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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10시 41분 KST

‘바늘구멍’ 국공립유치원 정원 채운 곳이 없었다

긴 통학거리와 짧은 ‘방과후 돌봄’이 문제로 꼽힌다

한겨레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연 집회에서 시민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화성/박종식 기자

“저처럼 맞벌이 부부들은 통학 거리가 멀고 통학버스가 없는 국공립유치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아이들이 어릴수록 통학 시간이 길면 피곤해하기 때문이 이 부분도 고려할 수밖에 없죠.”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이아무개(40)씨는 지난해 말 4살 딸을 보낼 국공립유치원을 찾기 바빴다. 사립유치원보다 유치원에 내는 돈의 부담이 적고 운영도 비교적 투명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씨는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한 공립 단설유치원을 보내려고 알아보다가 결국 지원을 포기하고 사립유치원을 택했다. 국공립유치원 입학을 따내기도 어렵지만,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 통학 거리도 부담됐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서울을 포함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아이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국공립유치원 선호도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공립유치원들이 정원에서 약 79%밖에 채우지 못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날 <한겨레>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전국 17개 시도별 국공립유치원 정원충족률’(2018년 7월 기준)을 보면, 정원을 모두 채운 지역은 한곳도 없었다. 인천이 91.2%로 가장 높았지만 서울은 90.9%였다. 이어 대구(89.6%)·부산(88%)·울산(87.8%)·세종(85.6%)·대전·제주(85%)·광주(82.5%)·경기(79.9%)·충북(78.2%)·전남(73.1%)·전북(73%)·강원(72.4%)·경남(72.1%)·충남(70.8%)·경북(66.3%) 차례였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중구·용산구를 관할하는 중부교육지원청이 78.1%로 가장 낮았고, 동부(동대문구·중랑구)가 86.9%, 성동·광진은 87.7%, 성북·강북은 88%, 북부(노원구·도봉구)가 89.1%, 강남·서초가 89.3%를 기록하는 등 서울 내 6개 교육지원청이 정원의 90%를 채우지 못했다. 

한겨레

이런 현상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우선 국공립유치원의 ‘통학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치원 신축 부지 확보 문제와 사립유치원들의 저항 등이 겹쳐 국공립유치원들이 주거 밀집지역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과 원생들의 주거단지가 멀리 떨어진 일부 지역에서만 통학버스 지원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국공립유치원의 방학이 길고 ‘방과 후 돌봄 시간’이 짧아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기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얽혀 있다. 5살 아들을 둔 백아무개(35)씨는 “사립유치원은 보통 여름과 겨울에 일주일씩 방학을 하지만 국공립은 한달에서 두달 정도로 방학이 긴 편이다. 맞벌이 가정은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보낼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또 “공립유치원도 ‘에듀케어 시스템’(방과 후 돌봄)이 있다고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당번 선생님이 퇴근 때까지 봐주니 훨씬 유연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에 통학버스를 지원해주면 안 되느냐고 전화를 더러 걸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다른 정책사업 우선순위에 밀리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공립유치원에 중도 포기자가 나와도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것은 대기 순번자들이 이미 집에서 가까운 동네 사립유치원을 택했거나, 초등학교 안에 개설된 일부 병설유치원에 대한 만족감이 낮다는 평가 탓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공립유치원의 단설유치원 확대와 운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사립유치원이 서비스했던 부분을 ‘일하는 엄마’들이 국공립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더해 접근성, (운영의) 유연성 같은 유치원 운영과 관련된 실질적인 개선 부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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