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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사립유치원에 대해 당신이 궁금해할 5가지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의 파장이 거세다.

  • 김도훈
  • 입력 2018.10.17 13:51
  • 수정 2018.10.17 13:52
ⓒ뉴스1

“닭 3마리를 넣고 우린 국물로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닭곰탕을 먹었다.” “유치원 급식납품업자인데 (비리 유치원 공개 뒤) 납품량이 확 늘었다.”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의 파장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인터넷 지역 카페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유치원 비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유치원 전수조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대해 갖는 의문 5가지를 뽑아 정리했다.

 

■ 한국은 왜 사립유치원이 많을까?

현재 우리나라 유치원의 절반은 사립이다. 2018년 기준으로 사립유치원 수는 전체의 46.7%이고, 원아 수로 비교하면 74.5%가 사립유치원에 다닌다. 유아교육법은 ‘만 3살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를 유아로 규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자와 더불어 유아를 교육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아교육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서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일부 부유층 자녀의 조기교육 수요에 의해 도입된 유치원이 급증한 건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시절이다. 전두환 정부는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 방법이 바로 사립유치원 확대였다. 시설 규정을 완화하고 무자격 원장이나 교사가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기도 했다. 그 결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는 1987년 3233개로 급증했다.

대도시 가정의 사립유치원 의존은 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농어촌에 우선적으로 공립유치원을 설립했다. 대도시의 학부모는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고, 당시에도 ‘비싼’ 교육비 탓에 도시의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모 없이 ‘문 잠긴’ 방 안에 방치됐다. 1991년 공립과 사립의 비율은 55%와 45%였지만, 서울 등 5대 대도시는 공립유치원이 12%에 불과했다.

ⓒ뉴스1

■ ‘사유재산’에 왜 2조원의 지원금을 줄까?

설립자의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에 투명 경영을 요구하는 건 ‘유아교육법’ 24조에 따라 국고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지원비로 매달 1인당 29만원(방과후과정비 포함)씩 사립유치원 통장에 입금해주고 있다. 담임수당과 교직수당 등 교사처우개선비도 월 51만원가량이 지원된다. 교육부의 자료를 보면, 국고지원금은 사립유치원 예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엄청난 나랏돈이 지원됐지만 사립유치원은 감시의 사각지대였다. 사립유치원의 회계자료를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시교육청의 감사가 아니면 실상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청은 인력난을 이유로 사립유치원을 방치해왔다. 원장 등의 급여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의 감사에 적발된 ㅇ유치원은 설 상여금으로 원장이 795만원을 가져가면서 사무직인 원장의 배우자에겐 650만원을 지급했다. 원감과 일반교사의 상여금은 5만~20만원이었다. 장혜경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원 강사는 “내용은 사설 학원과 다를 바 없는데 형식은 교육기관으로 설립인가를 받고 운영됐다”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으며 사회적 관심은 너무도 멀리 있었다”고 비판했다.

 

■ 모든 유치원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을 국공립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지만, 교육 당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사립유치원의 비율이 높은 대도시는 단설유치원을 지을 용지 확보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활용한 병설유치원 확대도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빈 교실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병설 3학급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 5개의 교실이 필요하다”며 “초중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교실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학급당 인원도 줄고 있어 빈 교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서울시교육청은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실험 중이다.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단설유치원으로 바꾼다는 계획으로, 서울 관악구의 한 유치원을 사들여 내년 3월 개원할 계획이다.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건 전국 최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까지 서울시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3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며 “매입형 공립유치원 역시 매해 1~2개씩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현금으로 내는 유치원비는 불법?

“큰애도 3년간 유치원을 보냈는데 교육비와 방과후수업비만 계좌이체를 하고 현장학습비, 교복비, 졸업여행비 모두 현금을 봉투에 넣어 아이에게 보냈다. 큰애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둘째도 그러니 의심을 하게 된다.”

유치원 비리 폭로 뒤 학부모들이 가장 의심스러워하는 부분은 ‘현금 납부’였다. 지역 카페에 이러한 글이 올라오자 ‘우리도 현금으로 보낸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유치원은 왜 카드를 받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금액은 계좌이체로 받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감사에서 현금 납부가 확인되면 계좌이체로 받으라고 시정명령을 내린다”며 “학부모가 통장을 사용할 수 없을 때만 현금 납부를 허용하고 있고, 유치원이 계좌이체로 못 받는 항목은 없다”고 밝혔다. 유치원비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서울시 유치원의 86%가 카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고, 카드 결제를 하는 유치원에 50만원씩 비용 지원도 하고 있다”며 “안내가 없는 경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유치원 입학 시즌…비리 유치원 어떻게 피할까?

11월 입학 시즌을 앞두고 유치원을 알아보던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유치원 감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이다. 전국 유치원의 33%만 감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서도 40%만 공개됐다.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고 ‘깨끗한 유치원’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에서 유치원을 운영 중이라는 한 원장은 ‘모든 유치원을 비리 유치원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리며 “손가락질 대신 유치원을 감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원장은 “(자녀가) 명단에 오른 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이름 오른 것을 찜찜해하지 마시고 유치원에 전화해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보라”며 “전화한 것을 불쾌해하는 유치원이라면, 원의 설명을 듣고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 퇴원을 결정하라”고 말했다.

실제 비리 유치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서울의 ㅂ유치원은 15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미심쩍게 생각했던 것을 조금씩 풀어내는 자리였던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치원이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고 앞으로 크게 변할 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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