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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인도에서도 '미투' 폭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억압을 펼치는 많고 많은 남성 중 적어도 일부에겐 정말로 ‘타임스 업’(time’s up)이 찾아온 것 같다.

11일 인도 활동가들이 경찰서 바깥에서 발리우드 남자 배우 나나 파테카르(Nana Patekar)의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 배우 타누쉬리 두타(Tanushree Dutta)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11일 인도 활동가들이 경찰서 바깥에서 발리우드 남자 배우 나나 파테카르(Nana Patekar)의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 배우 타누쉬리 두타(Tanushree Dutta)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PUNIT PARANJPE via Getty Images

뉴델리—2006년 나는 영어 일간지의 인도 콜카타 지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몇 주 뒤, 뉴스 에디터가 내게 자기 사무실에서 보자고 말했다. 내가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동안 그는 책상 위로 몸을 굽혀 출력한 종이들을 깔끔하게 쌓고 펜을 홀더에 꽂았다. 그는 휴지로 PC 모니터의 먼지를 닦으며 나를 보고 엄하게 말했다. “팬티가 보일 정도로 청바지를 내려 입지 말라. 아무도 당신 팬티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21세였고, 그곳이 첫 직장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약 3개월 뒤였다.

부끄러움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뭘 입고 있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차마 내 몸을 내려다볼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갔다. 내가 길고 헐렁한 쿠르타(튜닉 형태의 상의)와 데님을 입고 있다는 게 그제야 기억났다.

나중에 그는 ‘팬티’ 대화가 선제적인 것이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 나이대의 여성들이 입곤 하는 ‘천박한 옷’을 직장에 입고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뒤로도 ‘팬티가 보이는 여자애들’이 남성들을 흥분시킨다는 말을 하곤 했다. 우리가 앉은 자리 쪽을 지나가다 나와 눈을 맞추고 상의를 끌어 올리라는 의미로 내 넥라인을 노려본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나는 이를 그저 남성들이 하는 행동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런 행동을 참아내는 것은 여성에게 부담이 된다.

21세 때, 분노를 체념으로 돌리는 것은 가슴 저미도록 익숙한 일이었다. 나보다 한 세대 위의 여성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감독했다. 12살 때 버스에서 누가 내 가슴을 쥐었을 때도 나는 그렇게 했다.

대학교 때 교수가 ‘에세이는 여성의 몸 같아야 한다’(“깊이 들어갈수록 더 흥미로워진다”)고 말했을 때도 그렇게 했다. 삼촌이 최소 1년간 나를 성적으로 학대해 왔다는 걸, 내가 8살일 무렵에도 그랬다는 걸 마침내 깨달았던 16살 때도 그렇게 했다.

나는 남성의 행동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받아들이고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 내야 했다. 간단했다. 스스로 단속하는 것이었다.

내가 다른 팀으로 옮기기 전까지 거의 1년 동안, 나는 이틀에 한 번꼴로 출근하기 전 상의가 너무 낮지 않은지 잡아당겨 보고, 데님을 입고 쭈그리고 앉아 집에 있는 사람에게 속옷이 보이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내 어머니는 쭈그리고 앉은 나를 도와주다 어느 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하니?”라고 했다.

12년 후에 그에 대한 대답이 생겼다.

지난주에 #미투가 내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을 휩쓸었다. 여성들이 자신을 억압했던(어떤 경우 수십 년 전에) 남성들을 고발하는 것을 나는 처음에는 경외감, 이어서 공포, 마지막에는 고마운 마음을 품고 지켜보았다.

 

라야 사르카르의 ‘명단’

 

24세의 법대 학생 라야 사르카르(Raya Sarkar)가 학계 성희롱자 명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냈을 때, 나는 그 방법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공정한가, 합법적이기는 한가 싶었다.

그러나 나는 넘쳐나는 #미투 포스팅들을 보며, 강력한 저널리스트인 여성들이 20년 기다려서야 자신을 괴롭힌 남성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보며, 이 모든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발리우드 제작자 비카스 발 
발리우드 제작자 비카스 발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발리우드 제작사 팬텀 필름의 주요 주주이자 감독인 비카스 발(Vikas Bahl)과 그의 무리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에게 공격당했다는 여성들은 일거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동시에 트라우마도 겪어야 했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

타룬 테즈팔(Tarun Tejpal)의 강간 재판이 신속심사 법원에서 다루어졌으면서도 5년을 끌었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젊은이들이 우러러보는 유명한 남성 페미니스트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성희롱자들을 감싸고 돌았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캘커타 타임스의 에디터 사타드루 오즈하(Satadru Ojha)가 자신을 희롱하고 성차별적 기사를 자기 이름으로 냈다고 고발한 저널리스트 나스린 칸(Nasreen Khan)은 내게 말했다.

