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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차량 업체 '타다'는 어떻게 규제를 피했나

국토부는 '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 백승호
  • 입력 2018.10.17 17:51
  • 수정 2018.10.18 09:23

한국은 공유차량 서비스의 무덤과도 같은 곳이었다. 대표적인 글로벌 업체인 우버는 한국에 들어온지 2년도 안돼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의 서비스도 줄줄이 장애물에 부딪혔다. 카풀 업체 풀러스는 그간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7년 말부터 24시간 서비스 제공으로 바뀌자 서울시와 국토부가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으로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제공할 수 있다는게 이유였다. 이후 풀러스는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70%가 구조조정으로 잘렸다.

카카오택시도 올 3월,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사를 강제 배차하는 ‘즉시호출’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려고 했으나 국토부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들 회사의 세부적인 서비스 방식은 달랐으나 결말은 비슷했다. 서비스를 출시하면 택시 등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나 지자체가 택시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장을 열어젖힐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데이팅 앱 ‘비트윈‘을 운영중이던 기업 VCNC는 ‘타다’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시스템은 카카오택시와 유사하다. 사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차량이 배차되고 목적지까지 태워준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승용차가 아니라 11인승 승합차가 온다.

‘타다‘가 11인승 승합차를 선택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타다’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열쇠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차량을 빌려주면서 기사까지 같이 배차하는 ‘렌터카’ 서비스다. 원칙적으로 렌터카를 이용한 유상운송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렌터카와 대리운전을 결합한 서비스 ‘차차’가 출시되었으나 국토부는 이 서비스 방식이 ‘법 취지를 넘어선 해석‘이라며 서울시의 행정지도를 요청했고 결국 ‘차차’는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Huffpost KR

 

반면 국토교통부는 ‘타다‘의 서비스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객운수법은 11~15인승 승합차에 대해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타다’ 서비스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태우고 1인당 운임을 정하는 등 사실상 운송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령상으로 문제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시 한 달도 안돼서 이어지는 호평

타다가 출시된 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벌써부터 이용객들은 호평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택시보다 요금이 약 20% 더 비싼데도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호평의 내용을 보면 조금 이상하다.

‘차량이 커서 편리하다‘든가 ‘무료 와이파이가 터진다’ 같은 내용이 아니다. 이들이 호평하는 내용은 ‘기사들이 불쾌한 말을 걸지 않는다‘든가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해도 될 권리에 대해서 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택시업계가 승객들에게 당연한 서비스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타다‘를 운행하는 드라이버는 타다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월급을 받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다만 ‘타다’ 측은 기사들에게 ‘운행 매뉴얼‘과 ‘승객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기사들에게 배차할 때 고객의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고 할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 점이 바로 ‘타다’ 이용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반려동물 동승 서비스, 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모두 기존의 택시들이 거부했거나 꺼렸던 일들이다.

 

서비스 개선 없이 반발로만 버티는 택시 업계

VCNC가 ‘타다’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택시 업계는 반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산업 단체는 타다에 대해 “신산업·공유경제·승차공유, 대단히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법의 맹점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실상 일반인을 고용한 택시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타다’는 불법 여객운송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Huffpost KR

 

전국 택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그 이유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전국 성인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74.2%가 승차공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번이라도 승차공유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조사한 결과 긍정적 응답은 88.4%로 늘었다.

이같은 결과는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기존 택시업계로부터의 피로감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승차 거부, 불친절한 서비스, 난폭 운전 등이 택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이 불신이 ‘택시 산업의 대안으로서’의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타다 측은 ”택시업계와 협업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자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택시 업체들은 “공유경제의 미명하에 택시산업 죽이는 불·탈법 승차공유를 퇴출시키기 위해 거센 투쟁 중”이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타다‘가 ‘기사가 말을 안 걸고 승차거부도 안 해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택시업계가 ‘생존권’ 만으로 승객을 설득할 수 없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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