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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주 선거의 교훈 : 극우를 모방해서 극우를 이길 수는 없다

CSU는 극우정당의 선거 프레임에 끌려들어갔다.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다.

  • 허완
  • 입력 2018.10.17 12:20
  • 수정 2018.10.17 12:25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를 장악해왔던 기독사회당(CSU)는 극우정당의 이민배척주의(nativist) 레토릭과 강경한 이민 정책을 모방함으로써 극우정당에 한 수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14일) 나온 지방선거 결과에 따르면, 그들은 완패를 당했다. CSU의 큰 패배는 극우정당이 정치적 논의의 프레임을 구성하도록 내버려 둔 채 자신들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할 경우, 기성 정당들의 패배는 예고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수십년 동안 보수연합을 구성해왔던 자매정당 CSU는 자신들의 텃밭인 바이에른주에서 37.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전 선거보다 10%p 하락한 것이자, 195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반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CSU가 잃어버린 표와 거의 똑같은 규모인 10.2%를 얻어 사상 처음으로 바이에른주 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TOBIAS SCHWARZ via Getty Images

 

올해 이번 선거를 앞두고 CSU는 이민과 국경 문제에 있어 오른쪽으로 전환했다. CSU 당수이자 독일 내무장관인 호르스트 제호퍼는 지난 여름 더 강화된 국경 정책을 요구하며 거의 연립정부를 깨는 수준까지 메르켈 총리와 충돌했다. 그는 이민이 ”모든 문제의 어머니”라고 규정했으며 올해 초에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라고도 했다.

켐니츠에서 벌어진 극우 폭력시위는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서 규탄했을 만큼 국가적 이슈로 번졌다. 제호퍼는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시위에 가담했을 것이라며 시위대를 향해 지지를 보냈다. 7월 자신의 69세 생일을 맞아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신청자 69명 추방을 축하하기도 했다. 그 69명 중 한 명은 카불에 도착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환이 AfD에 대한 지지 증가를 막아내는 대신 오히려 제호퍼의 정당은 표를 잃었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 지지층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CHRISTOF STACHE via Getty Images

 

제호퍼가 이끄는 덜 극단적인 버전의 AfD를 선택하는 대신, 극우 성향 유권자들은 모조품이 아닌 진짜를 택했다. CSU가 극우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사이 그들은 왼쪽의 지지자도 잃었다. 친(親)이민 정책을 내걸고 있는 녹색당은 제호프가 이끈 ‘우경화’를 거부한 수천명의 CSU 지지자들을 빼앗아 온 덕분에 2위 정당으로 올라섰다.

선거가 끝난 뒤, CSU 고위 관계자는 이민 문제에 집중한 자신들의 전략이 오판에 따른 것이었음을 시인했다.

바이에른주의회 의장이자 CSU 부대표인 바바라 스탐은 ”중도층에서 잃은 표를 오른쪽에서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오늘 결과는 이를 보여준다”고 폴리티코유럽에 말했다.

ⓒMichael Dalder / Reuters

 

유럽에서 우경화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은 정당이 CSU 뿐만은 아니다. 제호퍼의 완강한 반(反)이민, 반(反)이슬람 레토릭은 더 포퓰리스트 같은 레토릭과 반이민 정책들을 내세워 극우 정당으로부터의 압박에 대응하려 했던 유럽 전역의 정치인들에게서 나타난 패턴과 유사하다. 일례로 지난달 스웨덴에서는 진보 성향 사회민주당이 극우 세력의 시각 일부를 수용하고 이민을 제외한 다른 이슈들을 소홀하게 취급한 끝에 수십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또한 독일 정치계의 큰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수십년 동안 안정적인 정치 구도를 나타냈던 독일에서는 최근 치러진 선거들로 정치적 분열이 표출됐다. 소규모 정당들은 빠르게 지지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강력했던 정당들은 정부 구성조차 쉽지 않을 만큼 표를 잃고 있다.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CSU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최악의 패자는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SPD)라고 할 수 있다. SPD는 지난해 총선에서 역사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위기에 빠져 있으며, 이번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쳐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과 친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SPD 대신 좌파 환경주의정당인 녹색당에 표를 던졌다. 이전 선거에서 8.6%의 득표율로 17석을 얻었던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17.5%의 득표율을 기록해 38석을 확보했다.

또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녹색당의 새로운 지지자들 중 4분의1 가량은 CSU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SPD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CSU와는 달리 녹색당은 극우정당이 논의를 좌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그 대신 이민 문제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관심을 두는 폭넓은 이슈들에 집중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Merkel’s Most Powerful Ally Tried To Mimic The Far-Right — And Got Trounc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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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럽 #극우 #앙겔라 메르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