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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17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29일 17시 48분 KST

한국의 보건 서비스는 비교적 훌륭하지만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세계 최고다

OECD 통계


보건복지부가 OECD 건강 통계를 기초로 펴낸 ’2018 OECD Health Statistics’를 살펴보면 한국은 기대수명 등 대부분의 건강지표에서 평균을 상회하거나 OECD국가 중 최상위 축에 속한다. 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부정적인 지표도 있다. 이를테면 스스로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OECD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했으며 인구 1000명당 자살률도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병원의 병실 수는 넉넉한 편이었으나 1인당 의사와 간호사 수는 매우 낮은 축에 속했다. 항목별로 살펴보자.

 

1. 건강상태

기대수명의 경우 한국은 82.4세이었다. 기대수명이란 지금 갓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생존할지를 예측한 수치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5년간 1.8년이 증가했다. OECD 평균 증가 수준(0.9)년의 두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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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역시 장수의 나라 일본으로 84.1세였다. 그다음을 스위스(83.7세)가 이었다. OECD국가 중 기대수명이 제일 낮은 나라는 라트비아로 74.7세였다. 그 다음을 멕시코(75.2세)가 이었다. 미국도 OECD 평균보다 낮은 78.6세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80.8세다.

영아사망률도 한국은 평균보다 낮았다. 출생아 1000명당 영아사망률은 OECD 평균 3.9명이었지만 한국은 2.8명이었다. 제일 낮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0.7명이었고 제일 높은 나라는 멕시코로 12.1명이었다.

질병에 의한 사망도 한국은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가장 높은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암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은 OECD 평균 201.9명이었지만 한국은 168.4명에 불과했다. 가장 낮은 나라는 멕시코로 114.7명이었고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로 278.8명에 달했다. 특기할 것은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의 성별 간 차이는 2.3배로 터키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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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OECD 평균과 똑같은 인구 10만명당 61.7명이었으며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은 37.1명으로 OECD 평균(108.5명)에 비해 크게 낮았다. 호흡기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OECD 평균(66.1명)보다 다소 높은 인구 10만명당 76.2명이었다.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2010년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OECD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지우지 못했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8명으로 OECD평균(11.6명)은 물론 2위인 라트비아(18.1명)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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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것처럼 한국의 질병에 의한 사망률, 기대수명 등은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혹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건강상태는 지표와 거리가 있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본인의 건강상태가 양호(좋음, 매우 좋음)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2.5%였다. 이는 OECD 평균(68.3%)보다 매우 낮은 비율이자 동시에 조사국 중 제일 낮은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못지 않게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집계된 일본(35.5%)의 경우가 한국 다음으로 긍정 수치가 낮았다. 그러나 통계는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실제 건강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2. 건강과 관련한 생활습관

건강을 결정하는 생활습관(비의료 원인)의 경우에도 한국은 그다지 나쁜 수치를 보이지 않았다. 먼저 주류소비량(단위: 순수알코올ℓ)의 경우 1년에 1인당 8.7ℓ를 소비했다. OECD 평균(8.8ℓ)과 거의 비슷했다. 가장 많은 술을 소비하는 나라는 체코로 11.7ℓ였고 제일 적은 술을 소비하는 나라는 1인당 1.3ℓ의 터키였다.

흡연 인구의 비율도 한국은 OECD 평균(18.5%)과 거의 비슷한 18.4%였다. 하지만 성별로 나누어 보면 차이가 생겼다. 한국의 남성 흡연율은 32.9%로 OECD 회원국 중 네번째로 높았다. 반면 여성 흡연율은 4.1%로 멕시코(3.6%) 다음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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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 또는 비만인구의 비율도 일본(25.4%)에 이어 두번째(34.5%)로 낮았으며 OECD 평균(58.1%)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성의 과체중 또는 비만 비율이 높은 가운데 한국도 남성의 과체중 또는 비만 비율이 40.5%로 여성(28.5%)에 비해 높았다.

 

3. 의료시설 및 의료종사자 수

먼저 한국의 병원병상수(인구 1000명당 기준)는 OECD평균(4.7개)의 두배가 넘는 12.0개였다. 한국보다 더 많은 병상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13.1개)뿐이었으며 가장 적은 수의 병상을 보유한 멕시코는 1.5개밖에 되지 않았다.

외래환자와 장기요양환자의 병상을 제외한 병상수를 의미하는 ‘급성기의료 병원병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급성기의료 병상 수는 7.1개로 OECD 평균(3.6개)의 두배에 달했으며 일본(7.8개) 다음이었다. 2011년과 비교해 급성기의료 병상수가 늘어난 OECD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아일랜드, 네덜란드, 터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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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료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수(한의사 포함)는 2.3명으로 회원국(평균 3.3명) 중 제일 낮았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5.1명으로 가장 높았다. 임상간호사의 수도 인구 1000명당 6.8명으로 평균(9.5명)을 하회했다. 이는 낮은 의학계열 졸업자 수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의학계열 졸업자수는 7.9명으로 OECD 평균인 12명에 못미쳤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낮은 6.7명이었다.

 

4. 의료시설 이용률 및 의료비용

한국의 의사 및 간호사의 수는 부족하지만 국민의 연간 1인당 외래진료 건수는 OECD 평균(7.4회)보다 두배 이상 높은 최고수준(17회)이었다. 환자 1인당 평균 병원재원일수도 OECD 회원국 평균(8.3일)보다 22배 긴 18.1일로 일본(28.5일) 다음이었다. 낮은 의료직 숫자에 비해 국민의 외래진료건수는 많아, 더 많은 의료인력의 충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의료비용 부담 또한 매우 안정적인 수치였다. OECD 국가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액 평균은 8.9%였는데 한국은 7.6%로 다소 낮았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따져보았을 때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금액 역시 1인당 평균 2897달러로 OECD 평균인 4069달러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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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상의료비 중 정부, 의무가입보험재원의 비중은 58.2%로 OECD 회원국 평균(73.5%)보다 낮았다. 정부, 의무가입보험 재원의 비중이 낮다보니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경상의료비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비중은 OECD 평균이 20.3%인데 반해 한국의 33.3%로 네번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바로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높다’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측은 ”한국의 의무보험 가입 비용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점이나, 의료 비용에 대해 행위별 수가가 적용되는 점, 비급여가 많다는 점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의 정부·의무가입보험재원 비중은 81.8%로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미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금액은 전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인 10,209달러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런 차이가 나오는 이유는 ‘의무 가입 보험 재원‘이 반드시 정부 재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높은 가격의 민간 의무 보험을 가입하고 이 비싼 보험이 비교적 높은 ‘보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경상 의료비는 낮지만 전체적인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은 높게 나온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향후 5년간 30조6,000억 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MRI 촬영, 초음파 등 건강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항목 3800여 개를 전면 급여화해 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정부, 의무가입보험재원의 비중을 70%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문재인 케어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 문제, 수익 저하 문제로 야당과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