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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또 말을 바꿨다. 카쇼기는 '계획적'으로 살해됐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해왔다.

  • 허완
  • 입력 2018.10.26 11:23
ⓒASSOCIATED PRESS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입장을 바꿨다. 그가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 

뉴욕타임스(NYT)CNN 등 미국 언론들이 사우디 국영 뉴스통신사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사우디 검찰은 공동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터키로부터 전달 받은 증거들은 ”이 사건의 범인들이 사전 계획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 검찰은 범인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이와 관련해 새로 파악한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자발적 망명을 떠난 이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글을 써왔던 카쇼기는 결혼 서류를 위해 지난 2일 터키 주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갔다가 살해됐다. 

터키 정부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통해 언론에 사건의 주요 정황들을 흘려왔다. 이 구체적인 내용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 최고위층이 직접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자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의 은폐 시도가 ”역대 최악의 은폐”라고 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계획적인 ”정치적 암살”이라며 사우디의 설명이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사우디 정부는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 비공식·공식 입장을 바꿔왔다. 그 변천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0월3일 : 카쇼기는 총영사관을 떠났고 우리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10월15일 : ‘암살단 요원’이라고 터키가 주장하는 15명은 평범한 단체 관광객들이다

10월15일 : 카쇼기가 죽은 건 맞는데, 그를 심문하다가 ‘독자적인 킬러들’이 윗선의 지시 없이 저지른 일이다 (왕세자는 그를 사우디로 데려오라고까지만 지시했다)

10월20일 : 카쇼기가 본국 송환을 거부하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몸싸움 끝에 그가 숨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15명을 체포했다)

10월25일 : (터키의 말을 들어보니) 카쇼기는 ‘계획적’으로 살해됐을지도 모르겠다.

ⓒASSOCIATED PRESS

 

한편 사우디의 입장 변화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지나 하스펠 미국 CIA(중앙정보국) 국장은 터키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하스펠 국장은 터키 정보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카쇼기가 불과 몇 분 만에 잔혹하게 살해될 당시의 상황이 담긴 오디오를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로서는 ‘우발적 사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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