“솔직히 이 운동은 내게 큰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나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다. 괴롭힘을 당하거나 압박에 굴복하기를 거부했을 뿐이다. 나는 이 운동을 시작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

ⓒRoman Didkivskyi via Getty Images

법대 학생 라야 사르카르가 학계에서 성폭력으로 고발당한 남성들 명단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정말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비판했다. 지난주 수백 명의 여성이 폭력 가해자의 이름을 밝히고 비판하자, 대부분의 여성과 많은 남성은 이 방법의 힘과 정당성을 인식한 듯했다.

그 영향 역시 즉각 나타났으며, 우리가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구체적이었다. 코미디 그룹 올 인디아 박초드(All India Bakchod)는 VOD 채널 핫스타의 프로그램에서 쫓겨났으며, 여러 저널리스트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수사에 직면했다.

“작년과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작년에는 여성들이 보복을 당할까 봐 익명을 선택했으나 지금은 직접 나서서 고발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아주 기쁘다.” 라야 사르카르가 내게 보낸 이메일이다.

“작년에 학계에서 자신을 희롱한 남성들을 공개 고발했으나(명단이 발표된 이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생존자들에게 내 마음을 보낸다. 그들은 나의 이른바 ‘마녀사냥’을 가능하게 했다고 비난받았다. 사회가 그들의 고발을 이해하고, 그들과도 연대해주길 바란다.”

 

반발의 두려움,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

 

이 글을 쓰기 이틀 전, 나의 아주 친한 친구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피해 경험에 대해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가해자는 우리가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냈고, 믿었던 친구였다. 그녀는 반발이 일 것임을 알고 있었고, 인신공격도 예상했다. 자기가 아는 많은 사람이 가해자 편을 들 것이란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길고 힘든 포스팅 마지막에 “이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나는 이 무게를 떨쳐버릴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고 있다.”라고 썼다. 이 공격과 이를 자세히 공개한 일은 그녀의 정신 건강에 부담을 주었다.

강간 혐의가 제기된 작가 타룬 테즈팔 
강간 혐의가 제기된 작가 타룬 테즈팔  ⓒFrédéric Soltan via Getty Images

타임스 그룹이 자신의 경험을 부정하려고 그룹 전체를 동원했다고 주장한 칸(Khan)은 2015년에도 콜카타에서 사건 보고서를 제출했다. 경찰서에서 울고 소리지르기 전까지 경찰들은 보고서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칸은 내게 말했다.

“3년이 지났다. 경찰은 아무것도 안 했다. 보고서는 그냥 보류된 것이다. 나 역시 더이상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정신적, 심리적 공격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계 성희롱범 명단을 만들고 이 명단의 신뢰성에 대한 여러 논란에 참여한 라야 사르카르는 “굉장히 우울해졌고, 20kg이 쪘고, 잠시 손을 뗐다”고 말했다. 미국의 법대생인 사르카르는 강력한 지원 시스템이 있고 대학교의 보험 덕택에 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5년 전에 테즈팔의 강간 혐의가 대두되었을 때는 인도 전역의 젊은 여성 저널리스트 수십 명은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외설적인 연상의 남성들은 뉴스룸에서 내내 부적절한 ‘농담’을 지껄였고, 여성들은 과음한 연상의 남성이 ‘사랑’을 표현하면 ‘무시하라’는 말을 들었고, 상사가 성적으로 접근해 왔다고 항의하면 연상의 여성들은 ‘네가 조심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길거리 희롱에 대처하듯 강력하고 약탈적인 남성 에디터들에 대처했다. 즉 조용히 고통받고 빨리 잊는 것이었다. 오만하고, 저명한 남성에게 성적 약탈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힘과 충격을 동시에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미투 운동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로 느껴진다.

칸은 “이 운동에 의해 정말 많은 유명인이 비판받고 있다. 직장내 분위기가 프로다워지고, 누군가의 거실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억압을 펼치는 많고 많은 남성 중 적어도 일부에겐 정말로 ‘타임스 업’(time’s up)이 찾아온 것 같다.

 

* 허프포스트INDIA의 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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