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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물 한잔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은 기독교인을 구원할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기 힘들다

  • 박세회
  • 입력 2018.10.19 17:32
  • 수정 2018.10.19 17:57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위해 제작한 홍보물.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위해 제작한 홍보물.  ⓒAgence-France Presse

″물 한잔을 마시고 사형 선고를 받다”

지난 2013년 파키스탄의 여성 아시아 비비의 사건을 보도하며 뉴욕 포스트가 건 제목이다. 아시아 비비는 정말 물 한잔을 잘못 마셨다가 투옥됐고, 사형 선고를 받은 97%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의 기독교 여성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마을에서 유일한 기독교 신자인 아시아 비비(53, 당시 44)는 지난 2009년 팔사 열매를 수확하던 중 가까운 우물에 물을 길으러 갔다. 물을 긷던 중 그녀는 우물 옆에 있는 금속 컵으로 물을 한 잔 마셨는데, 마을 사람 하나가 이걸 지목하고 나섰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무슬림이 사용하는 도구를 기독교인이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 주민의 말에 아시아 비비는 ”예수는 이걸 무함마드와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그 후 아시아 비비와 주변에 있던 마을 주민들 사이에 종교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무슬림 주민들은 ”넌 더러운 기독교일 뿐이다. 우리 우물을 더럽혀 놓고 선지자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예수는 아빠도 제대로 없는 사생아”라고 공격했다. 아시아 비비 역시 ”난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믿는다. 너희 선지자 무함마드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반박했다.

5일 후 그녀는 신성모독죄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약 1년간 적절한 기소 없이 투옥되었다가 1년 5개월 후 신성모독죄 사형판결을 받았다.

지난 12일로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비비의 대법 상고심 판결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파키스탄 강경파 무슬림 정당인 TLP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기독교 여성을 석방하면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시아 비비의 사형을 외치는 시위대. 
아시아 비비의 사형을 외치는 시위대.  ⓒNews18

이런 기세 때문인지 대법원은 판결 12일로 예정된 판결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 9년 동안 국제사회, 특히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과 미국에선 그녀의 사형 판결과 투옥 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파키스탄 대법원이 그녀의 편에 선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난 2011년 펀자브의 전 주지사 고 살만 타시르는 자신의 경호원에 의해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이유는? 무슬림인 타시르가 극단주의를 배제하는 종교 자유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생전 그는 아시아 비비의 처형에 반대했으며 관련 법인 신성모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파키스탄의 법원은 아시아 53세 기독교인 여성을 처형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 첫 줄에 ”파키스탄 대법원은 아시아 비비를 석방할 용기가 있는가?”라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어떤 곳에서 어떤 판결은 논리와 이성의 영역에서 다투지 않는다.

국제 사회에서 종교와는 상관 없이 희생받는 소수자의 상징이 된 아시아 비비에게 파키스탄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한편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면 그녀가 사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맘눈 후세인 대통령의 사면을 받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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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아시아 비비 #파키스탄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