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트럼프가 '기자 암살 의혹' 사우디 왕실을 변호하고 나섰다

미국은 사우디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허완
  • 입력 2018.10.17 10:12
  • 수정 2018.10.17 10: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년 10월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년 10월16일. ⓒASSOCIATED PRESS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암살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사우디 왕실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왕실을 변호하고 나섰다.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카쇼기 기자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터키 정부는 미국에서 자발적 망명 생활을 하며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써왔던 카쇼기 기자가 지난 2일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쇼기 기자 납치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미국 정보기관 도청자료에 담겼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해부 전문가‘와 ‘뼈 절단기’를 소지한 이들을 포함해 총 15명의 사우디 정부 요원들이 사건 당일 전세기 편으로 이스탄불에 입국했다는 얘기도 터키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흘러 나왔다. 

사건 발생 13일 만에야 터키 당국이 현장 감식에 나서면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사우디 정부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우디 왕실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우디와 터키, 미국은 돌연 사건을 서둘러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년 10월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년 10월16일. ⓒASSOCIATED PRESS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섣불리 사우디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최근 연방대법관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에 있었던 성폭행 시도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던 브렛 캐버노의 사례에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백이 입증될 때까지 유죄(라고 몰아간)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캐버노 대법관 사례에서도 그랬지 않나. 그는 내가 아는 한 내내 무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20여분 동안 통화했다고 밝히며 ”독자적인(rogue) 살인자들”이 범인일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국왕은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가 정말로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보려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게 독자적인 살인자들(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것처럼 들렸다. 누가 알겠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날 사용했던 ”독자적인 살인자들”이라는 표현을 살만 국왕이 직접 쓴 것은 아니라며 이는 통화 도중 자신이 느꼈던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ASSOCIATED PRESS

 

앞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외교부 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한 ”신뢰할 만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떤 결론이 나오든 사우디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사우디로 급히 파견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각) 리야드에서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으며, 사우디가 ”엄중하고 신뢰할 만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파트너십”에 대해 살만 국왕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장관은 또한 카쇼기의 실종과 관련해 완전하고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조사를 지원하겠다는 국왕의 의지에 사의를 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고 있다.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2018년 10월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고 있다.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2018년 10월16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도 몇 시간 뒤 올린 트윗에서 ”곧 나올” 사우디 정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임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와 방금 통화했는데 그는 터키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는 통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같이 있었고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답은 곧 나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자체 조사가 “1주일 안으로” 결론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AP에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마이크 폼페이오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자말 카쇼기 #무함마드 빈 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