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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 14시 16분 KST

마침내 '미투' 시작된 인도 : 생존자들 무료 지원 선택한 변호사들의 이야기

인도에서 전례 없는 분노와 연대의 물결이 시작됐다.

CHANDAN KHANNA via Getty Images
13일 인도의 저널리스트들이 미디어 업계에서 벌어진 성폭력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델리—첫 명예 훼손 고소가 이루어지기까지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10월 15일 MJ 아크바르 인도 외교부 부장관(현재는 사임)이 신문사 편집장 시절 자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언론인 프리야 라마니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같은 날 배우 알록 나트는 수십 년 전 나트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프로듀서이자 감독 빈타 난다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10월 들어 인도 여성들은 직장 안팎에서 자신에게 성희롱이나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을 고발하고 있다. 전례 없는 분노와 연대가 쏟아지고 있어 인도의 #미투 운동으로 불린다. 여러 가지 형태로 불거져 나오고 있으나, 가장 흔한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가해자의 이름을 밝히고 수치를 주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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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프리야 라마니를 고소한 MJ 아크바르 前 인도 외교부 부장관의 변호사들. 

한 작은 집단(주로 언론인과 변호사들)은 가해자를 고소하길 원하는 생존자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의 연락처 목록을 만들었다.

허프포스트 인디아는 왜 이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는지, 명예 훼손 소송이 계속 늘어날 텐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묻기 위해 이 목록의 일부 변호사들에 접촉했다. 이 목록을 만든 이들은 세부 내용이 모두 정확하다고 하지는 않았으나, 일종의 공공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하고 있다.

뭄바이의 변호사 루투자 쉰데는 성희롱 생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으며, 이 목록 작성에도 참여했다.

“생존자들을 돕자고 결심하게 된 것은 이 운동이 컴퓨터 화면에서 법정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적 도움을 얻는데 필요한 비용이 이미 트라우마를 겪은 생존자들에게 더욱 짐이 된다. 나는 그들이 법적 도움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쉰데의 말이다.

2016년 조드푸르의 국립 법학 대학교를 졸업한 쉰데는 2017년 1월부터 뭄바이의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중점적으로 맡았다.

지금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후, 소셜 미디어, 이메일, 입소문 등 여러 경로로 40~45명의 여성이 연락해왔다고 한다. 쉰데의 도움을 받아 “일부는 ICC/경찰에 항의서를 냈다. 명예 훼손 소송에서 자신을 변호해 달라고 접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ICC는 내부 항의 위원회로, 2013년에 직장 내 여성 성희롱(예방, 금지, 시정) 법이 만들어지며 모든 직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었다. 여러 미디어 사의 ICC들이 현재 언론인들에 대한 성희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나는 모든 여성이 한 번은 희롱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법조계에도 여성이 적다. 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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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빈타 난다. 그녀는 자신이 19살이던 시절 남자 배우 알록 나트가 강간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이 목록에 추가된 뭄바이의 변호사 락쉬미 라만은 5년째 변호사로 일하며 어린이 성적 학대와 관련된 사건들을 주로 담당했다. 현재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일하는 시니어 변호사인 라만은 독립적으로도 사건을 맡는다. 허프포스트 인디아와 이야기할 당시에는 생존자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 상태였다.

라만은 여성들이 소셜 미디어를 먼저 사용했다가 명예 훼손으로 보복당하지 말고 이 목록부터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라고 격려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여성들)이 전체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법적 조언을 구하고 나서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여성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나서 법적 절차를 밟지 않는데, ‘그 남자 말이, 그 여자 말이’하는 식으로 맥락 없이 말만 떠도는 결과를 낳으므로 원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

심바이오시스 법학 대학교를 졸업한 라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미투 운동이 변질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미디어 재판’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우리 변호사들을 찾아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길 바란다. 운동 전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미디어 재판에 만족하기보다는, 실제 했던 말이나 제스쳐 중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 우리의 조언을 듣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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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저널리스트들이 직장 내 성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델리의 상업 변호사 하르샤드 파타크는 소셜 미디어 목록에 올라있지는 않지만, 변호사 단체들을 통해 생존자들을 무료로 도울 뜻이 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의 사회적 효용, 여성들이 트라우마가 된 경험을 대중을 위해 다시 떠올리는 용기, 가부장적 구조의 점진적 해체에 기여할 기회로 나는 제한적인 서비스나마 무료로 제공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내 도움으로 한 명이라도 혜택을 얻게 된다면 헌신할 가치가 있다.”

파타크는 상법은 “사회적 중요성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이 배운 것을 공익을 위해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허프포스트 India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