와 이념을 넘나든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2013년 선거 이후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을 50% 이상으로 다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당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는 최저임금과 노동자 권리 보호를 강하게 지지해왔다. 

반면 크람프-카렌바우어는 동성결혼은 물론, 동성커플의 시민결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로이터는 ”그의 가톨릭, 독일 서쪽 출신이라는 배경은 메르켈의 개신교, 동독 배경과 대비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 2월 슈피겔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메르켈과 다른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우리는 다른 배경과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 나는 당의 다른 지역, (서부) 라인란트 지역의 전통적인 가톨릭 기민당 출신이다.”

정치적으로는 다소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다. ”기민당은 서로 다른 교파와 이념적 흐름을 단합시키는 정당이었다. (당을) 오른쪽으로 전환시키자는 게 그와 같은 뿌리를 무시하고 우리 스스로를 오직 보수 정당으로만 규정하자는 의미라면, 나는 거기에 강하게 반대한다.” 슈피겔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안티 메르켈

다음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바로 옌스 슈판(38) 보건장관이다. 그는 2002년에 22세의 나이로 연방의회에 진출하면서 독일 역대 최연소 의원이 됐으며, 당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거물 정치인 볼프강 쇼이블레가 아끼는 젊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NYT는 ”메르켈 총리의 2015년 난민 정책을 가장 크게 비판해왔던 인물 중 하나이자 당내 보수파의 기대주”라고 그를 소개했다. FT도 ”그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메르켈의 국경 개방 정책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그가 ”도시의 리버럴 및 세계주의적 엘리트들에 회의적인 독일 북서부 시골 출신의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 해왔다고 보도했다. 

슈판은 2016년 메르켈 정부가 독일 태생 외국인들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연금 개혁을 주장해왔다. 또 그는 감세 정책을 지지하고 부르카 및 니캅에 대한 부분적 금지에 찬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2016년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제안에 따라 메르켈 정부가 수용 뜻을 밝힌 이 부르카·니캅 금지 조치를 지지하며 더욱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아내가 부르카나 니캅을 계속 착용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독일은 적당한 나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가 많은 사람(난민)들에게 인기 있는 목적지가 된 시점에서 말이다. 우리는 어떤 게 수용될 수 있고 어떤 것이 그럴 수 없는지에 대해 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와 마찬가지로 가톨릭 출신인 그가 전통적인 보수와 결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 동성 파트너와 결혼한 게이인 그는 동성결혼을 찬성하며, 동성 커플에게도 이성 커플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폴리티코EU는 2016년 기사에서 ”그의 동성애는 몇몇 원로 CDU 정치인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며 ”그들은 완곡 어법으로 그의 ‘가족 상황‘을 표현하거나 지난번 당 전당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유쾌한 동성애자’라고 지칭한 것처럼 그에 대해 언급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FEDERICO GAMBARINI via Getty Images

 

‘이성의 목소리’ 

상대적으로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메르켈 총리의 측근 중 하나인 아르민 라쉐트(57)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공업 중심지역인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 총리를 맡고 있는 그는 법학과 언론학을 공부한 뒤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NYT는 그가 당의 우경화에 경고음을 내면서 ”중도좌파 사민당과 바이에른주 보수당(기사당)으로 구성된 메르켈의 말썽 많은 연정 내부의 반복되는 반란 속에서 스스로를 이성의 목소리로 포지셔닝 해왔다”고 소개했다. 

FT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지난해 라쉐트와 기민당이 권력을 잡기 전까지 사민당의 오랜 보루였다”며 ”그는 친(親)유럽 리버럴로 평가되며, 난민 위기가 한창일 때에는 메르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소개했다.

2013년 슈피겔 기사를 보면, 라쉐트는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 이후 ”이 위기는 우리가 유럽 기구들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해 메르켈 총리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또 국제 테러리즘과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해 EU의 역할을 강화햐아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으며, 유럽의회 의장을 회원국 국민들의 투표로 직접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U 내 긴밀한 통합을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메르켈이 오래전에 포기한 요구들”이다.  

 

ⓒJENS BUTTNER via Getty Images

 

아웃사이더

한 때 메르켈 총리의 라이벌로 꼽혔던, 변호사이자 기업가인 프리드리히 메르츠(62)도 물망에 오른다. 판사 출신인 그는 2000년~2002년 기민당 원내대표, 연방의회 의원(1994년~2009년) 등을 지낸 후 정계를 떠나 경제계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NYT는 2000년대 초반 메르켈과 함께 당내 세대교체를 이끌었던 주역으로 그를 소개하며 ”메르켈이 2002년 의회 보수파 그룹 수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압박한 이후 정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전했다.

FT는 ”사회적으로는 보수파이자 경제적 리버럴”인 그가 메르켈의 부상과 함께 빛을 잃었다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메르켈 임기 중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한 많은 보수 정치인들 중 하나”로 그를 소개했다.

그는 정계 은퇴 이후 미국 헤지펀드 ‘블랙록‘의 독일 회장 등을 지냈으며, 무슬림 이민자들이 독일의 가치와 전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동화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츠는 지난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에 의해 브렉시트 담당 무보수(unpaid) 위원직에 위촉됐다. 이 지역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철수할지 모르는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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