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일 것이다

"돈, 권력, 특권을 위해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Jonathan Clark via Getty Images

6세 어린이 에디 라이츠는 세상이 좀 더 친절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일한 일을 했다.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매년 ‘친절한 날’(Kindness Day)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웰링턴의 저스틴 레스터 시장이 답장을 보내 에디는 깜짝 놀랐다.

올해 11월 16일은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의 첫 마나아키 데이(마나아키는 친절함을 뜻하는 마오리어 단어다)가 될 예정이다. 자선을 베푸는 행동을 장려하고 축하하자는 에디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날이다.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수도 있어요.”라는 게 에디의 말이다. 시민들의 사회적 행복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나는 뉴질랜드 정치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 기쁘고, 정계가 사람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에디의 어머니인 유명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에밀리 라이츠가 말했다. “정치는 친절함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돈, 권력, 특권을 위해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어야 한다.”

웰링턴 시장 저스틴 레스터와 에디 라이츠
웰링턴 시장 저스틴 레스터와 에디 라이츠 ⓒWELLINGTON CITY COUNCIL

레스터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뉴질랜드의 정치계를 휩쓸고 있는 진보적이고 어린이를 중심에 둔 정치의 새 물결의 일부다. 본인이 어린 아이의 어머니인 재신더 아던 총리가 이끌고 있다.

아던은 지난 달에 세계 지도자들의 친절함과 협력을 요구하는 U.N. 연설로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신의 파트너와 당시 4개월 된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던은 뉴질랜드는 “어린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친절하고 평등한 곳, 성공이 국가의 GDP만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더 나은 삶으로도 측정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던이 다른 종류의 경제를 언급한 것을 미국과 유럽에서 우익 포퓰리스트 독재자들이 부상하고 있는 강한 추세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뉴질랜드는 사회 및 환경 정책에서부터 이미 방향을 달리했다. 여성 참정권을 세계 최초로 보장했던 뉴질랜드는 아던 이전에도 총리직을 맡은 여성이 두 명 있었다. 육아 휴가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2주 유급 육아 휴가가 도입되었으며, 2020년에는 26주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 7월 1일 이후 아기가 태어난 가정은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매주 약 40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

이 정책은 아던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 아던은 재임 중 출산한 세계 두 번째의 지도자이며, 딸 니브 테 아로하가 태어났을 때 6주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그러나 시기 때문에 아던 자신은 유급 휴가를 받지는 못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가정내 폭력 피해자가 학대하는 파트너와 헤어지고 이사하고 자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대 10일까지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연간 휴가와 병가와는 별도의 휴가다.

아던은 뉴질랜드에서 집값이 점점 비싸지는 문제에도 주목했다.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라, 집값은 10년 동안 60% 이상 올랐으며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작년 뉴질랜드 선거에서 주택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다. 아던은 해외 구매자들의 투기를 비난했다. 정부는 해외 구매자가 이미 존재하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10월 22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키위빌드’라는 새 제도를 도입하여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최초 구매를 위한 집을 10만 가구 짓고 가격 상한선을 매기기로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기후 변화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연안 석유와 가스 탐사 금지 정책을 도입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에너지 100%를 재생 가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책에 행복과 환경 원칙을 넣고 “성공을 측정하는 보다 통합적인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진보를 보고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일치하는 조치들이다.

“본능적으로 우리 모두가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고 나는 생각한다.: 뉴질랜드 공공 정책 연구자 제스 베렌트슨-쇼의 말이다. 돈이 충분히 있는 건 중요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부는 국민들의 행복을 잠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걸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환경에서 자원을 가져다 부를 만들다 보면 그 과정에서 피해가 너무 많이 생겨서 늘어난 부가 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침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부가 우리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GDP가 아닌 측정 방식 도입은 정부가 보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우리가 너무 멀리까지 갔음을 인지했다는 의미다. 부가 주는 혜택이 그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을 침식하고 있다.”

뉴질랜드에도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있다. 세계 최악의 가족 및 연인간 폭력 비율을 기록했으며, 매년 가정 내 습기와 곰팡이 때문에 건강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가는 아이들이 4만 명이 넘는다.

뉴질랜드의 환경 관련 대처도 이제까지 썩 좋지 못했으며, 올해는 선진국 중 가장 낭비가 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있어서는 뉴질랜드가 사회적 티핑 포인트에 다다랐다고 독립적 비영리 단체인 모투 경제 공공정적 리서치의 정책 연구원 캐서린 라이닝은 말한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는 기후 변화 정책의 장기적 방향에 대한 초당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그게 가능해진다면 산업계가 탄소 배출이 적은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장기적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아던이 총리가 된지 1년 정도 지났고, 진정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는 시각도 있다. 아던 본인도 그걸 고민하고 있다. 더 스핀오프와의 인터뷰에서 “변화엔 시간이 걸린다. 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배웠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진보적 변화를 대중이 요구하지 않으면 정치는 ‘굉장히 까다롭다’고 베렌트슨-쇼는 지적한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현재 대중에게 진보적 정책을 우선시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게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다음 행보는 아던과 연정을 이룬 NZ 녹색당이 주도하는 변화로, 학교에서 마오리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하는 것이다. “토착 언어를 진정 아끼는 것보다 진보 사회를 더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NZ 녹색당의 공동 대표 마라마 데이비슨의 말이다.

아던과 아던의 ‘반 트럼프’ 스타일 정치에 전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지지만, 데이비슨은 뉴질랜드를 세계의 문제와 떨어진 작은 나라, 모두가 탈출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묘사하는 것에 반대한다. 뉴질랜드는 테크계의 억만장자들이 세계가 파멸을 맞을 때 피난하려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 다른 국가들이 이러한 진보적 사회를 요구하고 있는 전세계 풀뿌리 운동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보여주길 바란다.” 데이비슨의 말이다.

9월에 그린피스의 선박 레인보우 워리어 III 호가 뉴질랜드에서 ‘석유를 역사로’(Making Oil History) 투어의 일환으로 더니든에 정박했다. 그린피스의 플래그십 선박 투어 중 여러 국적으로 구성된 크루는 아던과 연안 석유 탐사 중단 발표에 대해 경건하다시피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투어 그룹들이 볼 수 있도록 아던의 이미지가 스크린에 비추어졌다. 한 미국인 크루는 아던이 기후 변화를 “내 세대의 탈핵 순간”이라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친 모습이었다.

“지금 뉴질랜드에서 제일 좋은 것은 정치다. 재신다 아던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정치인들이 정말로 귀를 기울일 것이란 희망을 전세계에 주었다.아던이 한 일은 뉴질랜드의, 그리고 바라건대 세계의 역사를 영원히 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린피스 뉴질랜드의 러셀 노먼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행복 #국가 #뉴질랜드 총리 #나라 #오세아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