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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가족 살해범은 두달 전 前 애인의 반려견까지 무참히 죽였다

"그 XXXX가 지 놔두고 개 데리고 평생 산다고, 강아지를 죽였다..." - 피해자가 생전에 지인에게 보낸 문자

부산 일가족 살인 용의자 32세 신모씨가 24일 범행 장소로 들어오는 모습.
부산 일가족 살인 용의자 32세 신모씨가 24일 범행 장소로 들어오는 모습. ⓒ한겨레/부산경찰청 제공

헤어진 연인과 연인의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32세 남성은 범행 전 상습적으로 연인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고, 연인의 반려견도 무참히 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32세 남성 신모씨는 24일 최근 헤어진 前 연인 조모씨(33)의 집으로 찾아가 조씨와 조씨의 아버지(65), 조씨의 어머니(57), 조씨의 할머니(84)를 둔기와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씨는 올해 8월까지 함께 살면서 연인 조모씨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저지르고, 범행 두달 전에는 조씨의 반려견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위험 징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피해자 조모씨의 지인인 A씨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씨가 평소 상습적으로 조씨를 때렸으며‘, ‘조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조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반려견을 던져 죽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인 B씨 역시 지난 8월 생전에 조씨로부터 받은 SNS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웬만하면 참고 살려고 했는데 신씨가 (가전제품을) 다 집어 던졌다’ ‘내가 자기를 놔두고 개 데리고 평생 산다고 개를 죽였다. 많이 힘들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A씨는 ”강아지가 죽은 뒤 조씨가 어머니와 함께 짐을 가지러 (신씨와 동거하던) 집에 갔는데, 그날 어머니가 화가 나서 신씨의 뺨을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을 못 막은 것만 같아 너무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신씨가 범행에 사용한 전기충격기를 지난달 중순 구매하는 등 한달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처벌받아야 할 당사자가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하게 되었으나, SBS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범죄를 막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의 숫자는 ‘최소’ 824명이다. 가족이나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가 몇 건인지 한국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아, 여성단체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 피해자의 숫자만 계산한 것이다. 최근에도 강원도 춘천에서 27세 남성이 평소 구애하던 상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신체 일부를 훼손한 사건, 서울 강서구에서 48세 남성이 전 부인을 살해한 사건 등이 발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예고된 사건이다. 피해자도 예견하지만, 피할 수 없어서 사망하게 된다”며 ”이런 종류의 어이없는 죽음은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쫓아다니면서 위협하는 사람은 잠깐이라도 구속을 시켜야 결국 피해자로부터 가해자가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별이 범죄 피해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험한 징후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에 대해 사회가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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