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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6일 13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26일 13시 57분 KST

"초강력 태풍이 나의 가족을 휩쓸어갔습니다"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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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기후변화로 인한 파장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애나는 이미 초강력 태풍으로 가족을 잃었고 자신의 삶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새벽 5시, 조애나 서스텐토는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 태풍이 닥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조애나는 아버지를 위해 커피를 끓이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고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이 태풍은 과거와는 다른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조애나는 이 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2013년 11월 필리핀을 휩쓴 초강력 태풍 하이옌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였습니다. 필리핀 중부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하이옌은 이 지역을 초토화했고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조애나의 부모, 오빠와 그의 아내, 오빠의 세 살배기 아들도 모두 희생됐습니다.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운명의 날 이후 조애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실제 장본인들에 맞서 단결된 공동체를 건설하는 작업이 그것입니다. 그녀는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파괴적 양상을 띠는 태풍과 화석연료 회사들 사이의 연관을 폭로하며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벌어진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도록 당장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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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타클로반 시에서 노부부가 태풍 하이옌이 휩쓴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 ‘기후 정의’를 위한 운동을 추진할 때 만나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 제가 살아오는 동안 겪은 가장 큰 고통은 태풍 하이옌으로 부모, 오빠 부부, 3살짜리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또 제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가족들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글쓰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겪은 이야기를 글을 통해 친척, 친구, 더 나아가 다른 지역과 외국 사람들에게까지 전달하면서 저는 위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기후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경험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 안전한 삶을 살 기본적 권리를 잃어버린 게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나요? 태풍이 올 때마다 무너진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폐허에서 쓸 만한 것을 뒤적이는 생활을 짐작하시겠어요? 실종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메는 마음을 상상하시겠어요? 시신의 수를 헤아리는 것은 어떻고요? 내가 가족을 위해 직접 지은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퇴거를 당할 때의 마음은요? 이런 모든 일을 겪으면서 동시에 가족을 잃은 슬픔까지 감당해야 한다면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충격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요? 그리고, 정부와 화석연료 회사들이 당신을 이 모든 위험에 반복적으로 빠뜨린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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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지나간 타클로반 시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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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인 2017년, 같은 장소의 모습

-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재해가 정의의 파괴라고 하는데,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 하이옌이 몰고 왔던 공포는 그 태풍이 사라졌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뒤에 남은 생존자들의 삶은 몇 배로 힘들어졌습니다. 많은 시민이 삶터를 떠나야 했고 임시로 설립된 천막촌에서 거주해야 했습니다. 10대 청소년,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했으며, 성범죄에 취약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생계 수단이 파괴돼 빈곤율이 치솟게 되자, 일부 가정은 아동 인신매매나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불의는 다른 데 있습니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이 수십 년간 지속해온 탐욕과 기만으로 촉발된 재앙이 닥칠 때마다, 필리핀 국민 같은 무고한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자기네가 생산한 석유, 천연가스, 석탄 제품이 소비될 때 기후에 치명적이고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세계 여러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화석연료 회사들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정의를 위해 기업 행태를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간 것은 5년 전입니다. 아직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있나요?

= 하이옌이 지나간 지 몇 년이 됐지만, 많은 가정이 아직도 임시 대피소에 거주하며, 적절한 주택이나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해안 지역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어업이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죠. 농민들은 태풍이 와서 농사를 망칠 때마다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농민이나 어민은 세상을 먹여살리는 사람들인데, 재난이 들이닥칠 때마다 배를 주리는 당사자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 재난을 당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보고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 필리핀 사람들은 시련에 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끈질긴 민족이며,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던지든 그에 적응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사람들은 적응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를 갖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할 자격이 있음을 잊어버리고, 지도자에게 그런 대접을 요구하지 않게 됩니다.

지난 몇 년을 지나면서 저는 필리핀 사람들이 인내력이 있음을 강조하는 게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주장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며,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장기적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내심은 이러한 사태에 책임이 있는 측에 대항해 행동하는 일을 포기하는 구실이 돼 왔습니다.

- 태풍 하이옌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어려운가요?

= 제가 있는 지역에서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재난이 단순히 지구에서 반복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적응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제게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회사들 간의 관계를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누구나 에너지를 쓰고 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신화에 빠져 살았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화석연료 회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시각을 갖지 못한 것입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화석연료 산업이 세상을 속여 왔다는 사실을 제 이웃들이 알게 된다면, 이러한 불의에 크게 분노하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 사람들이 그와 같은 끔찍한 자연재해를 인식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 진실이 중요합니다.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한 변화를 악화시켜 왔습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측은 바로 이 기업들입니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정부를 압박해, 이러한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기업 활동을 하도록 규제하는 법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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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시민단체인 ‘기후 정의를 위한 시민행동’ 회원들이 산 후아니코 다리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 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세계 지도자들에게 촉구한다

- 당신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행동을 촉구하는 일을 계속하게 만들어 주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탈진할 때마다, 제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잊곤 합니다. 그러나 곧 다시 저의 핵심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 말이지요.

저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그들의 사업 모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이고 기술적인 자원이 그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고, 거꾸로 기후 과학을 무너뜨리고 행동을 무력화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이러한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탐욕 때문에 나의 가족과 이웃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무관심하게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통계에 나타나는 수치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삶이 있고 꿈이 있으며, 우리가 끔찍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물려줄 신념도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저는 그런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운동의 일부가 되고자 합니다.

-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전선에서 다른 지역의 운동과 연대감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나요?

= 태평양 도서 지역의 주민들과는 확실한 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곳에서도 큰 울림을 갖습니다. 한때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해양은 이제는 그들로부터 삶의 터전을 조금씩 빼앗아가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지요. 어떤 지역 공동체가 우리와 같이 기후변화의 위협에 취약한 상태에 처해 있어, 기후변화에 맞서는 전선에서 함께 행동할 때 저는 강한 영감을 받고 희망을 갖게 됩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분명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즉 취약한 국가들이 이렇게 무언가를 한다면, 강대국들은 핑계나 대며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이죠. 또 각국에서 기후 불안을 초래하는 자기 정부를 고발하는 시민 운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기후변화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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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나 서스텐토

-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당신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에게 희망을 주고 있나요?

= 제가 겪은 것, 또 제 이웃들이 겪은 것을 이야기하는 일은 처음에는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제 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 강해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은, 우리가 권력자가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세계를 향해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저는 지금의 내가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되고,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좀더 많은 이웃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세상에 공개돼야 할 수백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세상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인터뷰 및 글 정리 : 라쉬니 수리야라츠치, 자유 기고가

조애나와 같은 사람들이 당당히 일어서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희망의이유 #ReasonsForHope 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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