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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규리씨가 문 대통령 유럽 순방에 동행한 이유

‘한·불 우정콘서트’ 사회를 봤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을 찾았다. 이날 열리는 ‘한·불 우정콘서트’ 참석을 위해서였다. 이날 콘서트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 가수들과 퓨전음악 뮤지션 등이 나섰다.

그리고 이날 사회는 배우 김규리씨가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약 10여 년간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던 인물이다.

그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유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에 자신의 미니홈피(소셜미디어의 한 종류)에 썼던 한 줄의 글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라는 글을 올렸고 논란이 되었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사람은 김규리씨만은 아니었다. 진중권 교수는 ”당시 대학 강의가 이유 없이 폐강되고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고 김미화 씨도 설 자리를 일었다. 배우 명계남 씨는 ”그동안 방송국 사람들이 (제 출연이) 곤란하다고 해 TV 출연을 못 했다. 나 같은 사람은 얼굴이 알려지고 주목받는 행동을 해서 그렇게 찍혔다고 보지만, 저 같은 사람이 앞장서는 바람에 한꺼번에 일반 순수 예술인까지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MB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2017년에서야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연예계 인사를 대상으로 퇴출활동을 전개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규리(당시 김민선)씨 뿐만 아니라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인사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과 윤도현, 신해철 등 가수 8명 등 총 82명의 이름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서야 비로소 김규리씨는 재기할 수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작년 9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도했고 김씨는 다음날 ”십 년이면 글의 대가는 충분히 치른 것 같습니다. 더이상의 혼란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4월부터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김규리씨를 직접 찾았다. 올 1월 문 대통령은 서울의 한 극장에서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본 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김규리씨를 포함해 소설가 서유미씨, 시인 신동욱씨, 공연기획자 정유란씨, 민중가수 백자씨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듣거나 또는 피해 입으신 분들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며 ”블랙리스트 피해자 분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2 대선 때 저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거나 문화예술인들의 지지선언에 이름 올렸다거나 하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에 오랜 세월 고통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별로 그 아픔에 대해서 지난날의 고통에 대해 보상해 드릴 길이 별로 없다”며 ”그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서 그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들 벌 받을 사람들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는 게 하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두 번째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 예술인들이 정치적인 성향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 때문에 차별 받는다든지 또는 예술 표현의 권리에서 억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규리씨에게 붓을 한필 선물했다. 김규리씨는 과거 영화 ‘미인도’를 통해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고 또 동양화 작가로도 데뷔한 바 있다. 이 점을 고려해 붓을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김씨에게 “제가 듣기로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심지어는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들었고 김규리씨는 예명을 바꿨죠 못 견뎌서”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길에 김규리씨가 동행했다. 김규리씨가 '한·불 우정콘서트' 의 사회자로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는 MB 정부의 부당한 블랙리스트로 인해 실추된 김규리씨의 명예에 대한 일종의 '복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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