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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 살리기 위해 결국 토건에 손을 댔다

일자리 정책이 단기, 임시직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8.10.25 12:21
  • 수정 2018.10.25 13:51

정부가 저조한 고용과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꺼냈다. 그런데 정책 내용을 보면 과거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월, “고용이 많이 느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 부양 일체를 쓰지 않는다.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전략산업 등”을 중심으로 SO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VDCM image via Getty Images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관계기관 TF를 구성하고 11월까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12월에 확정해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런데 위험의 소지가 있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신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포함한 신속 추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SOC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로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가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고려하는 것은 사업 추진 속도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평균 11.1개월이 걸렸다. 조사를 면제하면 그만큼 사업에 빨리 착공할 수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업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도 있지만, 이미 준비가 끝났고 예타만 해결되면 바로 착수 가능한 사업도 많다”며 “신속히 추진 가능한 사업들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제 대상 사업으로는 GTX-B·C노선, 서부경남 KTX, 새만금공항,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 울산외곽순환고속도, 남북 철도·도로연결사업 등이 고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자체와 협의해서 선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충분한 고려 없이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면 그만큼 사업의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 추진한 SOC 사업 상당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총 금액으로 치면 60조3109억원이다. 4대강 사업 중 일부도 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갔다.

정부가 사업 속도를 내기에 급급한 이면에는 국가경제지표의 추락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두에 최근 고용, 경제 동향을 설명하며 ”투자 부진 지속되며 경제활력 및 고용 창출력이 저하됐고 고용은 하반기 들어 한 자릿수 증가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건설, 토목 분야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효약’으로 처방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건설부문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13.9명으로 전산업 평균 대비 1.08배 크고, 노동소득분배율(0.89)은 전산업 평균 대비 1.58배, 후방연쇄효과(1.18)는 1.2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직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보기 위해 토건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SOC 투자 이외에도 포항영일만 공장증성, 여수 항만배후단지 개발, 여수 국가산단 입주기업 공장증설 등에 예산을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고 또 총 1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기업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리쇼어링(해외에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의 사업장 국내 이전) 촉진을 위한 보조금 지급 및 법인세 감면, 산업단지 중심의 제조업 스마트화 등이 추가됐다.

또 연내에 효용성이 낮은 접경지역 내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하고, 낙후지역 개발 시 부담금 50% 감면 대상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생활체육시설, 도서관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의 설치제한도 완화한다. 국민체감형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명목으로 주거·환경·안전·신재생에너지 분야 SOC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올해 17조9000억원에서 내년 26조1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계층별・지역별 일자리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됐다. 여기에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증원,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지원인력, 전통시장 화재 감시 인원 충원 등의 사업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단기, 일회성 일자리이기 때문에 이 또한 ‘고용 지표만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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