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18일 14시 45분 KST

카쇼기 암살 의혹 사건으로 사우디 왕족 내 갈등이 터질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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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실종된 이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에 대한 비난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는 이 의혹이 국내에서, 특히 방대하고 이질적인 왕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주재 사우디 대사의 행적을 둘러싼 혼란은 MBS의 거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오래 전부터 왕가에서 있어왔던 긴장 관계가 카쇼기 건으로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다.

MBS의 형제이기도 한 워싱턴 주재 칼리드 빈 살만 대사는 지난주에 미국을 떠났으며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밤 보도했다. CBS도 다음 날 아침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변동 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CBS와 ABC에 말했다. 워싱턴의 사우디 대사관에 여러 번 언급을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

대사가 리야드로 돌아간 것은 MBS의 이너 서클이 뭉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건 사우디 엘리트층 내부의 관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작지만 중요한 핵심 지표다.

현재 사우디의 지배 가문은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를 국가로 만든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압둘 아지즈 2세)에서 몇 세대 차이 나지 않는다. 7대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모든 왕은 그의 아들들이었다. 이른바 ‘형제 상속’이다. 그러나 왕위가 수평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국왕이 점점 고령화되는 문제가 벌어졌고, 세대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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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국왕(살만 빈 압둘 아지즈, 7대 국왕)은 2017년에 전격적으로 친아들 MBS를 제1왕위계승자로 책봉했다. 애초 왕위 계승서열 1위였던 사촌형을 밀어내고 MBS가 왕세자 자리를 빼앗은 것.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왕위 계승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기도 했다.  

MBS는 주요 부서들에 대한 왕가 내 다른 계파의 권력을 체계적으로 약화시켰고, 지난해 11월에는 그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게 지위를 지켜왔던 왕자들을 대거 체포하는 등 중앙집권화를 가차없이 추진해왔다. 이는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사우디 내부의 가장 큰 변화다. 고위 왕족 집단에게 권력을 넘겨왔던 오랜 자문 시스템이 끝난 셈이다. 현 살만 국왕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사우디 식의 ”민주주의”였다.

지난해 한 서방국가 정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왕족은 알 사우드에서 알 살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가의 다른 계파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MBS가 사우디의 정치 및 군사 구조 상당 부분을 성공적으로 개혁했지만, 다른 왕자들은 여전히 혈통과 방대한 해외 인맥을 통해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게 바로, 예를 들어, 최근 카쇼기 사건 직후 사우디 대표단을 이끌고 터키를 방문한 사람이 저명한 왕족 칼레드 빈 파이살 왕자였던 이유다.

이러한 왕자들 일부는 MBS에 대한 불만이 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예멘에서의 군사작전, 접경국 카타르와의 균열, 현재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카쇼기 사건 등 위험한 결정들을 연달아 내려왔으며, 이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정성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왕가의 그늘 아래 막대한 부와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체제 내 왕가 인사들도 개인적으로 우려를 품을 만한 이유가 있다. 2015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 순례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한 왕자가 살만 정부의 순례 관리에 대한 가문 내 불만을 토로하는 두 통의 서한을 보낸 일 때문에 내부의 불만이 드러난 적도 있다.

BANDAR AL-JALOUD via Getty Images

 

MBS로선 신뢰가 더 떨어지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사우디 왕가가 대의를 위해 자신들의 내부 구성원에게 등을 돌린 선례가 있다. 1964년에 당시 왕세자였던 파이살은 강력한 친척들의 지원을 받아 자신의 형제 사우드 국왕(2대 국왕)의 왕좌를 빼앗았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MBS가 카쇼기 납치를 직접 명령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안보 지원과 협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결정할 수 있는 미국 의회의 의원들이 카쇼기 실종을 비난하고 있는 것 역시 MBS에겐 위험 요소다. MBS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워싱턴의 파워 브로커들이 사우디 측에 MBS가 물러나는 대가로 미국-사우디 관계를 유지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사우디 왕가로서는 운명을 좌우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필요한 일을 하거나, 주눅이 들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거나이다.

적극적인 왕자들은 서구의 동맹들이 이와 같은 권력 전환 과정 내내 자기 편으로 남아줄 것인지 우려할 것이다. 지난해 MBS가 사촌들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에 대한 기사가 나왔지만, 서방 국가들은 거의 항의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땅에서 실종된 왕자만 최소 3명이다.

그러나 현재 MBS의 라이벌들에게 승산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들에겐 첫째, 능력이 없고, 둘째, 배짱이 없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사우디 사정에 밝은 반체제 인사 알리 알-아흐메드는 MBS의 권력 장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카쇼기는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MBS의 말을 믿는다고 말해, 자신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믿는 MBS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한편 세계 비즈니스와 유럽 등의 다른 파워 플레이어들로부터 고립된 사우디의 국내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9/11 이후 세계 무대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70년 동안 부유한 왕국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드 가문은 MBS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누가 그를 제거하겠는가? 대체 누가?” 알-아흐메드의 말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Saudi Princes Were Already Worried. The Khashoggi Scandal May Cause Full-Scale Panic.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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